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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경제] 이라크 사태의 경제적 파장

아프리카ㆍ 중동 기타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김석진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1998-02-25 등록일 : 2018-10-05 원문링크

미국과 이라크 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걸프 지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사태가 단기간 내에 수습될 가능성이 높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97년 10월 이래 유엔 무기사찰단의 활동을 둘러싼 미국과 이라크 간의 마찰은 올해 들어 본격적인 군사충돌 직전의 상태로까지 격화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1월 13일, 이라크측의 방해로 유엔 무기사찰단의 활동이 재차 중단된 후, 미국 정부는 이라크가 무기사찰을 무조건 수용하지 않는 한 군사공격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곧바로 준비작업에 착수하였다. 

미국 공격 의지 단호 

이라크는 미국이 자국의 군사력을 완전 무력화시키려 하는 데 대해 커다란 불만을 품고 있으며, 무기사찰단 내의 미국인들이 스파이 활동을 해왔다고 비난하고 있다. 또한 그간 무기사찰단의 활동이 계속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국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 조치가 더디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해 왔다. 후세인 정권은 이번 사태를 경제 파탄 상태 하에서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고 아랍권의 반미 분위기를 고취하는 기회로 삼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91년 걸프전 종전 후 여러 차례 이라크를 공습하고도 별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던 미국은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무기사찰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 군사행동을 반대하고 주요 아랍국들이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는 등 국제 여론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영국과 함께 걸프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였으며 나가노 동계 올림픽이 끝나는 2월 하순 무렵 공격을 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외교적 해결, 미국의 공습 후 단기간내 사태 수습, 미국의 공습 후 사태의 장기화라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구성해 볼 수 있다. 첫째, 이라크가 2월 들어 몇 가지 조건을 달긴 했지만 대통령궁 등 그동안 개방하지 않았던 지역에 대한 무기사찰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해 외교적 방법으로 사태를 마무리지을 여지가 남아 있다. 둘째, 미국이 공습을 실행할 경우 미국과 이라크 간의 군사력 격차가 걸프전 당시에 비해 워낙 현격하게 벌어져 있기 때문에 이라크가 한 발 물러서 비교적 단기간 내에 사태가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3년 1월과 6월, 그리고 96년 9월에 있었던 미국의 이라크 공습은 모두 그런 식으로 마무리되었다. 

전후 상황을 고려할 때 이 두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의 공격 의지가 훨씬 단호하고 공습 규모가 전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이라크가 생화학무기 등을 사용, 이스라엘이나 쿠웨이트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면서 결사 항전을 결행하는 시나리오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라크 석유 수출량 미미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번 사태의 추이를 지켜 보며 국제유가의 동향은 어떠할 것인지,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0년 8월초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후, 국제유가는 한 때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약 20 달러에서 40 달러까지 폭등하는 등 걸프전이 끝난 91년 2월말까지 반 년여에 걸쳐 심각한 불안 양상을 나타낸 바 있었다. 당시 유가의 급등 현상은 주요 석유 수출국었던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동시 수출 중단으로 인한 하루 약 450만 배럴의 원유 공급 부족 때문이었다.

이에 비해 이번의 사태는 국제 원유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석유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걸프전 종전 후 석유 수출을 전면 금지당했던 이라크는 유엔과 합의한 ‘식량 구입을 위한 석유 수출 프로그램’에 따라 96년 12월부터 석유 수출을 재개하였으나, 6개월간 20억 달러라는 제한을 받고 있다. 이에 따른 이라크의 석유 수출 물량은 하루 60∼80만 배럴 정도로 하루 8,000만 배럴에 육박하는 세계 원유 공급의 1%에도 못 미친다. 

또한 아랍권의 연대와 협력 분위기가 모처럼 조성되기 시작한 최근의 상황에서 이라크가 아랍 산유국들을 공격할 가능성은 낮으며, 현저하게 약화되어 있는 군사력으로는 미군이 방위하는 쿠웨이트에 대한 침공을 성공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중동 지역의 석유 수출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하락세 

96년의 강세 기조에서 벗어나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나타냈던 국제유가는 97년 11월 중순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보여 올해 1월과 2월에는 9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에서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본래 수요가 증가하는 겨울철에는 유가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최근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진 것은 공급 증가 요인과 수요 감소 요인이 한꺼번에 겹친 데 기인한다.

 

OPEC 회원국들은 97년 11월 제103차 총회에서 98년도 산유량 쿼터를 97년의 하루 2,503만 배럴에서 약 10% 증가한 2,750만 배럴로 상향조정하였는데, 98년 1월에 이미 이 쿼터를 초과하여 하루 2,800만 배럴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그렇지만 비OPEC 산유국들이 유전 개발을 강화하며 시장 점유율 증대를 꾀하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OPEC의 담합 능력은 거의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금융위기로 인한 아시아 국가들의 석유 수요 증가세 둔화와 엘니뇨 현상에 따른 이번 겨울의 이상 온난 기후로 인한 수요 감소가 겹쳐 최근 국제 원유시장에서는 하루 50∼80만 배럴의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월 1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라크의 석유 수출 한도를 6개월간 52억 달러로 인상하자는 안을 유엔 안보리에 공식 제출하였는데, 미국도 이라크가 무기사찰만 허용한다면 이 안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사태가 단기간 내에 수습된다면, 올해 안에 이라크의 석유 수출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상의 사정으로 미루어 볼 때 98년 국제유가는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이라크간에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단기적으로 급등세를 보이다가 곧 정상궤도로 복귀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에도 97년 유가수준에서 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금융시장에도 큰 영향 없을 듯 

국제적으로 전쟁 분위기가 고조될 때에는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게 마련이다. 심리적 불안감이 커져 주요국의 증시가 폭락 장세를 보이고 안전 통화로서의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달러화 환율이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는 유가 상승과 그에 따른 인플레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국제 금리가 상승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이번의 이라크 사태는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 해도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못 미치리라는 관측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에 아직까지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있다. 달러화의 강세는 일본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 때문에 제약을 받고 있고 증시나 금리에 대한 영향도 뚜렷한 게 없다. 실제 공습이 개시된 직후에는 주가 하락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아시아 금융위기의 향방 등 훨씬 중요한 변수가 많기 때문에 그 영향은 일시적인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만일의 경우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전쟁 분위기로 인한 심리적 효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원유도입액 크게 늘 듯 

이라크 사태는 원유 도입단가와 석유제품 수입가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우리 경제에 일정한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97년 11월 이래의 외환위기는 우리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가하고 있는데, 이라크 사태가 단기간내 수습되어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그만큼 외화부담이 줄어들어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97년에 원유 도입을 위해 177억 달러의 외화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총수입 1,446억 달러의 12.2%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98년에 원유도입량이 경기 침체로 97년보다 소폭 감소한 8억 6천만 배럴(통상산업부 전망치)에 머무르는 한편, 국제유가의 하락세 지속으로 평균 원유 도입단가가 97년보다 약 4 달러 낮은 배럴당 16 달러로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원유 도입을 위한 외화 부담은 40억 달러 감소한 137억 달러에 그치게 된다. 반대로 이라크 사태가 장기화되어 국제유가에 재차 상승 압력을 가하게 된다면, 국내 외환 사정은 그만큼 악화될 것이다. 

국내유가 인상 부담 

이라크 사태가 악화되더라도 이라크가 주변 아랍 산유국의 유전 지대를 공격하지 않는 한, 국내 원유 도입 물량의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남는 문제는 국내유가의 인상 부담이다. 환율이 97년의 2배 가까이 올라 있는 탓에 원유 도입 단가의 상승은 원화 표시 절대액에 있어 국내 석유류의 원가 상승 부담을 과거보다 훨씬 가중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석유류 소비자 가격은 97년 11월 이래의 환율 상승과 98년 1월의 석유류 세금 인상에 따라 휘발유는 50% 가까이 올랐고 등유와 경유는 100% 정도 올랐다. 그나마 더 이상의 인상이 억제되고 있는 것은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세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97년 1월부터의 정유사 판매가격 사전 보고제를 거쳐 7월 이후 유가의 완전 자유화가 실시되고 있으므로 각 정유사는 가격 인상 요인을 자유롭게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따라서 2월 하순 이후 전쟁이 발발하고 국제유가가 급등한다면, 곧이어 국내유가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국내유가 결정구조에 비추어 볼 때, 원유가격 10% 상승시 국내 석유류 소비자 가격의 평균 인상률은 4∼5%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유비무환의 자세 필요 

이번의 이라크 사태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자세를 견지할 필요는 있다. 예상 밖의 사태가 벌어짐으로써 국제유가의 강세가 상당 기간 지속되기라도 한다면 가뜩이나 침체된 국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우선 직접적으로는 환율 급등에 따라 막대한 환차손을 입은 정유업계의 경영난을 심화시키게 될 것이며, 국내유가의 추가 인상을 통해 운수·교통, 석유화학, 화학섬유, 자동차 등 산업 연관 효과에 따라 국내 산업 전반에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이에 따른 물가 상승과 그로 인한 소비 둔화와 투자 부진 등 경기 위축 효과도 과거의 호황 때보다 훨씬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다. 

지난 90년의 걸프 사태 때에는 석유사업기금 활용과 석유류 관세 인하 조치를 통한 국내유가 인상 억제가 이같은 경기 위축 효과를 완화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감스럽게도 석유사업법에 따른 유가완충자금이 97년 11월말 현재, 2,794억원에 불과한 데다 IMF 지원 조건상 예산 편성에 제약이 많아 세금 인하 조치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만한 여지가 크지 않다. 

예상대로 사태가 단기간내 종결되고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지속한다면 더 없이 다행이겠지만, 만에 하나 사태가 악화될 경우에 대비하여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보다 획기적인 에너지 절약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각 기업은 경영 합리화와 원가 절감, 에너지 저소비형 제품 개발, 수출시장 개척 등을 통해 난국을 헤쳐 나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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