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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EU 농민 시위 확산: 주요 원인과 대응 동향

중동부유럽 일반 Nicolas Levi Vistula University Professor 2024/04/01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우크라이나는 밀, 보리, 유지 종자, 해바라기씨 등 다양한 작물을 생산하고 전 세계에 수출하는 농업 대국이자 식량산업의 중심국이다. 통계치를 살펴보면 우크라이나는 밀 수출량 세계 5위,1) 보리 수출량 세계 4위, 옥수수 수출량 세계3위를 기록하였으며,2) 세계 보리 생산량의 20%, 해바라기유 수출량의 25%를 담당했다.3)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수입하던 많은 국가들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흑해 항구가 봉쇄되고 수송 인프라 및 곡창지대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며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의 수출로가 막히자 식량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한 세계 식량위기와 공급망 문제가 더욱 악화되는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농산물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국가들에서는 곡물, 비료, 사료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폭등으로 시장 혼란이 발생하였고, 수백만 명이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의 수출 중단은 세계 농산물 시장의 균형이 깨지고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식량체계의 취약점을 드러내면서 예상치 못한 미래의 위기에 대비한 회복력 신장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다행히도 유럽연합(EU)은 1962년에 수립된 공동농업정책(CAP: Common Agricultural Policy)으로 식량 부족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데, 일례로 EU 회원국의 식량 품목별 자급률은 올리브가 142%, 탈지분유가 216%, 식용작물이 115%에 이른다.4)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럽의 식량 수급이 국제정세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EU 농업부문은 2022년 이전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으로부터 크게 두 가지 유형의 타격을 받은 전례가 있다. 첫째는 EU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을 계기로 부과한 제재에 반발한 러시아가 유럽산 농산물과 식품 수입을 역으로 금지하면서 발생한 핵심 수출시장의 봉쇄로, 특히 2015년과 2016년에 발생한 유제품 가격 폭락사태는 네덜란드를 비롯한 일부 EU 회원국에서 생산량 쿼터제가 철폐되며 우유가 과잉 생산된 상황에서5) 러시아의 수입금지까지 겹친 점이 주요 원인이 되었다. 둘째, 2017년을 기점으로 중동·아프리카 지역으로의 밀 수출량을 크게 끌어올린 러시아와의 경쟁으로 프랑스 등 EU 회원국의 농산물 수출실적이 하락하기도 했다.

한편 EU 농업부문이 보다 최근에 직면한 문제는 체코, 프랑스,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등 EU 회원국 대부분에서 발생해 2024년 1~2월에 정점에 달한 농민 시위이다.6) 시위 확산의 배경으로는 △생산비용 증가 △역외국과의 경쟁 심화 △소득 감소 △환경규제에 따른 제약 △행정절차상 비효율성 등이 언급된다. 이 중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해상 운송로를 통한 타대륙으로의 수출길이 막힌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대량으로 육로를 통해 주변 EU 국가들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유럽그린딜(EU Green Deal)을 비롯한 EU의 엄격한 농업·환경 규제까지 겹쳐 각국 농가의 생계가 위협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유럽 내 농민 시위 동향 
유럽 각국의 농민들은 지난 수 주간 농산물 가격 하락, 유럽그린딜 정책, 그리고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생산된 값싼 외부 농산물의 유입에 항의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4월에 헨리크 코발치크(Henryk Kowalczyk) 농무장관이 사임하는 등 농업부문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폴란드에서 2024년 2월 9일부터 시작된 농민 시위도 유럽그린딜과 우크라이나산 농식품 유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7) 한편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농업용 면세 경유에 적용되는 세금 환급혜택을 축소하려는 정부의 조치가 원인이 되어 2024년 1월에 농민들이 도로를 봉쇄하고 시위를 벌였는데,8) 프랑스에서는 이미 2023년 가을 불만에 찬 농민들이 농촌으로 향하는 도로 입구 표지판의 위아래를 바꿔 다는 방식으로 항의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농민 시위의 배경 1: 유럽그린딜 등 환경규제의 강화
EU 집행위원회(EC)가 시행을 담당하는9) 유럽그린딜은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EU의 로드맵으로, 2050년까지 기후중립을 달성하고 기후와 환경 관련한 모든 정책 부문에서의 도전 과제를 기회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유럽그린딜은 기후, 환경, 에너지, 수송, 산업, 지속가능 금융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 에서 기후 및 환경 관련 도전과제들을 정의롭고 포용적인 방식으로 극복하기 위하여 농민들에게 여러 신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농업 부문에서는 탄소 배출량 저감을 기본 목표로 하고 있는데, 2030년까지 △농약 사용량 30% 감축 △비료 및 항생제 사용량 20% 감축 △비농업 용도로의 토지배분 증대 △유기농법 적용 토지 확대 등 다양한 환경구상을 포함한다.10) 한편 기존에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을 엄격히 제한하던 EC가 2023년 7월부로 신규 게놈(genome) 기술 개발을 허용하는 법안을 제출한 점도 농민들의 반발을 불렀는데, 이 법안은 EU 의회를 통과한 뒤 현재 EU 이사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유럽 농민들은 EU 식량산업 내 환경·기후적 악영향 저감 등 엄격한 환경적 규제를 적용하는 유럽그린딜과 GMO 정책이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호소하고, 특히 이처럼 엄격한 요건으로부터 자유로운 값싼 수입품과의 경쟁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 농민들은 EU 및 개별 회원국이 새로이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에도 반대하고 있는데, 2023년 12월에 농업용 경유 세금혜택 등 일련의 보조금을 갑작스레 철폐한 독일 정부의 조치,11) 그리고 2030년까지 유럽 내 생태계의 20%를 복원할 것을 주문하는 신규 법안을 승인한 EU 의회의 2024년 2월 27일 결정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12) 특히 생태계 20% 복원 법안은 EU 의회 선거를 약 3개월 앞둔 상황에서 보수 및 극우 성향 정당들이 EU의 환경규제가 지나치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유럽그린딜에 포함된 농업부문의 구조적 개혁안 또한 농업 부문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악영향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새로운 환경규제에 적응하는 데 실패한 농가는 도산을 피할 수 없게 되고, 농촌을 떠나 도시로 상경하는 농민의 수가 증가하면 도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폴란드에서는 지나친 농업 규제가 식량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데, 농민들의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국내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하면 식량 수입 의존도가 상승해 최근 경험한 것과 같은 팬데믹, 지정학적 위기 상황 등과 같은 외부요건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농민 시위의 배경 2: 관세 특혜를 받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의 유입
유럽 각국 농민들의 분노를 초래한 또다른 주요 원인은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의 유입이다. EC는 전쟁으로 흑해 수출로가 봉쇄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2022년 5월을 기해 관세 면제 혜택을 부여했고, 이 혜택은 현재 2025년 6월까지 연장된 상태이다.

하지만 이 조치의 결과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유럽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유럽 각국의 농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13) 우크라이나는 2014년 11월에 체결된 EU와의 협력협정과14) 유럽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생산비용을 바탕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유럽 시장으로 수출되는 자국산 옥수수 및 해바라기의 양을 늘려왔는데, 여기에 관세까지 면제되자 현지에서 재배된 농산물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과 경쟁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값이 싸고 품질이 떨어지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품질요건 규제나 공평한 경쟁을 위한 고려 없이 유럽 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EU 농업부문이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로, 이는 특히 폴란드 농민들에게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더구나 EU가 그린딜 정책에 따라 이전보다 엄격한 환경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이러한 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는 수입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상승하게 되어 EU 농민들의 수익은 줄어들고 농산물 시장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위험이 있다.

EU의 대응
이처럼 유럽 전역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농민 시위를 목격한 각국 정부와 EC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을 제한하고 휴경지 규정에 보다 큰 유연성을 부여하는 등의 유화책을 내놓으면서 농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고자 했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과 관련하여 무관세 정책을 2025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하였으나, 닭고기, 달걀, 설탕, 옥수수 6개 품목에 대해서는 지난 3년간의 평균 수출량을 초과하여 수출될 경우 초과분에 대해서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EU 개별 회원국이 수입 금지 조치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EU 집행위원회는 CAP의 ‘휴경 의무’ 지침을 한시적 면제에서 사실상 폐지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는데, 휴경 여부를 농민들의 자율권에 맡기며 휴경을 선택하는 농가에 추가 재정 지원을 하는 방식을 채택할 방침이다. 또한, 가뭄·폭우와 같은 자연재해에 취약한 농가에 대해서도 윤작 관련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여 10헥타르(ha) 미만의 소규모 농가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면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로서, EU 환경 목표를 유지하면서 농민들과 정부 기관들의 행정적 부담을 덜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C 위원장의 2023년의 연례연설을 기반으로 EU 농업의 미래에 관한 전략대화(Strategic Dialogue on the Future of EU Agriculture)도 시작되었 다.15)16) 2024년 1월 25일에 정식 출범한 이 전략대화에는 농민, 협동조합, 기업, 농촌 공동체에서 시작해 비정부기구(NGO), 시민사회, 금융기관, 학계에 이르기까지 유럽 농식품산업과 연관성을 지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다. EU는 해당 논의를 바탕으로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농업·식량분야의 미래 공동비전을 모색하고자 하며, 2024년 여름까지 논의를 진행해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결론 및 제언
EU는 기존의 무역정책이 수준 높은 환경·기후정책과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측면에서의 대표적 과제 중 하나는 시장의 대외 개방성을 관리해 EU 농가에 적용되는 엄격한 환경·보건·사회적 요건으로부터 자유로운 값싼 역외 상품의 과도한 유입을 방지하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EU의 환경·기후정책도 규제를 통해 농업부문에 제약을 가하던 기존의 접근법에서 탈피해 농업 현장의 복잡성과 국가·지역 수준에서 관찰되는 맥락의 다양성을 보다 잘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져야만 농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농업과 환경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정책적 개선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 각주
1) https://fas.usda.gov//sites/default/files/2022-04/Ukraine-Factsheet-April2022.pdf
2) Mustafa 2022: 1
3) https://www.dw.com/en/five-facts-on-grain-and-the-war-in-ukraine/a-62601467
4) https://www.consilium.europa.eu/pl/infographics/how-eu-countries-are-addressing-the-global-food-crisis/
5)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658128/dairy-production-volume-change-in-the-netherlands-by-dairy-product-type/
6) Rabbi, et al., 2023: 3
7) https://www.breakingnews.ie/world/farmers-in-spain-italy-and-poland-stage-further-protests-over-eu-policies-1586603.html
8) https://actu.fr/occitanie/perpignan_66136/blocage-de-l-autoroute-france-espagne-suivez-les-perturbations-en-direct_60746730.html 
9) https://www.consilium.europa.eu/en/policies/green-deal/
10) https://www.consilium.europa.eu/en/policies/green-deal/
11) https://www.cleanenergywire.org/news/german-government-will-stick-planned-diesel-fuel-subsidy-cuts-farmers-scholz
12) https://fne.asso.fr/communique-presse/victoire-pour-la-nature-l-ue-adopte-un-reglement-historique-malgre-les-tentatives
13) https://www.liberation.fr/international/europe/il-faut-aider-lukraine-mais-pas-au-detriment-de-nos-agriculteurs-en-pologne-la-fronde-agricole-senhardit-20240218_M5VVYQKJXNGO5FAAM3X2PBIXGA/
14) https://trade.ec.europa.eu/access-to-markets/en/content/eu-ukraine-deep-and-comprehensive-free-trade-area
15) https://ec.europa.eu/commission/presscorner/detail/en/ip_24_417
16) https://commission.europa.eu/strategy-and-policy/priorities-2019-2024/european-green-deal/agriculture-and-green-deal/strategic-dialogue-future-eu-agriculture_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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