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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파키스탄 핵개발에 따른 정치적 영향

파키스탄 김태형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8/05/18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남북 해빙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은 여전히 해결이 쉽지 않은 과제이다. 북핵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북한 이전에 새로운 핵무기 보유국이 된 국가들이 왜, 어떻게 행동하고 이 국가들의 외교전략, 정책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1998년에 핵실험에 성공하며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된 파키스탄의 사례가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파키스탄과 북한은 그들이 왜 핵무기를 보유하려 하였는지 그 이유와 관련하여 상당한 유사성이 존재한다. 먼저 양국 모두 인도와 한-미 동맹이라는 압도적으로 강한 재래식 전력을 보유한 상대와 대치하고 있다. 그리고 양국 모두 강대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두 조건은 상대적 약소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려 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파키스탄은 지난 1956년에 「파키스탄 원자 에너지 위원회(Pakistan Atomic Energy Commission, PAEC)」를 설립하며 원자력 에너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파키스탄 정부는 핵에너지의 무기 전용이라는 유혹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였으나 외부의 안보환경 변화가 파키스탄의 핵개발 방향을 강제하기 시작했다. 지난 1962년 중국과의 전쟁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경험한 인도가 전쟁 패배 이후, 특히 중국의 1964년 핵실험 직후 핵개발에 나섰다는 보고가 파키스탄 정부를 자극하였다. 만족스럽지 않게 종결된 1965년 2차 인도-파키스탄 전쟁 동안 파키스탄은 미국의 지원을 기대하였으나 오히려 유엔 안보리의 무기금수 제재를 당해야 했다. 당시 외무장관이던 강경 민족주의자로 인도가 원자폭탄을 보유한다면 파키스탄은 국민들이 풀을 먹더라도 반드시 자체 원자폭탄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부토(Zulfikar Bhutto)의 발언은 유명하다. 1971년 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 (방글라데시 독립전쟁)에서 인도군에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동파키스탄까지 상실한 후 파키스탄 엘리트층에는 더 이상의 치욕을 막고 영토의 존엄성 수호를 위해서는 핵무기를 통한 인도군 억지 말고 다른 길은 없다는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당시 기대하였던 미국, 중국으로부터의 원조는 철저히 무시되어 자체 핵무장이야말로 인도에 대한 유일한 억지 수단이라는 주장이 소수의견에서 주류의 견해로 변화한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저지 노력이 증대할수록 핵개발은 파키스탄의 주권과 존엄을 상징하게 되었다. 즉 미국 등 국제사회의 파키스탄 핵개발 저지 노력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파키스탄의 자체 핵억지 능력 보유 노력은 배가되었고 파키스탄 엘리트와 국민들이 이러한 목표를 향해 더욱 단단히 단합되는 계기가 되었다.


핵무기 보유국 지위 획득


이렇게 파키스탄의 핵개발 노력은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었고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파키스탄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산 미국의 압력이 급격히 완화된 틈을 타서 파키스탄은 핵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 소련의 지역 영향력 감소와 함께 파키스탄의 전략적 중요성 또한 줄어들면서 미국의 비확산 압력이 한층 거세어졌다. 하지만 대체로 1980년대 후반까지는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 능력이 완수되었다고 간주되어진다. 1998년 5월 인도의 핵실험 직후 미국의 강력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고위층에서는 「지금 아니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now or never)」 분위기가 팽배하여 마침내 3주 후 핵실험을 감행하였다. 이렇게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은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획득하였다.


파키스탄은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지도 않으며 부족 등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도 상당한 국가로 2017년 「취약국가 지수(Fragile State Index)」에서 17위라는 높은 수위에 랭크될 정도로 여러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왜 핵무기 보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는가? 역시 숙적 인도와의 재래식 전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하겠다. 파키스탄은 인도를 「파키스탄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론적 위협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양 국가는 1947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동시에 전개된 분할(partition)의 악몽을 간직한 채 독립 직후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네 번의 전쟁을 치렀고 그 외에도 수많은 전쟁 일보직전의 위기를 경험하였다. 대부분의 전쟁과 대결에서 파키스탄은 인도에 대한 열세를 뼈저리게 절감하였다. 인도는 인구도 훨씬 많고 GDP도 파키스탄의 9배에 달한다. 또한 인도의 군비 지출은 2016년 기준 560억 달러 정도로 세계5위의 군비 지출 국가로 파키스탄보다 7배 많은 군비를 지출하였다. 따라서 인구, 경제력, 군비 지출 등 일반적 국력과 재래식 군사력의 모든 지표에서 인도는 압도적으로 파키스탄에 앞서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재래식 전력의 뚜렷한 격차를 만회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핵무기를 통한 대인도 억지라고 파키스탄은 결론내린 것이다. 또한 파키스탄에게는 핵우산을 포함하여 안보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의존할 만한 강대국 동맹국이 부재하다. 1947년 탄생 후부터 파키스탄은 미국, 중국과 그 전략적 지위와 지정학적 위치를 이용하여 불안한 동맹관계를 교차적으로 맺으면서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제공 받았다. 그러나 1971년 전쟁에서 양 강대국 모두로부터 ‘방기’를 경험한 후 결국 자신의 방위는 자신이 수행할 수밖에 없으며 자력에 의한 인도와의 대결에서 생존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핵무기뿐이라고 결론내린 것이다.

 

핵무기, 안정/불안정 역설


하지만 핵무기 보유가 파키스탄이 기대하던 파키스탄 안보의 급속한 증대라는 인식으로 이어지진 않았고,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도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아시아 지역에는 양 라이벌 국가 간의 핵 독트린, 군사기술 향상, 정체성 갈등 등과 관련하여 심각한 불안요소가 존재한다. 남아시아 지역은 1990년 이후부터 라이벌 관계의 양국이 모두 핵무기를 획득한 후, 양국 간에는 핵전쟁으로의 비화를 우려하여 높은 수준 (전략적 수준)에서 대규모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지만 낮은 수준에서의 재래식 전쟁의 발발 가능성은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을 일컫는 ‘안정/불안정 역설’ 상황의 사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대치나 위기 상황이 파키스탄에 의해 촉발되었는데 핵무기 보유가 아니라면 애초에 그러한 시도 자체가 없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특히 핵무기 획득이 파키스탄 엘리트들의 영원한 수정주의적, 현상 타파적(revisionist) 희망사항인 카슈미르를 인도로부터 되찾아오려는 시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카슈미르를 둘러싼 인도와의 분쟁


카슈미르는 이미 양국 간에 세 번의 전쟁과 수차례의 위기를 발생시켰던 지역이다. 북부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중국) 사이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로 파키스탄의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카슈미르 지역은 파키스탄인들이 당연히 파키스탄에 귀속되어야 한다고 확고하게 믿는 곳이다. 1947년에 종교적인 이유로 인도에서 분할 독립한 파키스탄에게 다수의 주민들이 무슬림인 인도 통제 하의 카슈미르는 파키스탄의 정체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곳인 것이다. 파키스탄의 핵보유는 파키스탄군이 인도로부터의 강력한 보복 대응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세적인 정책을 추진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렇게 비정규군을 동원하여 재래식 전력에서 훨씬 우월한 인도를 상대로 비대칭전략의 추구를 가능하게 하였다. 파키스탄군도 카슈미르 지역에서의 반군 활동이 다른 유용한 지역에 배치될 수도 있는 상당 규모의 인도군을 잡아 두는 효과를 거두면서 자신들의 예산과 지위 정당화를 위해 카슈미르 지역에 더욱 공격적인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하는 조직적 이해를 갖고 있다. 많은 군 지도자들과 특히 파키스탄군 정보기구인 ISI의 경우에는 그들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무자헤딘 지원이 소련이라는 강대한 적군을 격퇴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믿고 있기에 카슈미르의 반군 지원이 인도에 대해서도 같은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보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파키스탄 정부의, 특히 파키스탄군의 카슈미르에 대한 집착이 곧 완화되리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핵무기 능력 보유와 카슈미르 획득으로 민족 정체성 면에서 민족국가 건설을 완수하려는 갈망이 결합하여 파키스탄 정부로 하여금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카슈미르 지역에서 인도에 대해 더욱 공세적이고 모험주의적인 정책을 추구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카슈미르 문제의 해결 없이 인도-파키스탄 간에 진정한 화해와 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지리라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최근 몇 년의 노력이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최근에도 카슈미르 지역의 통제선(Line of Control, LOC)을 사이에 두고 소규모 공격에 의한 양측의 사상자 발생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파키스탄의 핵전략, ‘전범위 억지’


한편 파키스탄의 핵전략은 인도와의 분쟁 시 위기가 발생할 경우 핵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함으로서 재래식 분쟁의 상황 악화를 방지하려는 억지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비대칭 확전형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도에게 파키스탄의 핵능력을 확실히 보여줘야 하기에 다양한 종류의 핵무기와 투발 수단을 보유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인도군이 카슈미르나 인도 본토에 대한 파키스탄군 지원으로 의심받는 테러 공격에 대한 일련의 대응에서 많은 한계점을 노정하여 유사시 소규모 정예로 신속하게 파키스탄을 재래식 전력으로 응징하는 새로운 군사독트린을 개발하였다. 하지만 인도의 새로운 독트린에 대한 대응으로 우려했던 것처럼 파키스탄은 핵사용 임계점을 즉각 하향조정하였다. 언제 파키스탄군이 핵무기를 사용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파키스탄의 핵무기 사용 ‘레드라인’ 또는 ‘임계점’은 의도적으로 모호하지만 명확하게 낮아짐으로서 인도군이 새로운 독트린대로 군사력 운용을 하는 것에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끔 한 것이다. 파키스탄은 억지 전략도 기존의 ‘전략적 억지(strategic deterrence)’에서 ‘전범위 억지(full-spectrum deterrence)’로 전환하였는데 이는 재래식 전쟁을 방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진하는 인도 지상군에 전술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여 비대칭적으로 위기 상황을 고조시키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키스탄은 2011년에 사정거리 60 km에 소형 핵탄두를 전술적 환경에서 투발할 수 있는 Nasr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상황에 따라 전술핵무기 선제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지역의 전략적 불안정성 증가


그러나 이러한 전술핵 의존 증가 경향이 양국 간의 전략적 불안정성을 대단히 증가시키고 저강도 분쟁의 발발 시 ‘상황악화의 통제(escalation control)’ 가능성을 현저히 저하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증대하고 있다. 냉전 시기 전술 핵무기(tactical nuclear weapons, TNW) 관련 혹독한 경험을 한 서구의 안보 전문가들은 파키스탄도 미국이 경험한 어려움과 유사한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냉전 당시 미소 초강대국 간의 대결이라는 상황과 현재 남아시아 상황과는 차이가 있으나 파키스탄도 다음과 같이 당시 미국이 겪었던 것과 거의 유사한 어려움과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 전술 핵무기는 억지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전술 핵무기는 상대방의 선제공격 충동을 야기한다; △ 전술 핵무기는 지휘, 통제, 소통(command, control, communication)에 혼란을 초래한다; △ 전술 핵무기는 실전 배치되었을 때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 등이다. 따라서, 전술 핵무기 배치는 핵무기 사용의 임계점(threshold)을 상당히 낮출 가능성이 높고 이 임계점을 넘어갈 경우 상황이 통제 불가로 확전될 가능성도 대단히 높다. 위기 안정(crisis stability), 확전 통제(escalation control)와 관련하여 위급 상황에서 핵무기 사용 결정과 미사일 발사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하여 전구 사령관에게 지휘, 통제(command and control) 권한을 미리 위임하는 경향은 특히 위험할 수 있다. 불확실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핵무기 사용 결정이 더욱 용이해져서 오히려 전략적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파키스탄은 전술 핵무기 배치 외에도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수 있는 일련의 무기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파키스탄은 다핵탄두(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 MIRV) 장착이 가능한 탄도 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순항 미사일(SLCM)이 그것이다. 파키스탄이 이러한 미사일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것은 인도의 탄도 미사일 방어(BMD) 체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무기 체계가 파키스탄의 전략적 보복 자산의 생존성을 확실히 해 줄 것으로 믿기 때문에 파키스탄은 위기 상황에서 전략적 무기 사용 수준으로의 확전을 걱정하지 않고 전장에서 전술 핵무기의 사용을 위협할 수 있다. 이렇게 파키스탄의 최근 노력은 전술 핵탄두, MIRVs, SLCM 개발과 실전 배치를 통하여 2차 (3차) 공격 능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술 핵무기의 경우처럼 이러한 MIRV 등 무기체계들의 개발, 배치가 양국 간의 전략적 안정에 공헌하리라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전략적 불안정성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변화, 수정된 양국의 군사 독트린과 핵전력 태세는 양국 간의 핵군비경쟁의 심화를 불가피하게 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지역의 전략적 불안정성을 증대시키고 위기관리를 대단히 힘들게 하며 소규모 분쟁 가능성과 이러한 분쟁의 확전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파키스탄 군부, 외교 안보정책 주도


핵무기와 관련하여 파키스탄은 군부가 압도적으로 강력한 지위를 갖고 특히 핵관련 문제를 독점하는 등 외교 안보정책이 대단히 군사화되어 있다. 파키스탄군은 인도에 대하여 특히 핵무기 관련하여 상당히 강경하고 비타협적인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군부 정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군 중심의 편향(bias)과 조직적 병리 현상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파키스탄의 경우 인도와의 관계 개선이나,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 아프가니스탄에의 불개입을 주장하는 인사들에 대하여 ‘배신자’ 라고 낙인찍을 정도로 강경하고 비타협적인 조직 문화가 막강한 군부를 중심으로 널리 퍼져 있다. 또한 최근 샤리프 총리를 퇴임하게 만든 부패 스캔들의 배후에 군부가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파키스탄군은 카슈미르 지역뿐만 아니라 인도와의 대결에서 전략적 종심(strategic depth)의 확보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에도 친파키스탄 세력의 성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들 그룹들은 아프간 정부군, 미군 등을 공격함으로서 서구에서는 테러단체로 규정되었다. 파키스탄군의 보호와 지원 아래 성장한 이들 그룹은 파키스탄 내에서도 공공시설, 군부대 등에 대한 공격을 증대함으로서 많은 희생자와 함께 파키스탄 정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일부 그룹이 파키스탄군과 정부의 적으로 돌아섬으로서 많은 문제와 파괴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파키스탄, 미국과의 관계 악화


이러한 상황은 파키스탄과 미국과의 관계도 악화시키고 있다. 냉전 시대에는 소련에 대응하고 탈냉전 시기에는 아프가니스탄 등의 글로벌 테러에 대응하는 미국의 대전략에 아주 매력적인 지정학적 위치에 자리한 파키스탄은 놓치기 힘든 국가이다. 미국의 비확산 정책에 반하는 핵무기 개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파키스탄에 대하여 막대한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였다. 하지만 수년 간 파키스탄 정부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반군, 테러 조직의 척결에 미온적이고 오히려 도움을 주고 있다는 미국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현재 트럼프 행정부 하 파키스탄-미국 관계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파키스탄-인도 양국의 관심이 첨예한 카슈미르 지역도 긴장과 충돌이 지속되면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양국 간의 관계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분쟁의 발발 가능성에 대비하여야 한다. 또 다른 전쟁의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하지만 라이벌 국가 간의 기술 개발, 핵 독트린 변화, 국내 정치, 강대국의 관심 등 여러 복잡한 요인으로 항상 주의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면서 인도가 주요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고 한국 정부도 신남방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인도 등 남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카슈미르나 파키스탄에서의 정정 불안에 유의하고 파키스탄 국내 정치의 변화에 주목하는 한편, 남아시아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채로 대치하고 있는 양국의 전략, 독트린, 무기 개발 경쟁을 면밀히 분석하여 분쟁 발발과 확전의 가능성에도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양국 간의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카슈미르 문제 해결이 필수적인데 예전의 노력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하지만 양국의 상호 안보와 복리 증진을 위해서도 카슈미르 문제에 대한 진지한 대화와 신뢰 회복 조치가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파키스탄, 인도 양국의 안보 위기 해소에 최근 급속한 남북 관계 신장으로 오랜 기간의 갈등과 대결 국면을 화해와 협력 상황으로 전환시킨 경험이 있는 한국이 기여, 협력할 수 있는 기회,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양국 간에 신뢰 회복 조치(confidence building measure) 추진을 위해서 과거 양국의 대규모 군사 훈련이 위기를 촉발하는 원인이었던 경우가 적지 않았던 바, 규모, 기간, 장소, 목표 등 군사 훈련에 대한 개략적인 사전 통보와 나아가 상대국 군사 훈련 참관 등이 필요하다. 또한 국경 지역에서의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에도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신뢰 회복 조치에는 정부 관계자들만의 만남이나 협상이 아닌 학자, 기업인, 예술가, 스포츠인 등의 활발한 교류를 통한 관계 개선 노력도 포함되는데 사실 정부 간에 상호 불신의 골이 깊을 경우 민간인들의 교류가 물꼬를 트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이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여 남아시아 양 국가의 관계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신남방정책은 결국 경제 협력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분야에서의 협력을 아우르며 전반적인 관계 증진을 목표로 하기에 한국 정부는 이런 노하우 제공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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