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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유로존 양적완화, 그리스 암초에도 출항은 비교적 순조

중동부유럽 일반 국내연구자료 기타 류상윤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2015-02-02 등록일 : 2015-02-09 원문링크

그리스 채무위기 가능성이 다시 떠오르고 있고 추가 양적완화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지만 주요 유로존 국가들의 주가지수가 상승하고 기대 인플레이션률이 높아지는 등 이번 ECB의 대규모 양적완화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2012년 남유럽 국가들의 채무위기를 극복한 후 회복세를 보이던 유로존 경제는 작년 2분기 들어 회복세가 둔화되고 물가상승률 하락도 지속되어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었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일부 남유럽 국가들에서는 이미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이나 일본처럼 유럽중앙은행(ECB)도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작년 8월 잭슨홀 미팅에서 드라기 총재는 그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을 받았다.

ECB, 디플레이션의 기로에서 추가 양적완화 결정

하지만 ECB 정책이사회(governing council) 내의 금융완화를 둘러싼 의견대립(특히 독일이 재정규율, 구조개혁을 중시하며 금융완화에 반대)과 각국이 개별적으로 발행하는 국채를 어떤 방식으로 매입할 것인가 하는 기술적 문제로 곧바로 국채 매입을 통한 대규모 양적완화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대신 작년 10월부터 자산유동화증권과 커버드본드 매입 프로그램(각각 ABSPP, CBPP3)이 시행됐지만 그 규모는 매월 130억 유로에 그쳤다(작년 11, 12월 평균).

결국 작년 12월 유로존 국가들의 평균 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그림 1> 참조). 유가 하락의 영향도 컸지만 물가상승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해왔던 것을 감안할 때 디플레이션 기대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통화당국의 정책대응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었다. 결국 ECB도 대규모 국채 매입이라는 수단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 1월 22일 ECB은 작년 10월부터 실시해온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은행(BOJ)과 마찬가지로 2%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대규모 국채 매입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기존 프로그램을 포함해 올해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매달 600억 유로 규모로 자산 매입이 확대되며 기간은 필요할 경우 연장할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ECB와 유로존 각국 중앙은행들로 구성된 유로시스템의 자산(연결 기준)은 현재 약 2조 유로에서 내년 9월에는 약 3조 유로로 늘어나 작년말 드라기 총재의 발언대로 2012년의 정점 수준에 다시 도달하게 된다(<그림 2> 참조).

금융시장은 긍정적 반응

작년 8월 잭슨홀 발언 이후 대규모 국채 매입이 결정되기까지 5개월이나 걸렸지만 시장은 재빠르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인 데다 내년 9월까지를 기간으로 하면서도 연장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국가들의 주가지수는 정책 발표가 있던 1월 22일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그 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그림 3> 참조). 예상이 미리 반영된 것까지 포함한다면 1월에 상승세가 뚜렷했다. 남유럽 이탈리아, 스페인의 주가가 독일과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다만, 리스크가 높아진 그리스는 정책 발표의 혜택을 입지 못했다.

인플레이션 기대도 높아졌다. 물가연동 국채와 일반 국채 가격을 비교하여 계산한 기대 인플레이션률은 하락세에서 1월에 반등했다(<그림 4> 참조). 정책 발표 후 며칠 하락하였지만 그 전의 오버슈팅이 진정되어 가는 과정일 수 있다. 이 지표 역시 이탈리아, 스페인이 독일과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 유로존 전체에서 디플레이션 기대를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로 결정된 이번 프로그램이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적완화의 효과를 제한하는 요소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ECB는 미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본에 가까운 수준으로 자산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2008년 1월 대비). GDP 대비 규모로 봤을 때 이번 양적완화가 만일 과거 미국이나 영국에서와 유사한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가정하면 중기 인플레이션 목표(2%)가 달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도 있다.

하지만 미국, 영국에 비해 유로존의 양적완화는 덜 효과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양적완화는 다양한 채널로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데 대표적인 것이 통화 가치 하락, 대출 확대, 자산 가치 상승이다. 통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수출을 자극하여 경기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1월 유로화 가치는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그림 6> 참조). 유로화 약세는 독일을 비롯한 무역흑자국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그것이 다른 유로존 국가들로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영국 그리고 일본과는 달리 현재 유로존은 상당한 규모의 무역흑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통화하기 하락이 제한적일 수 있다.

대규모 국채 매입을 통한 국채 가격 상승은 금융기관들이 국채를 팔고 그 자금으로 대출을 하거나 국채보다 더 위험한 자산을 구매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유로존의 경우 금융기관들이 부실채권 부담으로 대출 확대에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대출을 늘리려고 하여도 민간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작년 10월 ECB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완료되어 은행들의 숨통이 트였지만 대출은 여전히 전년 대비 감소한 상태이다(<그림 7> 참조). 작년말 실시된 TLTRO(Targeted LTRO, 주택구매자금 이외의 민간 대부 촉진이 목적) 프로그램이 ECB의 예상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민간 대출 수요가 부진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유럽이나 일본의 가계, 기업은 미국, 영국에 비해 위험 자산 구입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금융기관들이 국채를 팔아서 생긴 자금 대부분을 BOJ에 다시 맡기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성향은 자산 가치 상승을 억제하여 자산 효과(wealth effect)가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도록 한다. 일본에서는 아베노믹스 초기에 주가 상승이 소비를 촉진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나 포트폴리오 효과보다는 엔화 약세가 주가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미국, 영국에 비해 유로존 경제는 유로화 약세 효과 외에 다른 효과는 충분히 누리기 어려운 상태에 있으며 유로화 약세 역시 무역흑자로 제한적일 수 있다. 게다가 국가간 경계의 존재가 야기할 정책 효과의 불투명성, 향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남아있어 법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 확장적 재정정책이 동반되지 않은 점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좀더 근본적으로는 최근 일본에서 관찰되고 있듯이 구조개혁이 동반되지 않은 통화정책은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로존 경제를 발목 잡고 있는 국가들이 금융완화가 가져다줄 시간적 여유를 구조개혁 실행에 활용하지 않는다면 다시 어두운 앞날이 되풀이될 수 있다.

그리스 사태도 유로존 불안 요소

그리스 문제도 양적완화의 효과를 불확실하게 하는 요인이다. 그동안 유로존 재무장관회의(Eurogroup), ECB, IMF, 즉 이른바 트로이카(Troika)가 제시한 재정긴축 프로그램에 타협적인 태도를 유지해온 사마라스 정권이 막을 내리고 1월 25일 총선을 통해 재정긴축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그리스어 약어로 시리자)의 치프라스 정권이 출범했다. 과반수를 얻지 못해(300석 중 149석) 온건 좌파들과의 연정구성 과정에서 강경 노선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시리자는 우파진영의 긴축 반대파인 독립 그리스(13석)와 손을 잡음으로써 강경 노선을 재확인하였다.

치프라스 정권은 유로존 탈퇴를 내세우지는 않으나 트로이카를 상대로 부채삭감과 재정긴축 조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독일, 핀란드 등은 부채삭감은 다른 국가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올해 2월말까지 검토를 거쳐 지원 프로그램 갱신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곧 양측의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구제금융 하에서 그리스는 장기간에 걸친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으며 최근(작년 10월)에도 실업률이 26%에 달했다. 현재의 구제금융 조건이 가혹하며 어떤 형태로든 그리스인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조건이 갱신되어야 한다는 의견 또한 유럽 내에 적지 않다. 그리스 치프라스 정부와 독일 메르켈 정부가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자고 하면 타협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국내 정치적 입지 때문에 양측이 강경 일변도로 치닫는다면 채무불이행 사태, 더 나아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채무불이행이나 그렉시트(Grexit)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 충격은 지난 채무위기 때보다는 덜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정부부채의 대부분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ECB, IMF와 같은 공적기관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민간 채권자들의 몫은 크지 않다(<표 2> 참조). 유럽 민간은행들의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exposure)도 크게 줄어든 상태이다(<그림 8> 참조). 또한 여타 남유럽 취약국들은 수년간의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경기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그리스 신정부 출범에 과거 PIIGS에 속했던 이탈리아,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이나 주가지수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그림 9> 참조).

하지만 정도는 덜하더라도 그리스에서 다시 한번 채무위기가 발생한다면 유로존에 또다시 충격파가 몰아칠 수밖에 없다. 그리스 사태는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유로존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CB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과 맞물려 터키 등 몇몇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통한 금융완화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은 세계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통화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 부정적 영향이 혼재한다. 양적완화로 인해 유로존 경기가 회복된다면 우리나라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유로존 내 유동성 확대와 수익률 하락은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을 늘려 자산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로화 가치 하락과 함께 자금 유입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게 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도 예상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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