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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신흥국 위기, 인도에도 전파될 가능성

인도 이대우 포스코 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2018/06/07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추세와 함께 미국 연준의 양적 축소(Quantitative Tightening)가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몇몇 나라들로부터 금융 불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멕시코의 통화가 달러대비 폭락세를 보였으며, 아르헨티나의 경우 페소화의 가치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기준 금리를 40%까지 올렸으며,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페소화 가치 하락이 계속되자 결국 지난 5월 초 IMF에 원조를 요청하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터키 리라화의 경우에도 5월 23일 현재 기준으로 5월 1일에 비해 13%나 곤두박질쳤으며, 결국 터키 중앙은행은 금리를 3%p 올려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 현상은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멕시코에 그치지 않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신흥국 환율 불안 현상은 마치 2013년 Fragile 5로 불린 인도, 남아공,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가 겪은 통화 위기 상황을 떠올리게 하고 있는데, 당시 이들 국가들은 자국 통화의 대폭적인 평가 절하 및 금리 급등으로 인해 경제 침체를 겪은 바 있다.


인도의 경우에도 올해 초 들어 루피화 약세가 진행되고 있으며, 작년 11월에 비해 루피화는 약 8% 정도 가치가 하락한 상태이다. 본고에서는 2013년의 경제지표와 비교를 통해 당시에 비해 인도 경제가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 살펴보고, 신흥국 통화 불안이 인도로 전파될 가능성은 없는지 고찰해 보고자 한다.


신흥국 통화 급락의 배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미국 연준은 양적완화라는 이름 아래 대량으로 달러를 찍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인위적으로 금리를 크게 낮추었다. 일례로 미국채 10년물의 금리는 2008년 4%에서 2016년 초에는 1.37%까지 하락하게 되었다. 양적완화 및 금리 인하는 기업들의 금융비용을 크게 줄였으며 한계기업의 도산을 막고 정상기업의 수익성을 향상시키면서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낮은 금리의 부채를 활용한 자산 버블을 심화시켰고 부채 규모가 폭증했으며, 물가 불안을 초래했다는 부작용도 존재하였다. 특히 신흥국들은 앞다투어 낮은 금리로 달러를 차입했는데, 신흥국의 달러 표시 부채 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연준은 양적완화 조치를 2014년에 중단하고 기준 금리를 점차적으로 올리기 시작하였고, 2017년 말에는 여기에 더해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면서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세 조치를 단행하고, 정부 지출을 오히려 확대하면서 연방정부의 차입규모를 더욱 늘어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조치들은 미국채 금리를 상승시킬 수 밖에 없는 조건으로 만들었으며, 미국 금융시장의 안정성 척도라고 간주되는 미국채 10년물 금리 또한 상승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림 2>는 2018년 5월 초 기준 각국별 국채 10년물 금리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데, 미국채는 일본, 스위스, 독일, 영국, 스페인 심지어 부실채권 문제로 곤혹을 치른바 있는 이탈리아보다도 높은 수준에 있다. 즉, 이탈리아의 위험도보다 미국의 위험도를 더 크게 본다는 것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 조치로 인해 채권시장이 시장논리에 맞지 않게 왜곡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1.37%까지 하락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이후 점차 상승하기 시작하여, 올해 5월 들어서는 금융불안의 임계점으로 간주되는 3%를 돌파하게 되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채 금리가 3%를 넘어서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면서도 금리가 낮은 국가의 국채를 팔고 미국채를 사려는 움직임이 강해졌으며, 이로 인해 외환시장 내에서 달러 강세 기조가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급반전 하자, 달러 강세로 인해 피해를 볼 우려가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자금 이탈 현상이 심화되었고, 이들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신흥국 위기, 인도 경제 파급효과 전망


2013년 인도는 Fragile5로 불리며 미국의 긴축발작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1991년 외환위기를 겪은 바 있는 인도는 외환위기 상황에 대해 착실히 대비해왔으며, 결과적으로 외환위기 가능성을 차단하고 2014년부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1991년 당시에 비해 2013년 인도는 외환위기에 대비하여 상당히 내실을 갖추었는데, GDP대비 대외채무 비중의 경우 1991년 28.7%에 달했으나, 2013년에는 22.4%로 낮추었고,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채무 비중도 1991년 146.5%에서 2013년 33.1%로 크게 줄였다. 그리고 외환보유고를 수입대금으로 나눈 개월 수도 1991년 불과 3주에서 2013년 7.1개월로 크게 늘어났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나쁜 편이 아니어서 1991년과 같은 외환위기라는 극단적인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


인도가 2013년 Fragile5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게 된 이유에는 인도 자체의 경제적 역량이 1991년 당시보다 개선되었다는 점도 있지만, 2014년부터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양적완화가 재개되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의 바톤을 이어받아 ECB와 일본은행이 대대적인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풀려나간 자금들은 일부 국가의 국채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떨어뜨렸고, 회사채와 심지어 주식마저 중앙은행들이 사들이면서까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자 이 자금들이 선진국보다 높은 수익률을 찾아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신흥국으로 투자와 대출이 몰리자 원자재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고, 저금리를 바탕으로 부동산 개발 붐이 일어나면서 신흥국 경제는 활황세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즉, 어떻게 보면 지금의 신흥국 경제 호황은 다시금 폭발적으로 증가한 유동성 잔치의 산물로도 볼 수 있다.


금번 통화위기가 발생한 아르헨티나의 주요 경제지표와 인도의 상황을 비교해 보면, 인도의 견실함이 더욱 부각된다. 대외채무 중 단기채무 비중은 인도와 아르헨티나의 경우 각각 19%와 24.9%이며, 외환 보유고로 결재 가능한 수입 대금의 개월 수는 각각 11개월, 12개월로 비슷하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의 경우 인도는 3.24%인 반면 아르헨티나는 3.9%이다. 반면에 GDP대비 대외채무 비중의 경우 2017년말 기준으로 인도가 20.9%인 반면 아르헨티나는 42.6%에 달하며,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채무 비중은 각각 23.8%와 123.2%인데, 아르헨티나의 경우 1991년 인도 외환위기 상황과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IMF가 금년 4월에 발표한 “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에 따르면, 비거주자에게 빚진 공공부채와 외국통화 표시 공공부채의 경우 인도는 외국 통화 표시 공공부채의 규모도 5% 미만으로 작을 뿐만 아니라 비거주자에게 진 공공부채 비중도 10%미만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대외채무로 인한 리스크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르헨티나의 경우 각각 이 비율이 약 70%, 40%에 달해 대외 채무로 인한 위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5월 들어 실제로 위기가 표면화 되었다. 이상의 지표들을 종합해 보면 금번 신흥국 통화 위기가 인도로 전파될 가능성은 단기적 관점에서는 매우 낮다고 보여지며, 외환위기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금번 신흥국 통화위기가 일부 신흥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체로 까지 파급될 수 있는 또 다른 금융위기의 전조라면, 인도의 상황을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전 세계가 영향을 크게 받는 가운데 인도 또한 위기의 물결에 휩쓸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금번 신흥국 통화위기는 새로운 금융 위기의 전조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이다. IMF의 4월 “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는 헤드라인으로 “A Bumpy Road Ahead”를 적시하였다. 급속하게 불어난 글로벌 부채 규모가 결국은 금융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았다. 낙타 위에 밀짚을 한 줄기 한 줄기 쌓으면 꽤 오랜 시간 동안 낙타가 버티지만 결국 마지막 새로 쌓은 한 줄기의 밀짚 때문에 낙타가 쓰러지고 만다. 그리고 그 전조 현상은 낙타의 가장 취약한 부분, 그게 허리가 되었던지 아니면 4개 다리 중 하나가 되었던지 어느 한 곳에서 먼저 균열의 조짐이 발생한다. 금번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 통화 위기도 과도하게 팽창된 부채가 초래한 균열의 조짐이 아닌가 우려된다. 


경제학자인 하이먼 민스키(Hyman Minsky)는 외부적인 충격이 없어도 부채가 가진 부담 때문에 스스로 경제가 붕괴하는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 가설을 주장하였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새로이 주목 받았다. 현재 중국, 미국 등 많은 국가들의 경우 1$의 GDP를 창출하는데 수$의 부채를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향후 글로벌 금융 시장 동향을 주도 면밀히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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