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원조 시스템은 19세기에 그 싹을 틔워,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거치며 각국 대외정책의 일 부가 되었고, 주로 서구 선진국들의 가치관과 선호에 의해 형성되었으나, 신흥 공여국들의 등 장으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중국은 높아진 경제적 위상과 더불어 주요 공여국으 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였으며, 서구국가들의 원조와 구별되는 독특한 원조사(史)와 특징으로 인해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본 연구는 중국의 대외원조 가운데 최장 시간 동안 최대 규모의 자원이 투입되었던 대(對)베트 남 원조의 사례를 통해 중국 대외원조의 시행과 중단에 이르는 과정을 분석하였다. 특히 왈츠 (Kenneth Waltz)의 세 가지 분석수준 이론에 따라, 원조의 시행에 관한 의사 결정 배경을 체제 수준, 국가수준, 개인수준 등으로 나누어 고찰했다. 1950년대 중국의 대외 정책에 영향을 미쳤 던 냉전적 시대배경과 그에 따른 이념적 명분과 함께 지정학적 전략에 의한 필요, 고대 조공체 제를 거치며 형성된 주변국과의 독특한 역사 감정, 함께 공산혁명을 겪은 동지애로 맺어진 사 회주의 국가 1세대 지도자들 간의 친분 등은 베트남 원조를 시행하는 핵심적인 동기가 되었다. 그러나 20여 년이 흐르며 나타난 국제 및 국내 정세의 변화와 가치관의 변동은 상술한 동기들 을 약화시켰고, 결국 1978년 원조가 전면 중단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베트남의 사례는 중국 대 외원조 정책의 전형성(典型)을 보여주는 동시에 중국의 대북원조를 이해하는 데에도 적지 않 은 시사점을 지닌다. 대북 원조와 유사한 배경 하에서 시작되었던 베트남에 대한 원조가 중단 되는 과정을 파악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역행하는 중국의 북한 지원이라는 숙 제를 안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