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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 직접진출 사례분석과 시사점

인도 김응기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학과 겸임교수 2018/09/05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애플이지만 인도에서는 아이폰(닉네임 사과폰)보다 삼성휴대폰을 사용하는 이가 절대적으로 많다. 조금의 과장을 보태면 삼성이 스마트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하는 것에 인도 소비자들의 삼성 선택이 기여하는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3위에서 2위로 올라선 것도 인도시장에서 삼성을 위협할 정도로 일취월장한 성장세 덕분이라는 분석이 가능할 정도이다.

 

세계 4위의 자동차 생산국인 인도에서 현대자동차는 판매량 2위를 기록하고, LG전자는 백색가전 분야에서 지난 20여 년 동안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삼성과 애플의 예에서 보듯이 글로벌 마켓 점유율에서 인도 시장이 차지하는 규모가 절대적으로 크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존재감을 결정 지어주는 데에도 인도 시장에서의 활약상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그런 이유로 인도에서 활약하는 현대, LG, 삼성의 진출 사례는 한국기업의 해외 진출 성공사례로 자주 거론되곤 한다.

 

삼성, LG 그리고 현대자동차가 처음 인도 시장에 진출할 때는 인도 내 소비자들에게 이들 기업의 인지도가 전무했지만 이제는 인도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름난 기업이 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인도인들에게 이 기업들에 대해서 물으면 인도에 생산 공장이 있는 인도기업에서 만든 “Made in India” 제품으로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설령 원적이 한국이라고 알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한국 자본이 투자되어 한국인에 의해서 경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도 소비자들에겐 하등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인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할 경우 인도 회사법에서조차 이들에 대한 제도적용에서 말 그대로 인도기업으로 분류하니 이러한 인도인의 인식혼돈은 조금도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의 중심국인 인도 국빈 방문 일정 중 삼성의 노이다 제2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1조 원 이상의 자본이 투자된 노이다 제2 공장은 직접 고용 5,000여 명 이외 기타 파급효과로 35,000개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며 이는 시장은 내어주되
인도에서 비즈니스 하라는 인도 정부의 경제육성 정책인 “Make in India”와도 일치하는 한국기업의 인도 시장 직접 진출의 좋은 예이다. 준공식이 열리던 날 당초 예정에 없었던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참석하여 축사를 통해‘오늘은 인도를 글로벌 제조 허브로 만드는 특별한 날’이라고 축하하면서 삼성전자와 인도경제가 함께 상생하며 성장할 것에 대해 기대를 나타냈다. 비록 외국기업의 인도 투자공장 준공식이지만 이는 자국 내에서의 경제활동을 자국의 경제성장의 한 걸음으로 받아들인다는 인식을 대외적으로 보여준 깜짝 이벤트였다.

 

인도 현지 진출 시행착오와 실패도 없지 않아

 

현대와 엘지 그리고 삼성이라는 한국 대기업의 성공 사례 뒤에는 가슴 아픈 실패사례가 없지 않다. 인도 시장의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인도에서 성공한 한국 기업이 있다고 해서 인도 시장 자체에 대한 막연한 편승기대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앞서 열거한 대표적 성공사례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외에도 현재 인도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자영업 수준의 비즈니스 형태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약 500여 한국계 기업들이 프로젝트 오피스, 연락사무소, 지사 그리고 법인 등 여러 형태로 진출해 있다. 기업의 성공사례 혹은 성공에 이를 것 같은 일들은 자체 홍보성 뉴스 기사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시행착오로 인한 실패 또는 당초부터 성공 가능성이 없는 패착 사례는 잘 노출되지 않는다. 

 

실패의 경우는 아니지만 시행착오로 인한 비용손실 또는 기회상실의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예를 들어 공개적으로 특정 기업의 이름을 밝힐 수 없는 ‘A’라는 기업은 6년 전에 인도 서부 요충지인 마하라스트라 주(州) 도로건설 계약을 수주 하면서 프로젝트 오피스(Project Office) 형태로 인도 건설시장에 진출하였지만 이후 새롭게 법인설립을 추진하게 되었다. 프로젝트 오피스는 임시적이면서 특정 사업목적으로만 설립하고 본래의 목적이 달성되면 이를 청산하고 폐쇄해야 하는데 초기 진출 시 인도 건설시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갖고 인도 시장진출에 적절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던 것이다. 막상 예정된 프로젝트를 마치고 사업을 철수하려고 보니 인도라는 거대 시장과 그 시장이 가진 가능성을 포기 할 수 없어 다시금 본격적으로 법인 설립을 검토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현지법인보다 더 높은 법인세를 부담하고 비용에 대한 정산에서 손해를 입어야 했다. 이보다 더한 착오에 의한 실패사례도 있다. 국내 대기업 분류에 속한 ‘B’기업은 2000년대 초에 인도 진출을 준비하면서 당시에는 비교적 설립절차가 간편하고 또한 세무신고 등에서 과세가 없으며 청산이 용이한 연락사무소(Liaison Office)를 진출모델로 선택하였다. 인도 회사법에 의하면 연락사무소는 설립 목적상 시장조사와 제품홍보로 활동이 매우 제한되어 있고 여하한 직간접 매출발생 영업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제한 조건이 있지만 당초부터 영업을 위해 진출한 기업 활동이었던 바 연락사무소 주재원들이 암묵적으로 가격견적과 협상 등의 영업에 준하는 활동을 하게 되었고 그 누적된 활동을 감시하고 있는 인도 세무당국으로부터 결국 적발되게 되어 연락사무소로 활동한 수년간 한국 본사가 인도 시장에서 발생시킨 모든 매출에 대한 세금을 추징당하는 일이 있었다.

 

기업이 인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진출 방식을 선택할 때는 시장의 특성과 함께 인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방향에 대한 상관관계 검토도 반드시 필요하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집권 이전이던 2010년 초반만 하여도 외국기업의 인도 진출에선 현지법인보다는 차라리 지사(Branch Office)의 설립이 상대적으로 간편하였다. 하지만 2014년 집권한 모디 정부가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택한 자국에서의 제조업 육성정책, 이른바 “Make in India’ 정책의 영향으로 외국기업의 인도 진출에서  제조업을 할 수 없는 지사 형태보다는 현지 생산을 통해 인도 경제성장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법인(Registered Corporation) 형태의 진출을 강력히 장려하는 추세이다. 이는 이후 2017년에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가 행한 ‘America First’와도 일맥상통한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 영향으로 인도 내 외국기업의 지사 설립이 어려워진 것은 시간과 절차에서 까다로워진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 특정 분야에서는 아예 갖가지 이유를 들어 설립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지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C’기업은 2014년 지사 형태로 인도 진출을 준비하면서 3개월이면 설립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후 현지 사업을 수면 아래에서 진행하였지만 1년이 넘도록 설립에 난항을 겪으면서 진출 과정에서 어려움은 물론 막대한 기회비용 상실이란 손해를 겪어야 했다.

 

한국기업의 직접 진출 애로점 그리고 대응

 

한국과 경쟁적인 위치에 있는 일본과 중국의 기업들이 꾸준히 인도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늘려나가는 동안 한국에서 알려진 대규모 인도 신규투자는 기아자동차의 안드라프라데시주(州) 연간 생산 30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 건설이 유일했다. 분명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것에는 열에 여덟아홉은 동의를 하는 명백한 상황이고 게다가 기존에 진출한 업체들의 성공사례가 알려지고 있음에도 왜 한국기업의 추가적인 인도 진출이 드물고 또 실제로 진출을 시도한들 매우 어렵다고 알려진 것일까?

 

인도에 진출을 하고 있거나 경험 있는 한국 기업인들이 우선으로 꼽는 인도 진출의 애로사항으로는 인프라의 비효율성, 복잡한 법·제도 환경, 첨단기술 도입 지연, 낮은 노동 생산성 등을 들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현지의 열악한 인프라 환경과 원자재 부품 조달의 어려움은 대표적인 문제로 거론되었다. 이제는 많이 개선되어 지표상으로는 크게 부족하다고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현실에선 전력이 부족하거니와 품질도 낮아 빈번하게 정전이 발생되기도 하고 원거리 도로 정비가 잘 되지 않아 내륙 운송에 많은 시간과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그밖에도 공항, 항만, 철도 등의 인프라도 2015년 이후에 크게 개선되었다고 하나 품질 면에서는 산업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상황인 것 역시 사실이다. 이를 지속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인도 정부는 2018~19년 예산안 중 인프라 투자 예산을 전체의 24% 정도 책정하는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인프라 품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어 복잡한 제도 등 여러 장애 요소와 함께 애로점이 꾸준히 제거되고 있는 중이다.

 

인력 관리 역시 인도 진출 기업의 애로사항 중 하나이다. 글로벌 문화보다는 한국 기업문화에 익숙한 주재원들은 회사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인도 현지 인력은 회사목적에 일방적인 수용자세보다는 수동적이면서도 자기 이해 중심적이어서 한국 주재원의 시각에선 이러한 모습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여겨져 갈등이 적지 않다. 개인성향이 강한 편이어서 정확한 업무분장이 없이는 자발적 목표한 결과를 얻기가 어렵다. 또한 창의적인 융통성이 없기 때문에 중간에 목표를 수정하기 위한 설득에도 많은 노력과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등 현지인과 업무를 함에 있어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이직을 연봉 상승의 기회로 여기고 게다가 경제 성장 과정에서 부족한 인재난으로 인력 시장에 우후죽순 격으로 난립된 헤드헌터의 부추김도 잦은 편이다 보니 업무가 익숙해질 때쯤 그만둠으로써 업무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일이 잦다. 현지 직원들과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이직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로의 문화에 대한 상호이해(Cross Culture Sharing)를 바탕으로 사전에 합의되고 통일된 업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장기근로자에 대한 우대정책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세금 문제에 있어서도 인도의 비즈니스 환경은 해외 진출 기업은 물론 현지 기업인들에게도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비교하여서도 법인 소득세율이 높고 조세 체계가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출 초기에 인도 세제에 대한 사전 이해 없이 적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자체 해결하려다 실수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합법적인 수준에서 세금을 절약하는 방법을 찾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가급적 처음부터 회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결과적으로 최선의 비용 절감 전략이다.

 

모디 총리는 올해 1월 국정연설에서‘경제성장을 위해 규제를 개혁하고 외국인 투자를 위한 레드카펫을 펼쳐 두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작은 정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지만 인도 특유의 복잡한 행정체계와 공무원의 부정부패는 여전히 인도 진출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이다. 인도에 법인을 세울 때, 선언된 내용대로라면 외국기업의 법인 설립은 1.5개월 내에 설립이 완료되어야 하지만 여러 변수로 인해 평균 4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단히 이해되지 않는 복잡한 내용과 절차, 중복된 서류 그리고 인도 특유의 느린 업무 처리방식과 예측되지 않은 돌발 휴일 등으로 인해 이렇게 예정된 기한을 훌쩍 넘기기가 일쑤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도 특성에 대처하기 위해선 법인 설립이 인도 시장 진출에 반드시 필요하여 특정 시일까지 설립이 완료되어야 할 경우에는 예상하는 시간보다 훨씬 여유를 두고 앞서서 준비하는 것이 상책 중 상책이다.

 

그러므로 고려될 진출 전략

 

쉽지 않은 진출 환경에도 불구하고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新남방정책이라는 타이틀 하에 인도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왜 인도에 투자하여야 하고 또 그런 과정에 있는 것일까? 중국은 내수 부진과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인해 둔화된 성장률을 보이고 중국 굴기(倔起)에서 외국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반면, 인도는 구매력 평가기준(PPP) 세계 3위의 든든한 내수시장과 더불어 ‘Make in India’를 통한 제조업 장려 정책과 기반 산업 여건 개선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많고도 젊은 노동력을 가진 나라라는 펀더멘탈을 활용하여 투자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산업인프라 관련하여서도 인도 정부는 2019년까지 약 920억 달러를 투자하여 인프라 확충에 나설 계획임을 밝힌 바가 있고 실제로도 빠르게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인도가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에서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인도가 지닌 내수시장 자체로도 매력이 있지만 중동과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로써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는 허브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도가 한국 투자자를 마냥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것만은 아니다. 인도정부가 시장개방 초기에는 외국기업의 투자가 인도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투자 규모나 업종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였지만 이젠 인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왔고 내수시장 규모에도 자신감이 생기면서 해외투자기업에 대한 개방을 자국민과 경제에 필요한 기여를 따져가며 선별적으로 행하고 있어 그동안 소규모 진출과 인도 내국인 영역으로 치중된 진출, 세금을 회피하는 등의 편법으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인에 대해 덜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기업들이 인도에 투자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상주 인원 없이 6개월 미만의 출장 체류로 현지 법인 이사를 선임하여 법인을 운영하였다. 인도에서는 외국인이 6개월 이상 장기체류를 하는 경우 외국인 거주 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고 이때 소득 관련 증빙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피하려는 편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도 회사법(Company Act 2013)의 개정으로 법인의 이사 선임 시 회계연도 기준 182일 이상 인도 내 거주가 의무사항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상주 인원을 두게 되었다. 외국기업이 인도에서 사업을 하려면 인도에 182일 이상 체류하면서 외국인 등록을 하여야 하고 또 이에 맞춰 소득세를 내든지 아니면 인도인을 이사로 참여시키라는 무언의 압박을 제도적 장치로 둔 것이다. 인도 당국은 사업주의 상용 비자 발급 시에도 업종과 매출액의 기준에 따라 비자 발급에 비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외자 기업 중 인도 정부의 중점 과제인 고용 창출과 제조업 육성에 도움이 되는 기업만 살려두고 나머지는 억제시키겠다는 인도 정부의 숨겨진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이제 한국 기업은 인도 시장 진출 시 단순하게 성장 가능성만을 기대한 채 인도 기업 문화에 대한 이해와 현지화 전략 없이 과거형 전략을 구사한다면 인도의 새로운 제도와 환경 하에서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인도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직접적인 투자이익 회수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인도 경제와 인도 소비자와 함께 장기적으로 공생번영으로 누릴 수 있는 긴 안목에서의 투자 진출 방법을 연구하고 자기 기업에 적합한 최적의 전략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인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내수 시장을 공략하고 더불어 주변 시장을 중심으로 한 제 3국 수출을 통해 글로벌 가치의 사슬 역할을 함으로써 진출 기업은 물론 인도 경제에도 기여하는 상생 전략만이 만만치 않은 인도 진출 환경을 극복하는 제1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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