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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 금융위기의 원인과 대응전략

러시아 변현섭 롯데경제연구소 해외경제팀 수석연구원 2009/09/12

러시아 경제가 세계적인 금융위기 및 유가하락과 맞물려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가는 연일 폭락하여 97년 외환위기 이전 수준까지 떨어졌고, 환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신용평가사인 Standard & Poor’s는 러시아 국가신용등급(BBB+)의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조정하였다.

 

10월 24일 기준 러시아 주가지수 RTS는 지난 1주일여(10월 17~24일) 동안 세계 각국의 주요 증시 가운데 한국(KOSPI, -20.5%)을 제외하고 가장 큰 하락폭(-17.7%)을 보였다. 또한 올해 최고치에 달했던 5월 19일 주가(2,498)에 비해서는 78% 하락한 549를 기록하였다. 러시아 증권 당국은 폭락을 견디다 못해 28일까지 주식거래를 일시 중단키로 결정하였다. 환율은 2008년 7월 16일 달러 대비 최고 23.1 루블까지 내렸다가 10월 24일 현재 27.2 루블까지 치솟는 등 루블화 가치는 최근 2년내 최저 수준(2006년 7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루블화 가치 안정 및 유동성 공급을 위한 시장 개입으로 외환보유고는 최고 5,975억 달러(08년 8월 8일)에서 5,157억 달러(08년 10월 17일)로 13.7%(818억 달러) 급감했다.

 

러시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취약한 근본 원인은 자원의존형 경제구조와 낙후된 금융산업때문이다. 러시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70% 이상이 에너지 자원 관련 기업으로 유가에 매우 민감한 구조이다. 최고 배럴당 150달러까지 육박했던 국제유가가 최근 60달러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원유 및 가스 수출이 전체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유가 95달러/배럴 기준으로 내년 예산을 편성했던 러시아로서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경제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 또한 1,000개가 넘는 소규모 은행들이 난립하고 있고 50% 이상이 모스크바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상위 5개 은행의 자산이 전체 은행 산업 총자산의 약 44%을 구성하고 있는 등 러시아 은행 산업의 구조적 문제점들이 금융 불안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2008년 6월말 기준 전체 외채(5,271억 달러, 단기외채 1,031억 달러 포함) 중 은행의 해외차입이 약 36.3%인 1,913억 달러(단기외채 605억 달러 포함)에 달하는 등 해외자금에 기반한 금융 시스템을 가졌다. 특히 중소 영세 은행들은 해외차입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신용경색이 지속될 경우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은행에 대한 불신으로 러시아 국민들은 9월 한달간 약 72억 달러의 예금을 인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의 유동성 부족 등 금융 위기는 운전자본에서 은행대출 비중이 높은 목재가공, 통신, 농업 등 분야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최근 1년반동안 은행 부채 비중이 급속히 증가한 건설, 부동산, 소매업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1~9월 주택 건설 증가율은 3.9%로 전년동기의 31.3%에 비해 약 8배 하락하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택건설 침체가 201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상반기 약 30% 상승한 주택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고 2009년말까지 20% 가량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16.5~17%의 모기지 대출 금리 및 15%의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9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어려움에 처한 자국 은행권 지원, 국내 증시 하락 방지 등을 위해 2,00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우선, 3대 국책은행인 Sverbank(저축은행), VTB(대외무역은행), Gazprombank을 통해 약 430억 달러(1조 1,200억 루블)가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금융기관에 제공될 예정이다. 기업의 대외부채 융자를 위해 중앙은행은 VEB(대외경제은행)에 500억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증시 부양을 위해 재무부는 국부펀드(10월 1일 현재 489억 달러)의 40%(195억 달러)을 루블 자산을 매입할 수 있게 법을 개정했고 국가두마(하원)가 이를 승인하였다. 이 자금의 약 80%는 주식 및 회사채 매입에 사용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석유 수출세 인하(10월1일 485.8$/톤→ 372.2$/톤), 지급 준비율 인하(9월18일 5.5%→ 1.5%, 10월 15일 1.5%→0.5%)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 등 금융시장 안정 노력과 막대한 외환보유고 등을 감안하면 1998년의 모라토리엄과 같은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지만 러시아 경제의 장기적인 불안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은행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고 기술 개발 및 선진 경영 기업 도입을 통해 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여 자원 수출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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