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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보이는 입장의 배경

인도 K. N. Pandita Kashmir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22/05/15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2022년 2월 24일에 러시아가 이웃 주권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에 따라 미국 등 서방 진영은 다음날인 25일에 유엔 안보리에 러시아 침공 규탄 결의안을 상정했으며, 여기서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11개국이 찬성을, 러시아가 반대를 표명하고, 인도와 중국, 아랍에미리트의 3개국은 기권했다. 이후에 유엔 차원에서 추가로 이루어진 두 차례의 러시아 규탄 표결에서도 인도는 연이어 기권을 선택했고, 이 중 하나는 104개국이 찬성표를 던진 유엔 총회 결의안이었다.

이후 미국과 유럽의 정부 내·외 일각에서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가 어째서 타국의 자유와 주권을 침해하는 침공 행위에 대한 규탄 표결에서 기권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의회의 의원 일부는 유엔 차원에서의 양자 관계 규범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인도에 대한 제재를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들은 한편으로 경제 제재를, 다른 한편으로는 G20 등 주요국 협의체에서의 퇴출 등 보다 강경한 선택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배경: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지역 문제에 대한 각 주체의 입장
 유엔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한 인도의 결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먼저 이번 사태 이전에 우크라이나의 분리주의 지역 문제와 관련해 주요 주체들이 어떠한 입장을 보였는지 간략히 정리해보기로 한다. 먼저 침공 개시로부터 약 3년 전인 2019년 4월에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지역 주민에 대한 러시아 여권 발급을 허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이에 반발한 우크라이나의 요청으로 유엔 안보리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로즈마리 디칼로(Rosemary DiCarlo) 유엔 정무·평화구축국 사무차장(Undersecretary General for Political Affairs and Peacebuilding)은 해당 행정명령이 인권과 시민권,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서 도네츠크(Donetsk) 및 루간스크(Luhansk, 루한스크) 소재 분리주의 지역 주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는 러시아 측의 주장, 그리고 우크라이나 내정에 대한 전례 없는 간섭이자 주권 침해이며 민스크 협정(Minsk Agreements)의 위반 행위인 러시아의 해당 행정명령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우크라이나 측의 입장을 각각 소개했다1).

디칼로 사무차장은 이어서 모든 당사국이 민스크 협정의 정신과 내용을 존중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유엔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이를 위해 모두가 해당 협정의 이행을 저해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일방적 조치를 지양하고 현존하는 협상 기제를 통해 건설적 대화로 각국이 가진 우려를 해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2). 디칼로 사무차장에 따르면 유엔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지지하며, 우크라이나의 국가적 통합과 장기적 안정을 도모하면서 유럽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난 5년간의 상황 악화에 맞서 긍정적 전환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2019년 4월 당시까지 집계된 자료에 의하면 우크라이나의 정부군과 동부 친러 분리주의 집단 사이에 2014년부터 이어진 분쟁으로 3,300명 이상이 사망하고 9,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으며, 인도주의적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인구도 약 350만 명에 달했다. 이 통계를 소개한 디칼로 사무차장은 이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럽 안보 협력 기구(OSC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로 구성된 3자 교섭단(Trilateral Contact Group) 차원에서의 최근 휴전 협상이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안보리에는 OSCE를 대변해 우크라이나 특별 감시단(Special Monitoring Mission to Ukraine)의 에르투그룰 아파칸(Ertugrul Apakan) 단장과 마르틴 사이딕(Martin Sajdik) 특사도 참여했는데, 사이딕 특사는 우크라이나 본토와 동부 분리주의 지역에서 서로 다른 화폐를 사용하고 상호 이동의 자유도 제한되는 등 이질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가적 통합 노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딕 특사는 이러한 이질화 현상에 대한 대처가 단순한 대증요법을 뛰어넘어 문제의 근간 요소를 완화하거나 제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함을 주장했으며, 우크라이나 신정권이 이 측면에서의 노력을 활발히 전개할 만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함께 내놓았다3).

러시아의 침공 이후 각국의 반응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우크라이나 동부의 일부 지역은 상당히 오랜 시간에 걸쳐 기존 정부에서 독립해 러시아로 편입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가 무력을 동원해 이웃 주권국인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점령한 사실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인도는 유엔 안보리가 규탄 결의안의 성급한 통과보다는 이 본질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유엔 결의안에 찬성하지 않은 다른 나라들은 이번 사태에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먼저 러시아의 우방국인 베네수엘라는 미국 및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가 민스크 협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금번 위기가 발생한 것이라 주장하며, 서방 측이 민스크 협정의 주요 내용을 지키지 않으면서 국제법을 위반하고 러시아의 영토 보전과 주권에 대한 위협 요소를 새로이 만들어내고 이웃 나라들과의 친선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논지를 편다4). 한편 중국 언론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대화 내용에 대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가 자칭 특수 군사 작전에 돌입하게 된 이유로는 NATO와 미국 측이 러시아의 합리적인 안보 관련 우려를 오랫동안 무시해왔다는 점이 지적된다5). 미국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모든 나라가 “못된 부류로 낙인찍힐 것(Stained by Association)”이라 발언한 데 대해 중국 외교부의 왕원빈(Wang Wenbin) 대변인은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국가들이야말로 못된 부류로 취급받을 것이라 반박하기도 했다6). 참고로 중국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Crimea) 합병 당시에도 타국 내정에 대한 불간섭을 주장한 바 있다.

전쟁 당사국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내부 인사들을 이용해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려는 음모를 꾸며왔으며, 유럽 국가들도 유사한 맥락에서 우크라이나에 NATO 가입을 유혹해왔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게 되면 자국의 안보가 직접적으로 위협받게 될 것이라 보고 여기에 격렬히 반대해왔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NATO 회원국들은 러시아가 주권국인 우크라이나를 명분 없이 침공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취지의 안보리 결의안을 무기로 활용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여함과 동시에 일부 사례에서는 인력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가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한 진정한 이유
인도 정부는 민스크 협정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해당 협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사실에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천명했으나,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규탄 결의안 통과나 제재 부과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통념과는 달리 이 같은 입장은 단순히 러시아나 그 전신인 소련이 인도에 불리한 안보리 결의안에 몇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한 보답이나 러시아의 비위를 맞추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를 적대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지금까지 비교적 양호한 양자 관계를 유지해 왔다. 1991년 소련 붕괴 당시에도 인도는 신생국 우크라이나를 외교적으로 승인한 첫 국가 중 하나였고7), 미국과 일부 NATO 회원국의 영향을 받아 친서방 노선을 추진하던 우크라이나가 인도와의 관계를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일 때에도 인도는 여전히 양국 간 친선 유지에 힘썼다. 일례로 인도는 우크라이나의 미콜라 마임스쿨(Mykola Maimeskul) 당시 유엔 주재 대표가 파키스탄의 핵무장에는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인도의 핵무장을 가리켜 “현존하는 국제 핵확산 방지 체계를 위험하게 만드는 행위”라 칭하며 비판한 사실에도8) 감정적인 대응을 삼가는 등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인도-우크라이나 간의 양자 교류가 활발했다는 사실은 침공 직후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에서 대피한 인도 학생이 2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도가 유엔 결의안에서 기권하기로 결정한 진정한 이유는 우크라이나, 미국, NATO를 향한 적개심이 아니라, 고도의 복잡성을 지닌 현 상황을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서 찾아야 한다. 인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대화로 해결해야만 하는 중요한 이슈가 여럿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지지부진한 협상의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형태의 지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여기서 인도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슈로는 다음을 들 수 있다. 첫째, 민스크 협정은 왜 실패했으며, 그 실패의 책임을 누구에게, 또 어떻게 지워야 하는가? 둘째,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세력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입장은 무엇이며, 이들을 다시 국가로 편입하기 위해 지금까지 어떠한 노력을 보였는가? 셋째, 미국과 NATO가 우크라이나를 이용해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러시아 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는 무엇이 있는가? 넷째, 전쟁이 발발하기 훨씬 이전부터 국경 인근에 중화기가 집중적으로 배치된 이유와 의도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인도는 이번 동유럽 분쟁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인도는 자국의 기권 결정을 다음의 시각에서 설명했다. 규탄 결의안이나 제재 부과는 위기를 악화시킬 뿐이고, 현재 무엇보다 더욱 시급한 일은 전쟁을 중단시키고 당사국 간의 긴장 완화를 위해 양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에 관한 인도의 입장에 비판적인 이들은 인도의 표결 기권이 러시아가 유엔 헌장 제2조 4항을 위반했음에도 여기에 침묵을 지키는 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해당 조항은 “다른 국가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중략]…무력의 위협이나 무력 행사를 삼간다”라고 적고 있는데, 이 규정의 범주와 한계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견이 존재한다.

인도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여기서 잠시 시간을 돌려 과거에 일어났던 유사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1947년에 인도는 당시 독립 주권국이었던 잠무·카슈미르(Jammu and Kashmir)에 대한 파키스탄의 공격을 중단시켜 달라는 요청을 유엔 안보리에 전달했다. 하지만 안보리는 이 요청에 별다른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침공 주체와 객체를 제대로 구분하지 않은 채 뭉뚱그려 취급하는 실수를 범했다. 비록 카슈미르 문제 자체는 오늘날에 다루는 문제의 요점이 아니지만, 본 사례는 국제 사회에서 유엔 헌장의 조항보다도 핵심적인 요소가 바로 강대국 간 힘의 논리라는 사실을 인도에 강하게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에 따라 현실적 조건에서 국제기구가 지니는 한계를 절감한 인도는 새로이 변화하는 현실에 맞추어 유엔을 개혁할 것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결론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서 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결론은 강대국 간의 길고 무자비한 대리전이 통용되던 시대가 종말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조작된 명분을 바탕으로 제3국을 위협하기 위해 대리국을 활용하는 방식은 더이상 국제 사회에서 정당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 교훈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쓴맛을 본 소련이 톡톡히 배운 바 있고, 중국도 점차 같은 사실을 인지해가는 중이다. 같은 맥락에서 NATO 또한 특정 주권국의 주변에 적성국을 양성해오던 기존의 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파키스탄과 대치해온 인도는 타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적대 세력이 국경 주변에 등장하게 되면 그 어떤 나라라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NATO 진영의 실책을 비판하는 논리에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 각주
1) https://news.un.org/en/story/2019/04/1037371
2) Op cit
3) https://news.un.org/en/story/2019/04/1037371
4) https://www.trtworld.com/europe/live-blog-russia-vetoes-un-draft-resolution-condemning-itself-over-ukraine-55062
5) Ibid
6) https://www.reuters.com/world/china/china-hits-back-biden-assertion-stain-over-ukraine-2022-02-25/
7) Website: www.eoiukraine.gov.in
8) Op India 24 February 2022, https://www.opindia.com/2022/02/ukraine-had-opposed-indias-nuclear-program-condemned-india-in-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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