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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와 미국의 새로운 군사협력: COMCASA

인도 고홍근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2018/10/04

지난 9월 6일 인도 외무장관 스와라즈(Sushma Swaraj)와 국방장관 시타라만(Nirmala Sitharaman)과 미국 국무장관 폼페오(Mike Pompeo)와 국방장관 매티스(James Mattis) 사이의, 소위 2+2 회담에서 앞으로 10년간 유효한 ‘통신 호환성 및 보안 협정(Communication Compatibility and Security Arrangements,  COMCASA)’을 체결하였다. COMCASA는 ‘군사정보에 대한 일반적 보안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GSOMIA)’, 군수교류협정 각서(Logistics Exchange Memorandum of Agreement,  LEMOA)’ 와 ‘지리적 협력을 위한 기본적 교류 및 협력 협정(Basic Exchange and Cooperation Agreement for Geo-spatial Cooperation, BECA)’과 함께 미국이 자신의 첨단 군사 장비를 구입하려는 국가들에게 요구하는 네 가지 기본 방위 협약 중 하나이다.

 

인도와 미국은 이미 2002년 GSOMIA, 2016년 LEMOA를 체결한 바 있으므로 COMSACA 체결은 두 국가 사이의 세 번째 방위협정이 된다.

 

COMCASA란 ?


COMCASA는 미국군과 다른 국가의 군대 사이의 상호 운용성 향상 및 첨단 기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미국이 동맹국 및 긴밀한 파트너 국가와 체결하는 4 가지 기본 협정 중 하나이다. COMCASA는 본질적으로 암호화된 통신 시스템의 전송을 용이하게 하여 두 국가의 군대와 군사무기의 상호 이용을 향상시키기 위한 법률적인 장치이다. 간단히 말해 무기 시스템을 운영하는 병사 또는 고위 장교는 대화 및 지시의 보안 유지가 필수이므로 ‘정교한 암호화 기술(COMSEC)’을 통해 서로 통신하고 소통한다. ‘코드(Codes)’와 ‘키(Key)’로 이루어져 있는 COMSEC을 기반으로 하는 미국산 보안통신 플랫폼을 구입 또는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협정이 COMCASA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협정에 의해 인도는 C-17, C-130 및 P-8I와 같은 미국산 군용 플랫폼을 위한 암호화된 통신 전용 장비를 조달·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 현재, 인도군의 플랫폼은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통신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앞으로는 보다 안전한 시스템을 사용하게 되었다. 협정 체결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서는 인도의 첨단 방어 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졌고 기존의 미국산 플랫폼을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인도군과 미국군 사이의 통신 상호 운용성을 강화할 것이고 그러한 시스템을 통해 획득한 데이터는 인도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개인이나 단체에도 공개되거나 양도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COMCASA가 체결된 것은 미국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도의 현 정부는 2016년 LEMOA 체결 이후 야당의 격렬한 비판을 받았었고 특히 내년 총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위험을 무릅쓸 필요성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은 협정 체결 직전인 9월 1일 예정되어 있었던 파키스탄에 대한 3억 불의 원조를 취소한다는 발표를 하여 모디(N. Modi) 정권의 체면을 살려주기도 했었다. 미국은 2016년 LEMOA 체결 이후에는 인도를 ‘주요 안보 동반자(Major Defense Partner)로 부르기 시작했고 트럼프(Trump) 행정부는 미국 태평양 사령부(US Pacific Command)를 인도-태평양 사령부(US Indo-Pacific Command)로 명칭을 변경하여 이 지역 내에서 인도의 증대하는 역할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주기도 했었다. 이 노력의 결과가 COMCASA로 나타난 것이고 일단은 미국의 외교적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COMCASA를 반대했던 인도의 여론

 

인도의 고위 외교관은 COMCASA가 미국과의 가장 높은 정치적 관계 형성이며 올해의 가장 중요한 외교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일찍이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인도 국내에서는 COMCASA에 대한 치열한 논란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침입을 허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협정 체결 이후에도 인도 국내에서는 COMCASA에 대한 반대 또는 우려의 목소리가 쉽게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COMCASA의 암호화 및 복호화(復号化) 알고리즘은 미국 측에 의해 설정되므로 데이터 침해가 가능할 수 있다. 또 암호화 및 그 해독을 위한 키잉(Keying)과 같은 기능을 미국 측만이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인도 측이 이러한 시스템의 유지 관리에 참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둘째, 인도의 안보를 위협할 잠재력이 있다. 인도 정부 내에서는 인도 군사 통신 시스템에 대한 미국의 자의적인 관여와  미국 보안 점검단의 군사기지에 대한 출입이 주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셋째, COMCASA가 인도의 러시아산 S-400 미사일 방어 시스템 인수 시도에 대해 전술적 압력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고, 앞으로 모든 COMSEC 장비를 미국 공급 업체로부터 구매하도록 요구받을 것이다.

 

넷째, 인도군이 사용하는 다수의 러시아산 플랫폼은 COMCASA와 호환되지 않을 수 있다. 마치 이것은 맥북 (Macbook)에서 윈도우(Windows)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섯째, 인도와 러시아의 전통적인 정치적·군사적 우호관계가 약화될 수 있다.

 

러시아(구 소련 포함)는 오랜 기간 인도의 우방이었던 동시에 1970년 대 이후 인도 최대의 무기 공급국이었다. 최근 2위 공급국인 미국이 그 격차를 많이 줄이고 있지만 아직도 그 지위에는 변화가 없다. 현재에도 인도의 최신예 항공모함은 러시아의 키에프(Kiev)급 항공모함을 개조한 것이고 그 탑재기 역시 러시아산이다. 공군은 러시아제 MiG-21 전투기와 MiG-27 전투기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에는 러시아의 핵잠수함을 임대하고 4척의 호위함을 구입하기로 결정하였고, 현재에는 러시아 판 싸드(THAAD)라고 부를 수 있는 S-400 방공 미사일의 구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Trump) 행정부가 자주 사용하는 외국에 대한 제재, 러시아에 대한 ‘적대자에 대한 제재조치법(Countering America’s Adversaries Through Sanctions Act)’이 인도의 러시아산 무기 구입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인도인들 사이에서 불만을 증대시키고 있다.

 

인도의 정치가, 학자 등의 사회 지도층 뿐만 아니라 일반 여론도 ‘제국주의 미국’보다는 ‘인도의 벗 러시아’에 기울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1970-80년대 구소련이 인도에 제공했던 막대한 무상원조와 외교적 지원의 아련한 추억이 많은 인도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COMCASA에 대한 반대는 미국에 대한 불신과 친 러시아적인 정서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모디 정부는 왜 COMCASA를 ?

 

2001년 9.11 사태 이후 인도와 미국의 정치·군사적 교류가 점진적으로 강화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COMCASA에 서명했다는 것은 그것이 인도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 지속되었던 도클람(Doklam) 사태이다. 도클람 사태는 중국과 부탄(Bhutan)의 국경분쟁지역에 중국이 군사용 도로를 건설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즉, 근본적으로 중국과 부탄의 문제인데 인도는 부탄이 자신의 ‘보호국가(Protected State)’라는 국제법에도 없는 개념을 내세우면서 도클람에 군대를 진주시켜 도로 건설을 중지시켰다. 당연히 중국은 이에 반발했고 두 국가는 2개월 이상 일촉즉발의 대치상태를 계속했었다. 인도군이 이런 군사적 모험을 한 전술·전략적 자신감이 무엇이었는지는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지만, 중국이 티베트에 중화기와 병력을 집결시키자 인도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즉, 인도의 군사 위성시스템으로는 중국군의 병력 이동과 전술적 배치를 충분히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8월 말 인도군은 철수를 했고 중국이 도로 건설을 중단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이 애매한 결말에서 인도가 절감한 것은 첨단 통신장비 및 기술의 필요성이었다. 정보통신 특히 군사정보통신 분야에서 미국을 필적할 수 있는 나라는 아직 없으므로 인도는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확대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COMCASA 찬성론자들과 인도 정부의 옹호 논리는 다음과 같이 미국 기술의 우수성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첫째, COMCASA는 실시간 작전 정보의 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민감한 통신 장비 및 코드를 제공하는 법률적인 틀(Legal Framework)을 제공한다. 미국산 군용항공기에 설치된 이 통신장비는 지대공 통신에 주로 사용되며, 최적의 전투 상황을 파악하게 하여 준다.

 

둘째, 미국의 데이터 링크는 가장 안전한 통신 플랫폼으로 간주되며, 인도는 실시간 이미지를 포함하는 미국 정보기관의 대규모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할 수 있다.

 

셋째, Comcasa는 인도와 미국이 동일한 통신 시스템을 사용함으로써 공동의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넷째, 이 협정에 의해 인도가 수입하는 미국산 C-130J 및 P8I 해상감시 항공기에 고도로 코딩된 최상의 통신장비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 않다면 인도는 안전하지 못한 상업용 시스템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COMCASA는 인도가 중국과 파키스탄의 군대 배치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미국과 공유하게 해준다.

 

여섯째, 인도는 해안선의 길이가 7,000Km에 달하는 국가이다. 이 긴 해안선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미국산 무인항공기 Sea Guardian과 같은 첨단 장비가 필요했다. 한 걸음 더 나가서 인도는 테러리스트와 마약 밀수꾼의 선박들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무장 무인항공기가 절실하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의 법률은 COMCASA가 체결되지 않은 국가에는 무장 Sea Guardian을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지금까지는 NATO회원국들과 일부 동맹국만이 그 판매 대상이었다. 이 협정의 체결로 인도는 무장 Sea Guardian을 수입할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

 

COMCASA가 갖는 정치적 의미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겠지만 인도가 군사정보기술의 측면에서는 과거에 비해 보다 첨단적이고 안전한 환경을 갖게 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COMCASA 이후의 인도와 미국은 ?

 

COMCASA가 체결된 직후 우리나라의 한 언론은 ‘미국과 인도가 중국 견제를 위해 양국 군사협력 수준을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라고 보도했다. 물론 군사정보와 통신의 공유, 동맹국에게만 제공하던 미국산 무장 해양 무인기의 판매 등의 단면만을 본다면 이 보도가 잘못되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도와 미국과의 관계는 ‘한 장의 낙엽을 보고 천하의 가을을 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지 않았었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근본적으로 인도와 미국의 세계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도는 비동맹을 기본 외교노선으로 포기하지 않고 있고 미국은 초강 세력으로서 그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특히 인도의 비동맹은 이념이나 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 왔었다. 한국전쟁에서의 미국과의 갈등 또는 1962년 인·중 전쟁 당시 미군 수송기의 비공식적 참전 등이 인도의 행동양식을 잘 보여주는 예들이다.

 

물론 COMCASA 협정 체결은 인도와 미국이 군사적으로 가장 가까워졌다는 이정표적 상징이 될 수 있다. 중국 변수가 앞으로도 양국 관계에서 크게 작용하겠지만 BECA 협정이 체결되기까지는 ‘동맹 수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너무 이른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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