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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물가 충격과 인도의 성장-물가 딜레마

인도 Dr. Bibekananda Panda State Bank of India, AGM Economist 2022/06/14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인도 경제가 직면한 상황 
우크라이나 분쟁의 격화와 대(對)러시아 제재로 인해 세계의 경제 및 금융 환경이 악화되면서 코로나19 사태에서 회복해 차츰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공급망 문제가 재부상하고,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영국 및 유로존에서는 소비자 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 상승률이 목표 수준의 네 배에 달하게 되었고,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Federal Reserve Board, 이하 연준) 등 각국의 중앙은행은 화폐 가치 안정을 위해 기존 저금리 기조를 급속히 수정해 나가고 있다.

세계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파급효과는 인도에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먼저 공급망 문제의 악화로 발생했기 때문에 단기적 해결이 어려운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이 나타나고 있고, 구매력 저하와 경제 활동 둔화도 관찰되고 있으며, 수출 경쟁력 하락으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폭도 확대되고 있다. 또한 CPI 상승률은 7.79%를 기록한 데 반해 인도 중앙은행(RBI, Reserve Bank of India)의 기준 금리(Policy Repo Rate)는 4.4%에 그치면서 실질 금리가 -3.39%라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 저축 행태의 왜곡을 불러오고 있다. 재정 정책만으로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전가 효과(Pass-through Effect)를 충분히 흡수할 수 없기에 이로 인한 자본 투자의 축소가 일어나거나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인도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통제 노력
최근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여겨왔던 인도 중앙은행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서방의 제재로 인한 세계 원자재 가격 불안이 지속되면서 기존의 인식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인도 경제가 코로나19 위기에서 회복하는 와중에 세계 공급망과 정세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인도에서는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한편 민간 소비와 투자는 둔화되고 있으며, 대면 접촉이 필요한 서비스 부문도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지 못했다.

<그림 1> 2022년 4월 기준 인도의 원자재 가격 상승률 전년 동기 대비, 단위: %

자료: 세계은행(World Bank) - 원자재 가격 자료집(Commodity Price Data)


인도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통제 노력
최근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여겨왔던 인도 중앙은행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서방의 제재로 인한 세계 원자재 가격 불안이 지속되면서 기존의 인식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인도 경제가 코로나19 위기에서 회복하는 와중에 세계 공급망과 정세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인도에서는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한편 민간 소비와 투자는 둔화되고 있으며, 대면 접촉이 필요한 서비스 부문도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로부터의 경제 회복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은 국내 에너지 수요의 80%가량을 수입하는 인도와 같은 석유 순수입국에 있어 큰 난관이다. 2022년 4월 기준 인도의 도·소매 물가 상승률은 각각 15.1%와 7.79%로 수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인도 중앙은행은 2023 회계연도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의 4.5%에서 5.7%로 1.2%p나 상향 조정한 반면, 동년 성장률 전망치는 7.8%에서 7.2%로 0.6%p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전망치가 큰 폭의 수정을 겪은 점은 시장에 존재하는 높은 수준의 경제적 불확실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물가 통제와 성장 촉진이라는 두 가지 상충적 목표를 관리해야 하는 중앙은행의 어려움을 대변해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인도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위원회(Monetary Policy Committee)는 5월 4일에 깜짝 비정기 회의를 열어 기준 금리를 기존의 4%에서 0.4%p올린 4.4%로 조정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에 더해 5월 21일을 기점으로 지급 준비율(Cash Reserve Ratio)도 기존에서 0.5%p 상승한 4.5%로 조정되며, 이에 따라 약 8,500억 루피(한화 약 14조 원)에 달하는 유동 자금이 흡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2022년 4월 기준 인도의 시장 평균 유동 자금은 약 7조 4,000억 루피(한화 약 122조 원)이었다. 인도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올린 것은 2018년 8월 이래 처음으로, 이는 국제 거시 경제적 불확실성의 증가라는 맥락 아래 기존의 통화 확장 정책 기조를 전반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일부 조정을 통해 경제 성장을 지원함과 동시에 물가는 목표 수준 이내로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2019년 2월 이래 인도가 통화 확장 정책을 장기적으로 추진해 온 점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히 획기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금번 이전에 열린 4월 8일의 통화 정책 위원회에서 인도 중앙은행은 유동성 조절 제도(LAF, Liquidity Adjustment Facility)에 3.75%의 수신 금리(SDF, Standing Deposit Facility)를 재도입해 긴급 지급 대출 금리(MLF, Marginal Lending Facility)와의 차이를 팬데믹 이전 수준인 0.5%p로 돌려놓으면서 시장에 긴축 신호를 보낸 바 있다. 한편 미국에서도 5월 3~4일에 미국의 연방 공개 시장 위원회(FOMC,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가 연방 기금 금리(Federal Funds Rate)를 이전보다 0.5%p 올린 0.75~1%로 조정하고 양적 긴축에 돌입했으며, 이를 통해 7~8월까지 475억 달러(한화 약 61조 원), 9월 이후로는 950억 달러(한화 약 122조 원) 규모의 자산을 감축할 계획이다. 미국 연준은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위험성을 통제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둘 것임을 강조했다.

인도 인플레이션의 거시 경제적 배경 
인도 통계청(National Statistical Service)의 2차 사전 추정치에 따르면 인도의 경제 규모는 2021 회계연도에 6.6% 축소된 이후 2022 회계연도에는 8.9%의 성장을 보이며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최근 몇 개월간에는 국외에서 기인한 요소들로 인해 경제 회복의 속도가 다소 둔화되고 있는데,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압박에 더해 코로나19 신종 변이 등장 우려가 가세하면서 생산 기업들의 활동 수준이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지 못했다. 2022년 3월의 기업 설문 조사에 따르면 특히 서비스 및 인프라 부문에서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인한 제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각종 기업들은 전반적 사업 환경에 그다지 밝은 평가를 내리고 있지 않다. 게다가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이기에 제조 기업의 비용 전가 노력에도 한계가 존재하는데, 도매가 상승률(15.1%)과 소매가 상승률(7.79%) 간에 큰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생산 기업이 가격 결정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함을 보여준다. 이에 더해 가계 수준에서 부담하는 물가도 향후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최적 수준을 넘어서는 생산량과 노동 시장에서의 초과 수요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산업화 국가들과는 달리, 인도의 경우 생산량이 최적 수준에 미치지 못함에서 기인하는 비용 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연준이나 영국 중앙은행(BOE, Bank of England)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 성장률 거품과 노동 시장 초과 수요라는 맥락 하에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펼 수 있지만, 인도의 경우 기존의 통화 확장 정책을 완전히 포기하기 어렵다. 인도 중앙은행은 2019년 이래 높은 수준의 통화 확장 정책을 펼치면서 그 부산물인 과도기적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은 잠시 나중으로 미루는 전략을 채택했지만, 동유럽 지정학 위기의 장기화와 공급망 문제가 상기 접근법의 걸림돌이 되고 있고, 만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조기 휴전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제재의 경제적 후폭풍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인도를 괴롭힐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큰 고민거리이다.

정책 딜레마: 성장 촉진과 물가 통제의 상충 효과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에 대해 다소 조심스러운 접근법을 택하고 있는데, 이러한 형태의 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과 생산량 감소를 동시에 불러와 자칫 경기 후퇴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이에 대한 이상적 해결책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다양한 이견이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 후퇴 위험성도 높아지는 등 통화 정책 수단에 관한 불확실성이 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시장의 높은 신뢰를 받는 중앙은행이 비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오히려 통화 확장 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힉스-한센 모델(Hicks-Hansel Model, 이칭 IL-LM 모델)에 따르면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은 단기 총생산 곡선의 좌향 이동을 불러와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를 동시에 불러온다는 점에서 통화 정책을 통한 문제 해결이 어려우며, 따라서 생산 부문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재정 정책을 통한 해결이 보다 적절한 수단일 것이다.

세계 각국은 지난 1970년대의 석유 파동으로 높은 수준의 비용 상승을 경험한 바 있으며, 당시 미국 연준은 이에 대응해 통화 확장 정책을 펼쳤다. 한편 2008년에 시작된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 파산 위기 당시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나자 영국 중앙은행은 2009년 3월에 금리를 0.5%p 인하했고, 2013년 이래 저금리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일정 수준의 물가 상승은 과도기적 성격으로 보고 용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편 현재 일어나고 있는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 문제는 인도 중앙은행에 통화 확장을 통해 생산량을 늘릴지, 아니면 통화 긴축을 통해 물가 통제를 시도할지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통화 정책을 통한 인플레이션 통제의 한계
비용 상승으로 인한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데에는 물가 인하를 목표로 하는 통화 정책과 공급 부문에서의 전략 추진이 일부 성과를 거둘 수 있으나,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한편 단순한 통화 정책만으로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환율 투자와 무역 부문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일례로 통화 긴축은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대출 비용 인상과 소비 및 투자 위축을 불러오지만 다른 한편으로 자국 통화가치 절상을 유도해 수입 상품 가격을 낮춰 국제 시장 가격 상승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인다. 이러한 정책은 인플레이션 통제를 보다 용이하게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경제 활동 둔화와 실업률 증가를 수반하기 때문에 통화 수단을 동원한 수요 부문의 조치는 고물가 상황에서 경기 후퇴를 불러오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성을 높일 수도 있다.

결론: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고려할 수 있는 조치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수 있다면 정책 결정자 차원에서 본 문제에 대응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인도에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는 (1) 에너지 가격 상승, (2)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석유 및 천연가스 부족, (3) 중국 항구 처리용량 초과와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인한 운송비 상승, (4) 원자재 가격 상승, (5) 팬데믹 봉쇄 완화 이후 이전까지 참았던 수요가 쏟아지면서 나타난 세계 공급망 병목 현상, (6) 노동 시장 초과 수요, (7) 가파른 인건비 상승 등이 지적된다. 재정 정책의 경우 통화 정책에 비해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보다 다양하게 가지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각 문제에 알맞은 고유한 접근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2022년 4월, 인도 3대 민간은행 중 하나인 엑시스 은행(Axis Bank)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료 가격의 10% 상승이 인도의 CPI에 미치는 상향 압력은 휘발유 및 경유의 경우 0.22%p, 등유와 액화석유가스(LPG)의 경우 0.26%p 수준으로 나타난다. 만약 생산 비용의 50%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가정할 경우, 수송 비용 상승으로 인한 이차적 효과로 인해 0.31%p 의 추가 물가 상승이 나타나 CPI는 총 0.79%만큼 올라가게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년간 국제 원유 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인도 국내의 원유 가격은 별달리 내려가지 않아 소비자 비용 절감 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는데, 마땅한 여타 재원이 없던 인도 정부는 유류비 유지를 통한 조세 수입 증대를 통해 코로나19 대응 조치를 위한 비용을 조달했다.

현재 인도에서는 직접세와 간접세 모두 안정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인도 정부는 생산·판매세나 부가가치세 등 다양한 유류 관련 세율을 인하해 해외 원유 가격 상승이 국내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는 물가 상승 및 이로 인한 소비 부문의 영향, 그리고 정부 재정 적자와 부채라는 두 가지 요소의 상충 효과를 충분히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생산·판매세나 부가가치세 인하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통제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대체 에너지원 개발, 에너지원 다변화, 전략 비축분 증대 등을 통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악영향 완화를 도모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에너지 가격 다음으로 중요한 물가 상승 요인은 수송 부문의 병목 현상인데, 이는 세계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인도 정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하지만 주간(州間) 도로망이나 철도망에서 나타나는 수송 지연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면 상당한 물가 상승률 통제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도로·철도·해상 운송 인프라에 투자해 공급망과 물류 흐름의 개선을 기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해 가격 독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가격 상한제 및 인당 구매량 제한 제도의 도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독점 기업은 공급 부족 상황에서 자사의 시장 독점력을 이용해 가격을 더욱 올림으로써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데, 여기서 정부 차원의 가격 통제가 해결책이 되어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콩류(Pulse), 곡물, 식용유 등의 불법 사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하는 일이다. 인도 정부는 2021년에도 식용유 원료에 대한 관세와 농업 지원금을 인하한 바 있기에, 이 기조에 맞추어 유사한 조치를 더욱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반면 지금처럼 세계 경제 전체가 공급망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즉각적인 수입원 다변화가 이상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 주의해야만 한다.

정리하자면, 국제 시장에서 발생한 물가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인도 정부는 재정 및 통화 정책 모두를 적절히 동원해야 한다. 이 점에서 기존의 통화 확장 정책을 점진적으로 완화해 실질 금리를 중립적 수준으로 천천히 조절해 감과 동시에 상기한 방안들을 활용한다면 경제 활동을 크게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물가를 일정 수준으로 묶어둠으로써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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