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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제 16차 BRICS 정상회담, 새로운 세계 질서의 서막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EMERiCs - -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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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차 BRICS 정상회담, 새로운 세계 질서의 서막


러시아 카잔에서 제 16차 BRICS 정상회담 개최


2024년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 카잔(Kazan)에서 제 16차 BRICS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카잔은 러시아의 주요 도시 중 하나로, 역사적 유산과 현대적 인프라가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이곳에서 개최된 이번 정상회담은 세계 경제와 정치 무대에서 BRICS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회원국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행사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 수 년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정치적 긴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개최된 이번 정상회담에서 BRICS 회원국들은 경제 협력과 정치적 연대를 통해 새로운 국제 질서 확립을 도모했다. 이번 정상회담에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 주석,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Abdel Fattah el-Sisi) 이집트 대통령, 아비 아메디(Abiy Ahmed) 에티오피아 총리,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이란 대통령, 모하메드 빈 자이드(Mohamed bin Zayed)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을 비롯하여 회원국 및 파트너국, 후보국 정상들이 참석하여 경제, 무역, 기술 협력, 기후 변화 대응 등 다양한 의제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첫 날 개막식에서는 각국 정상들의 기조 연설이 진행되었고, 둘째 날에는 다양한 세션을 통해 경제 협력 방안,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 실현을 위한 공동 노력, 디지털 경제 발전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마지막 날에는 카잔 선언(Kazan Declaration)의 채택과 함께 정상회담의 성과를 정리하는 폐막식이 진행되었다. 


러시아, BRICS 정상회담 개최로 국제사회에 건재함 과시…우방국들과의 협력 확대


202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제15차 BRICS 정상회담에서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가 회원국으로 추가되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5개 기존 회원국에 더해 BRICS 총회원국 수는 9개국이 되었다. 이집트는 아프리카 대륙 최대의 인구 대국으로, 풍부한 인적 자원과 유리한 지리적 위치를 바탕으로 BRICS 내에서 전략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이며, 농업과 제조업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란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BRICS를 통해 에너지 협력과 특히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공동 대응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중동 지역의 경제 강국으로, 석유 및 가스 산업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BRICS 내 에너지 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신규 회원국의 가입은 BRICS의 경제적, 정치적 역량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 간 협력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며 서구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9개 회원국의 GDP는 전 세계 GDP의 3분의 1에 달하며, 지구 전체 인구의 40%, 세계 석유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 한편 G7 회원국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10% 미만, GDP(PPP)는 30% 미만이며 이는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2023년 정상회담 개최 당시 가입의사를 밝힌 국가는 23개국이었는데, 2024년에는 34개국으로 증가했다. 이는 BRICS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알제리, 벨라루스, 볼리비아, 쿠바,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 태국, 튀르키예, 우간다,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13개국이 BRICS 파트너 국가로 선정되었다. 2023년 이후 BRICS 회원으로 초대된 6개국 중 신규 가입국 4개국 외에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가입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 중 러시아의 가장 큰 경제 파트너인 카자흐스탄은 이번 정상회담 직전에 가입 의사를 철회한 바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과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BRICS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건재함을 과시하였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BRICS와 회원국들의 관계 강화를 통해 세계 경제와 정치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특히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후로 회원국 정상들과 일대일 회담을 갖고 러시아가 우방국들과 새로운 경제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과시했다.


BRICS 결제 시스템 ‘BRICS Pay’ 논의 진전 


BRICS 결제 시스템 도입의 목표


BRICS 국가들은 2019년 초 회원국들 간 소매 결제 및 송금 플랫폼 등의 기능을 가진 통합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20년 제 12차 BRICS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모스크바 선언에는 BRICS 통합 결제 시스템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빠른 진전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창설되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BRICS 결제 시스템 도입이 가속되며 SWIFT의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2022년 BRICS 정상회담에서부터였다. SWIFT는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국가 간 은행거래의 표준이며,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주요 제재 수단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는 SWIFT 시스템에서 퇴출되었고, 미국 달러를 통한 국제 결제가 불가능해지며 무역 거래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에 BRICS 의장국인 러시아는 이번 제16차 BRICS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방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이자 탈달러화를 통한 신흥국들의 경제주권 보장을 위한 수단 마련으로서 BRICS 결제 시스템의 도입을 촉구했다. 안톤 실루아노프(Anton Siluanov) 러시아 재무부 장관은 세계 금융 시스템이 서방국가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며, 세계 경제의 37%를 차지하는 BRICS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RICS 결제 시스템은 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외부 간섭 없이 더 빠르고 저렴한 국가 간 무역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신흥국의 경제 주권을 보장하며 번영을 촉구하고, 상품과 서비스 결제를 위한 확장된 지불 옵션을 제공하여 회원국 간 경제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BRICS 결제 시스템은 분산형 독립 지불 방식을 채택하며 SWIFT를 대체할 수 있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중국의 금융 전문가는 미국의 금융 제재로 전 세계적인 탈달러화가 가속되고 있다며, 국제 거래에서 달러화를 사용할 수 없는 국가들이 증가하며 대체 지불 수단 개발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이 오랜 기간 달러 패권을 남용해 국내 위기를 경제적으로 취약한 신흥국들로 전가하며 경제 및 금융 안정성과 복지를 손상시켜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중국의 금융 전문가 베이징 사회과학원(Beijing Academy of Social Sciences)의 왕펭(Wang Peng) 부연구원은 미국 달러가 장기간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해오며 많은 국가가 환율 위협과 그로 인한 경제적 압박에 취약한 상태가 되었다며, BRICS 지불 시스템이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BRICS 회원국에 독립적이고 안전한 대안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다양한 경제적 수준에 있는 국가 간에 새로운 형태의 협력이 촉진되어 보다 포괄적이고 균형 잡힌 국제 통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BRICS 지불 시스템의 주요 목표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미르(Mir), 인도의 UPI(Unified Payment Interface), 중국의 위페이(WePay)와 알리페이(AliPay) 등을 통해 BRICS 회원국들은 이미 어느 정도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디지털 원장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지갑, QR 코드 및 현지 은행에 직접 연결되는 시스템은 e-Yuan, e-Rupee 등 회원국의 디지털 통화 개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며, 메시징 소프트웨어만을 사용하는 SWIFT 보다 한 단계 진보한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적, 정치적, 경제적 도전 과제 


BRICS 결제 시스템의 도입이 완료되면 서방 주도의 금융 질서에 대응하는 강력한 도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와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BRICS 국가들 간 자체통화 거래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달러화의 지배력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BRICS 결제 시스템의 도입은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 질서의 재편을 의미한다. 이는 BRICS 회원국들이 국제 사회에서 보다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경제 정책을 펼칠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정치적, 경제적 도전 과제를 극복해야 하며, BRICS 국가들 간의 협력과 신뢰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BRICS 결제 시스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이며, 중국, 인도 등은 아직까지 자국 내 결제 시스템의 도입과 안정화에 좀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러시아와의 무역이 국가 경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들은 서방 주도의 금융 질서에서 벗어난다는 아이디어에 동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여전히 미국 달러가 세계 무역의 80%를 차지하며 SWIFT 시스템을 통한 거래액은 매년 150조 달러(약 21경 750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일부 국가들에게 성급한 탈달러화, 탈서구화 추진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BRICS 결제 시스템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장기적으로 회원국 간의 경제적 유대 강화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의 독립성 확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BRICS 국가들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협력과 혁신을 통해 결제 시스템의 발전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카잔 선언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제 16차 BRICS 정상회담, 카잔 선언 채택으로 마무리


카잔 선언(Kazan Declaration)은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BRICS 회원국의 향후 협력 방향과 목표를 명확히 하는 문서이다. 이번 선언에는 BRICS 국가들 간의 경제적 연대 강화와 함께, 다극화된 세계 질서 속에서의 협력 증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포함되었다. 특히, BRICS Pay와 같은 새로운 금융 협력 시스템 도입을 통해 각국의 금융 독립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경제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목표가 명시되었다. 43페이지, 134개 항목으로 구성된 이번 선언문에는 국제 분쟁, 서방의 경제 제재, 글로벌 결제 시스템 개혁, BRICS 곡물 교환 플랫폼 및 결제 시스템, 안보, 환경 보호, 국제 금융 협력 및 혁신 등에 대한 BRICS 회원국 간 합의 사항이 언급되었다. 


국제 분쟁에 대한 회원국 입장과 경제 협력 방안 제시 


국제 무력 분쟁과 관련해서 BRICS 회원국은 국제연합(UN)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기반으로 대화와 외교를 통한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으로 인한 인도주의적 위기와 민간인 피해 상황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특히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과 민간 인프라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해서는 불법적이고 일방적이며 강압적인 경제 제재 조치가 세계 경제, 국제 무역 및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달성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비난했다. 또한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와 금융 과제 해결을 위해 현재의 국제 금융 구조를 보다 포괄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개혁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BRICS 회원국 간 구체적인 경제 협력 방안도 명시되었다. BRICS 회원국 간 곡물 거래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발전시켜 다른 농업 분야로 확장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되었으며, 무역 장벽을 최소화하고 차별 없는 접근을 원칙으로 하는 빠르고 저렴하고 효율적이고 투명하고 안전하고 포괄적인 국가 간 지불 수단의 광범위한 이행을 목표로 BRICS 결제 시스템의 도입이 추진된다는 내용이 명시되었다. BRICS 국가와 무역 파트너들은 금융 및 무역 거래에서 자국 통화 사용을 환영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기존의 금융 인프라와 BRICS 국가의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국경 간 결제를 위한 예치 및 재보험 인프라 BRICS Clear의 도입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기로 했다. 회원국 간 금융 혁신을 위한 자금 조달 메커니즘의 도입도 논의되었으며, IMF를 강력하고 효과적인 금융 안전망으로 인정한다는 내용도 선언문에 포함되었다. 또한 BRICS 회원국은 G20 협력 강화, 팬데믹 예방을 위한 백신 개발과 조기경보 시스템 개발, 희귀 멸종 위기종 보호를 위한 이니셔티브 창설과 종 보존을 위한 협력도 추진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명시되었다. 이처럼 카잔 선언은 BRICS 회원국들이 단순한 경제 협력체를 넘어 정치적,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고, 국제 사회에서 독립적이고 영향력 있는 블록으로 자리 잡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새로운 국제 질서 정립의 필요성 공감


다양성 존중과 상호 이익 추구, 포용적이며 합의에 기반한 협력 제공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BRICS 회원국들이 비슷한 열망과 가치, 새로운 민주적 세계 질서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다며, 보다 정의로운 국제 질서 정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푸틴 대통령은 일부 강대국이 자국의 규칙을 세계에 강요함으로써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지에 위치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독립적인 발전을 막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러시아는 모든 BRICS 회원국들과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촉진하고 모든 개발 도상국들의 독립성을 존중하며 협력하는 데에 열려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제연합(UN)이 세계 평화와 안보 유지를 위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UN의 구조를 21세기에 걸맞게 재조정하고, 안전보장이사회를 포함한 주요 기구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대표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히며 이를 통해 BRICS의 다각화된 파트너십의 가치와 영향력을 제고하여 현재 세계가 직면한 식량 및 에너지 위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진핑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5년 만에 처음으로 대면 회담을 가졌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양국 관계는 불과 몇 달 전인 7월 모디 총리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개최된 중국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 참석을 취소할 정도로 불편했으나, 국경 분쟁 등 갈등 사안에 대한 극적 합의가 이루어 지면서 양국 관계는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BRICS 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최대 수준인 인구와 경제 규모를 보유한 양국의 관계 개선은 BRICS가 새로운 세계 질서에 대한 비전을 개발하고 구현하겠다는 야심찬 의제를 실현하는 데에 많은 추진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BRICS의 리더십이 중국-러시아에서 중국-인도로 변경되면 BRICS의 성격 또한 ‘반서구’에서 ‘비서구’로 변화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BRICS가 아직까지 국제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기구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회원국 간 일관된 의제에 대한 합의와 통합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도, 브라질 등은 서방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BRICS 회원국으로서의 혜택을 최대한 누리고자 한다. 튀르키예는 BRICS 가입을 신청한 최초의 NATO 국가이다. 또한 회원국들 간 진행 중인 분쟁이나 갈등도 다수 존재하는 등, 통일된 의제를 도출해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카잔 정상회담에서는 BRICS의 단합과 세계질서 재편에 대한 회원국들의 강력한 열망이 드러났다. 


BRICS, 서방 주도의 세계질서 속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생존 전략


많은 서방국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는 러시아에서 개최되었고, 이란을 정회원으로 받아들였으며, 미국과 지정학적 경쟁의 대척점에 있는 중국이 주요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BRICS를 반서방적인 조직으로 판단하고 있다. BRICS가 서방 주도의 세계 질서를 타파하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야망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은 명백하며, 서방의 경제 재제에 대해 비판적이고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를 원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 만으로 전체 조직의 성격이 반서구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인도,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등의 회원국은 서방 파트너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또한 서구 중심의 세계 금융질서에 대한 완전한 대안을 창조하기 보다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개혁을 추구하는 등 기존 금융시장 인프라에 대한 보완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서방국들은 BRICS 회원국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교류 전략을 재평가할 필요성이 분명해진다. 개별 BRICS 회원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개선함으로써 BRICS의 성격이 극단적인 반서방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제 16차 BRICS Summit는 글로벌 경제와 정치 무대에서 BRICS의 위상을 확인하고, 새로운 세계 질서 형성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Summit를 통해 BRICS 국가들은 경제적 협력뿐만 아니라 정치적 연대와 사회적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며, 국제 사회에서의 역할을 재확인하였다. BRICS는 이러한 노력을 지속하며 세계 경제와 정치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되며, 서방 선진국을 포함한 글로벌 노스 국가들은 BRICS 회원국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외교 및 경제 협력 전략을 재평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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