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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과 인도의 경제 및 투자 흐름 변화

인도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해외정보실 실장 2018/09/04

이민정책 강화와 이란제재 재개 등으로 인도 경제에 부정적 영향 우려

 

과거 미국은 자국 내 부족한 변호사, IT 기술자 등과 같은 고급인력을 해외로부터 보완했다. 이를 위해 발급한 H-1B 취업 비자는 인도 기술 인력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었고, 미국 IT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관련 비자가 저임금 노동자 유입을 확대하여, 자국 고용 창출을 저해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었다. 이를 문제라고 판단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4월 “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으로 불리는 대통령 명령에 서명하고, 보다 전문적인 기술을 보유하면서 급여 수준이 높은 인력에만 H-1B를 발급하도록 지시하였다. 이후 H-1B 비자 취득 신청 보류나 이를 신청하려는 이들에게 추가 자료 제출 요청 등이 큰 폭으로 늘어나 관련 심사가 기존보다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이전 오바마 정부 당시 H-1B 비자를 취득한 인력의 배우자에게 개방된 취업도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미국의 비이민 노동자 규제 강화로, 인도의 IT 인력이 미국에 진입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는 인도 관련 기업의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도 인도에게는 위협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인도는 전체 원유 소비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유가 변동은 물가 등 인도 경제에 커다란 변수 중 하나다. 2017년 기준 인도의 주요 원유 수입대상국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순으로, 이들 국가에서 전체 수입의 10%를 충당하고 있다.

 

그중 이란은 인도에 있어 주요 원유공급원인 동시에 파키스탄과 중국 사이에 외교 전략 요충지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2016년 5월 인도 모디 총리는 이란을 방문하여, 이란 차바하(Chabahar) 항만개발의 지원을 언급하였다. 또한 인도는 아프가니스탄 국경지대인 자히단(Zahidan)으로 연결하는 철도건설 사업에도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피력하였다. 이를 통해 인도는 인접국 파키스탄을 경유하지 않고 중앙아시아의 접근 경로를 용이하도록 계획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배경은 파키스탄의 과다르(Gwadar) 항구가 향후 중국에 의해 군사적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중국 지원을 통해 개발된 과다르항은 이란 차바하에서 불과 150㎞ 인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국 서부에서 파키스탄 연안부에 걸친 인프라 개발사업, 이른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의 기점이다. 인도는 최근 중국 잠수함이 인도양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음을 경계하고 있어, 과다르 항구가 중국에 의해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도의 중국 관련 동향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차바하 항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 미국 정부는 이전 오바마 정부의 성과인 이란과의 핵 합의로부터 이탈을 발표하고, 이란의 경제 제재를 재개하였다. 미국은 경제 제재의 일환으로 이란과 원유를 거래하는 국가에 2018년 11월 4일까지 이란산 원유 수출입 금지하도록 요청하였다. 아울러 각국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이란 관련 사업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인도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지하게 되면, 이란은 중요한 원유 수출 시장을 상실하게 된다. 또한 경제 제재의 재개에 의해 이란 관련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하게 되므로, 여타국도 이란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란에서는 자국 차바하 항구개발에 인도의 투자가 미진함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향후 인도가 이란과의 경제 및 투자 협력을 지체할 경우에 양국의 불신은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이란 차바하 항구 지원을 통해 중앙아시아로 용이한 접근성을 확보하려던 인도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인도는 기존 이란과의 관계를 중시하여 원유수입과 인프라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지 또는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이란과 모든 경제 거래를 중단할지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전개는 미국의 아·태지역 영향력 저하로 연결

 

인도는 인프라 정비 수요와 자동차 판매 증가 등으로, 철강과 알루미늄의 수요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도의 철강 생산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전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2018년에는 일본을 넘어 2위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철강 및 알루미늄은 인도 주요산업 중 하나이며, 그 중 JSW 스틸이나 Hindalco Industries 등은 대표적인 인도 철강기업이다. 인도 철강 기업에 미국은 중요한 수출시장이다. 2017년 기준 인도의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은 전체 미국 수출액에서 각각 11%, 1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 등을 근거로 일부 예외국가를 제외하고, 2018년 3월부터 무역상대국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부과를 결정하였다. 관세 부과 결정으로 인도 철강 및 알루미늄 관련 업체가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해당 기업이 이를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없을 경우, 수익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관련 여파를 회피하기 위해 인도 관련 업체는 미국에서 현지 생산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6월 JSW 스틸은 미국 오하이오에서 최대 5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부과 영향으로 인도 기업의 미국 시장 수출이 줄어들어도, 해당 업체가 관련 소비와 수요가 풍부한 주변국으로 수출을 늘리면, 미국 시장에서 감소분을 충분히 상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미국 시장에 수출되었던 아시아 여타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이 인도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가격경쟁 격화와 함께 인도의 EU 및 아시아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자유무역과 상반되는 미국의 관세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인도는 보복 관세로, 미국의 철강 외에 사과 등 농작물의 수입에 대해 추가 관세를 발동했다.

 

이처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인도의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다. 우선 인도와 중국의 관계 강화를 들 수 있다. 지난 수년간 인도와 중국의 외교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중국 잠수함이 인도양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는 것을 인도가 경계하고 있는 것은 전술한 바와 같지만, 중국이 제창하는 일대일로 광역경제권구상에 인도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또한 2017년 6월 하순부터 2개월 이상 인도와 중국의 국경 부근의 대치는 군사충돌 직전까지 이르고 있었다. 이와 같이 양국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었지만, 2018년 4월 중국에서 인도 모디 총리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비공식회담 이후 양국 국경 간 분쟁 재발 방지에 합의하면서 상황이 급반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2개월 후 중국에서 개최된 상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은 경제 활성화에도 합의에 이르렀다. 구체적으로, 인도는 중국은행(Bank of China)의 뭄바이 지점개설 승인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중국은 인도의 쌀 수입을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양국 국경 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인도가 중국의 일대일로에 반대 입장을 관철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인도가 우호 관계로 선회한 배경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도와 중국 모두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입장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미국이 중국 수입산 제품에 500억 달러 상당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표명한 3월 이후 양국 경제교류는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6월 중국은 주변국과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무역 협정(APTA) 가입국의 철강이나 알루미늄, 구두, 의류 등 다수 수입제품을 대상으로 관세를 인하했다. 또한 7월에는 중국이 인도산 제약품을 수입할 경우에 필요한 승인을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이에 따라 인도 제약회사는 중국 시장진입 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인도 입장에서도 자유무역 추진 이외에도 2019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중국과 군사적, 정치적 대립을 피하려는 의도가 강한 편이다. 아울러 양국의 우호 증진 시도는 중국의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투자유치를 더욱 확대하려는 정책적 의지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정치적·군사적 대립을 보류하면서 경제협력 관점에서 인도와 중국의 협력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위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 미국은 TPP에서 이탈했지만, 어떠한 형태로도 아시아·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여전히 강하다. 2017년 11월 미국과 일본의 정상회담에서는 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의 안정과 성장을 지향하는 방안도 제안되었다. 해당 전략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인도와 호주의 협력이 필수 불가결하다. 그러나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영향력을 낮춰야 하므로, 인도는 중국을 배려하여 중립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인도와 중국의 협력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영향력 확대를 추진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은 인도 진출 미국기업에 위협요인

 

미국의 자국우선주의는 인도의 對美 신뢰도를 저하시키고, 미국 기업의 인도 진출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인도는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유망한 신흥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IMF에 의하면, 인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향후 2년간 중국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고려하여 미국은 인도에 대한 직접투자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2000년 4월~2018년 3월까지 미국 기업의 인도 누적 투자액은 224억 달러로, 같은 기간 인도의 해외기업 투자 총액의 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모리셔스, 싱가포르, 키프로스를 제외하면, 일본, 영국, 네덜란드 다음으로 많은 수준이다.

 

이러한 가운데 2018년 5월 미국 월마트는 인도의 온라인 판매 최대 기업 플립카트(Flipkart)를 16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미국 IT 대기업 넷플릭스는 인도에서 1억 명의 신규 회원획득을 목표로, 향후 인도의 콘텐츠 투입 등을 공표하였다. 이처럼 중국에 이어 거대한 인도시장으로의 미국 기업 진출과 사업 확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추세에 장애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미국 월마트의 플립카트 인수를 둘러싸고, 인도 개인사업자들이 가입한 전인도상인연합회(CAIT)는 인도 경쟁위원회(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에 이의를 제기했다. CAIT는 월마트의 온라인 시장진출은 가격경쟁을 유발하여, 인도 소매업체에 큰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의 모디 정권에서 관련 인수 건을 용인하는지 여부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이는 2019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인수 용인은 관련 업계 종사자의 표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국우선주의가 직접적으로 이를 연출한 것은 아니지만, 철강과 알루미늄 추가 관세를 비롯해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미국 행동은 미국기업의 플러스 요인이 아님은 명약관화하다. 인도가 해외 투자를 희생하더라도 자국 소매업자의 주장을 인정하고, 최종적으로 인수금지로 기울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앞으로 미국과 인도 양국이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인도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미국 기업에게 인도 정부가 불리한 판단을 내린다는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 미국은 인도의 시장성을 판단하고, 미국 기업도 인도 사업을 확대한다는 재인식을 기반으로 양국의 정치적 리스크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 이에 미국은 인도에서 우방국이라는 우선주의를 내세워 거래를 이끌어 내려는 자세를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도에 예외적으로 이란산 원유수입을 인정하는 유연한 미국 정부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발 무역전쟁 여파에 따른 인도시장에서 한국의 기회 창출도 필요

 

보호무역주의 차원에서 미국의 관세부과 등 자국 우선주의는 결과적으로 인도와 중국의 우호적 연결로 귀결되고, 이후 미국의 인도와 태평양 지역에서 위상을 낮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 여파로 미국 기업의 인도 진출사업도 위협을 받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에 미국은 한층 더 관련 리스크를 고려하여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국가인 인도와 외교 관계도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중 하나로, 인도의 유학 희망 대상국 변화를 들 수 있다. 인도 유학생은 자국 교육과정 졸업 후 취업 비자의 취득이 어려워질 경우에 미국 유학을 포기하고, 여타국으로 유학 대상국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

 

또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인도의 투자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도의 JSW 스틸이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와 같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장기화되면, 인도 기업의 투자가 자국보다는 해외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인도와 미국의 경제 관계가 악화될 경우에는 미국 기업의 인도의 투자도 축소될 수도 있다.

 

인도 내 자국기업 또는 해외기업 투자가 축소되는 상황은 인도의 생산과 고용에 부정적이므로, 인도 정부로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처럼 인도가 현재 직면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인도가 한국 등으로부터 투자를 기존보다 우호적으로 수용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이에 향후 한국은 정부와 기업을 중심으로 인프라 투자 지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인도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인도 시장에서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 이처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방침에 따른 여파는 한국 기업에 인도 시장 진출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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