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ㆍ유라시아

러시아 3분기 경제 지표상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가하락 등의 악영향이 아직 크게 반영되고 있지 않다. 1-9월 경제성장률은 7.7%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성장세 둔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분기별 GDP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9.5%)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08년 1분기 8.5%→2분기 7.5%→3분기 7.1% 등). 1-9월 산업생산은 전년동기대비 5.4% 성장에 그쳤다. 3분기 연속 산업생산의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 분야의 성장이 부진하다. 제조업 중에서도 식음료(3.8%), 화학제품(2.2%), 금속제품(1.5%)의 생산 증가율이 매우 낮았다.

1-9월 고정자본투자 증가율도 전년동기대비 8.2%P 하락한 13.1%에 그쳤다. 3분기 고정자본투자 증가율은 9.9%로 1분기의 19.1%에 비해 크게 둔화된 모습이다. 이는 2분기 및 3분기 연속 건설 부문의 증가 속도 둔화에 기인한다. 3분기 건설 부문 증가율은 1분기의 28.9%보다 크게 떨어진 9.5%에 머물렀다. 특히 9월에 자본유출 및 금융위기로 대출이자가 급상승하고 대출기간 축소로 투자가 크게 위축되었다. 일부 은행들은 부동산 시장의 지나친 가격 변동 우려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중단하였다. 실제로 1-9월 주택 공급 면적은 3,520만㎡로 전년동기 대비 3.9% 증가에 그쳤다. 2007년 동기간 증가율이 30%을 넘었던 것에 비하면 매우 위축된 모습이다. 특히 9월 주택 건설 증가율은 2.1% 마이너스 성장하는 등 금융위기의 영향이 실물경제로 옮겨가고 있다.

1-9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15.0%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1-9월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7.8%로 07년 동기 증가율 10.4%에 비해 크게 둔화되었다. 3분기만 보면 7.1% 증가에 그쳤다. 이는 최근 6년간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전년말대비 10.6%, 전년동기대비 15.0%) 때문이다. 따라서 높은 물가상승률과 가처분소득의 감소로 향후 소비도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1-9월 대외무역 규모는 전년동기대비 48.1% 증가한 5,907억 달러를 달성하였다.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하락 및 세계 경제 성장 둔화 등 대외적인 악재가 아직 반영되지 않은 결과이다. 러시아 주요 수출품의 가격 상승으로 1-9월 수출은 3,720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5배 증가하였다. 1-9월 수입은 2,187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4배 증가하였는데 이는 투자활동 및 소비 증가가 주원인이다. 1-9월 무역수지 흑자는 1,533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6배 증가하였다. 러시아 수출 및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우랄산 유가가 1-9월 평균 108달러/배럴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으나 9월 유가는 배럴당 평균 97달러로 전월대비 13% 하락하였다. 유가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현재 배럴당 60달러선이 붕괴될 위기로 무역수지 흑자폭이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또한 최근 석유 등 주요 수출품 가격 하락과 주식시장 하락에 따른 외국인 자본 이탈 등으로 외환보유고가 9월 한달 동안 255.7억 달러 감소하였다. 그 결과 1216.5억 달러(1-8월) 였던 외환보유고 증가액이 781.8억 달러(1-9월)로 감소하였다. 10월 1일 현재 러시아 총 외환보유액은 5,561억 달러 수준이다.

러시아 정부는 08년 GDP 성장률을 7.3%로 추정하고 있으나 많은 전문가들은 7.0%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09년 러시아 경제는 최근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와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많은 전문기관들이 6% 초반대에서 5% 중반대의 GDP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자원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경제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 이하로 유지될 경우 5% 초반대의 경착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