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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파키스탄 총리 교체가 불러올 글로벌 외교 지각변동

인도ㆍ남아시아 일반 EMERiCs - - 2022/04/28

ㅊ2


악화일로의 美-파키스탄, 관계 개선 가능할까 

임란 칸 총리, 파키스탄 대법원 결정으로 결국 불신임 투표 직면
4월 10일 파키스탄 의회에서 임란 칸(Imran Khan) 파키스탄 총리 불신임이 결국 가결됐다. 이로서 칸 총리는 취임한 지 3년 8개월 만에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크리켓 스타 출신의 칸 총리는 지난 2018년 8월부터 정권을 이끌어 왔으나 최근 파키스탄 야권은 임란 칸 총리의 경제와 외교 관련 실정을 지적하며 총리의 사임을 요구해 온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칸 총리 소속의 집권 여당 파키스탄 정의운동당(PTI, Pakistan Tehreek-e-Insaf)에서도 소속 의원 수십 명이 이탈했고, 연정 핵심 파트너인 무타히다 콰미 운동당(MQM-P, Muttahida Qaumi Movement-Pakistan) 등도 야권에 가세하면서 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은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임란 칸 총리는 의회 내 불신임 투표를 저지하기 위하여 불신임 투표 요청이 위헌이라는 이유로 표결을 무산시켰으며,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시도했으나, 파키스탄 대법원이 칸 총리의 의회 해산이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의회에서 불신임 투표가 진행되게 됐다. 파키스탄은 1947년 독립 후 쿠데타 등으로 정치 혼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지금까지 어떤 총리도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4월 11일 파키스탄 의회는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N) 총재 샤흐바즈 샤리프(Shahbaz Sharif) 의원을 파키스탄의 신임 총리로 선출했다. 그는 전체 342명의 하원의원 중 174명의 지지를 얻어 총리로 임명됐다. 파키스탄 남부 펀자브(Punjab) 출신의 샤리프 신임 총리는 파키스탄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영향력도 큰 펀자브에서 주 총리를 3차례 역임하기도 했으며, 외무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임란 칸 전 총리는 불신임 투표와 신임 총리 선출에 불복하며 장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칸 전 총리는 이번 정권 교체에 외세가 개입되었다며, 그 배후로 미국을 내세웠다. 네드 프라이스(Ned Price)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러한 음모론이 사실이 아니라며 즉각 반박했다. 샤흐바즈 샤리프 신임 총리는 칸 전 총리의 비난을 의식한 듯, 당선 인사말을 통해 미국과 결탁한 관련 증거가 하나라도 나오면 총리 자리에서 즉각 사임할 것이라 약속했다.

악화일로의 2011년, 서로의 앙숙과 관계 강화하며 대립하는 미-파키스탄
미국과 파키스탄은 사실상의 ‘안보 동맹’이었다. 파키스탄과 미국은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군과 싸우는 반군 무자헤딘을 함께 지원할 정도로 가까웠다. 미국은 9ㆍ11 테러 이후 파키스탄에 안보 관련 지원금을 보내기 시작했다. 파키스탄은 이슬람 국가인 아프가니스탄,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을 소탕하는 데 파키스탄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일각에선 파키스탄이 미국과 테러 세력 사이에서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런 와중에 2011년 5월 파키스탄에 은신 중이던 빈 라덴을 미군의 특수부대가 기습작전으로 사살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가 크게 악화됐다. 파키스탄은 자국의 영토에서 사전 통보 없이 행해진 미군의 군사작전을 주권침해로 보고 미국의 행위를 문제 삼았다. 파키스탄에 사전 통보 없이 이루어진 미국의 기습작전은 파키스탄으로 하여금 자국의 핵시설에 대한 취약성과 미국의 잠재적 위협을 동시에 확인시켜준 사건이기도 했다. 또한 작전 중 오폭으로 파키스탄 국민들이 20명 넘게 사망하는 바람에 파키스탄 국민들의 반미 감정 또한 악화됐다.

2018년 1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미국 대통령은 테러리스트에게 피난처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파키스탄 군사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미국의 원조가 끊긴 파키스탄은 무기 수입과 경제협력의 파트너로 중국을 선택했다. 중국과 파키스탄이 전반적인 경협 확대에 이어 중국의 인도양 진출 전략에도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파키스탄의 라이벌 인도는 대중국 포위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원하는 동시에, 사실상 중국 및 파키스탄과의 긴장 고조를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미국&인도 vs 중국&파키스탄’ 대결 구도가 강화되어 온 바 있다. 임란 칸 전 총리는 미국이 인도는 중국에 맞설 전략적 파트너로 여기면서, 파키스탄은 미국이 남긴 온갖 무질서를 청소할 때만 필요로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은 취임 후 단 한 차례도 칸 전 총리와 통화하지 않았다. 양국 간의 소원한 거리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 강조하는 신임 총리, 임란 칸 전 총리 소속 정당 의원들 집단 사임…혼란의 파키스탄, 미국과 관계 개선 가능할까
샤흐바즈 샤리프 신임 총리 선출은 그간 악화되었던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샤리프 총리는 첫 연설에서 미국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파키스탄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과 파키스탄 사이의 군사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 카마르 자베드 바즈와(Qamar Javed Bajwa)는 파키스탄 탈레반(TTP)와 이슬람국가(ISIS) 같은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 등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은 샤리프 신임 총리의 선출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젠 사키(Jen Psaki)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파키스탄의 민주주의가 미국의 이익에 매우 중요하며, 헌법이 정한 민주주의 원칙을 평화롭게 수호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사키 대변인은 파키스탄과의 오랜 협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지도자가 누구든 파키스탄의 번영과 민주주의를 미국의 이익으로 보고 있다고 첨언했다.

파키스탄-인도, 끝없는 분쟁의 역사
칸 정부 퇴진이 양국 관계에 반전 가져올까

인도 · 파키스탄, 독립 후 네 번의 전쟁 치른 글로벌 앙숙
인도와 파키스탄은 오랜 앙숙으로, 양국은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네 번의 전쟁을 치르는 등 지난 70여 년간 갈등을 빚어왔다. 인도는 힌두교가 80%를 차지하고, 파키스탄은 국교가 이슬람교다. 특히 양국은 카슈미르(Kashmir) 지역의 영유권을 놓고 수많은 국지적인 군사충돌을 벌여 왔다.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는 카슈미르 영유권을 둘러싼 1947년 제1차 분쟁과 1965년 제2차 분쟁, 방글라데시 분리 독립 문제를 둘러싼 1971년 제3차 분쟁 등 세 차례의 대규모 분쟁이 있었다. 양국은 사실상의 휴전 상태를 지속하며 핵 보유 경쟁까지 벌였다.

지난 3월 10일에는 인도가 파키스탄 영토로 미사일을 오발하는 사건이 발생해 핵 보유국인 양국군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인도 당국은 이틀간 침묵을 지키다가 미사일이 일상적인 정비 중 기술적 고장으로 실수로 발사됐다는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인도 측의 이러한 해명에 대해 파키스탄 당국은 성명을 통해 인도 당국이 제시한 단순한 설명으로는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을 둘러싼 정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공동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샤흐바즈 샤리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 정부, 파키스탄-인도 관계 개선 가능할까…
특히 임란 칸(Imran Khan) 전 총리 재임 시절 양국 관계는 최악의 길을 걸었다. 특히 임란 칸 전 총리는 힌두 민족주의와 카슈미르 문제를 여러 차례 거론하며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에 대한 비난을 지속해 왔다. 칸 전 총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해서 연설할 때마다 대부분의 시간을 인도 공격에 할애하는 모습도 보였다. 칸 전 총리의 실각과 샤리프 신임 총리 취임으로 비로소 양국 관계 개선의 여지가 생겼다.
 
파키스탄 군부 또한 인도와의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였다. 4월 2일 카마르 자베드 바즈와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은 인도와의 모든 분쟁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파키스탄 군부는 카슈미르 분쟁을 포함해 인도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 측과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파키스탄 군부는 그간 여러 차례 정권을 잡았으며 지금도 '물밑 정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도 우파 성향의 샤리프 총리는 임란 칸 전 총리보다 온건한 지도자로 여겨진다. 그는 파키스탄에 거주하고 있는 힌두교도 등 소수 민족들에 대해 비교적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한편 샤리프 총리는 펀자브 총리 재직 시절 인도와의 경제 협력의 여지를 항상 열어두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야심찬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일부 인도 언론 또한 샤리프 신임 총리의 취임에 주목하며 양국이 보다 건설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샤리프 총리 취임으로 양국 관계가 단기적으로는 개선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입장도 있다. 샤리프 총리는 취임 연설에서 인도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으나, 그 전제로 카슈미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친중 정책 고수하던 칸 총리의 퇴진,
파키스탄 정부 위기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는…

전략적으로 택한 파키스탄의 친중 노선, 인도와 미국이 파키스탄에 보내는 우려의 시선
그간 파키스탄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적극 동참하며 친중 행보를 강화해 온 바 있다. 특히 파키스탄은 중국과 공동으로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은 중국-몽골-러시아,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중국-인도차이나반도,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신 유라시아 대륙 교량 사업 등 중국의 6대 경제회랑 중 하나로, 파키스탄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거점 중 하나다. CPEC 프로젝트 아래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하위 프로젝트에는 카라치(Karachi) 개발 및 라샤카이(Rashakai) 경제특구 설립 등이 있다. 중국과 파키스탄이 밀착 행보를 보이자 인도와 미국은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특히 인도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의 일부가 인도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을 통과한다는 사실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 또한 파키스탄의 친중 행보에 우려를 표명하며, 파키스탄이 이른바 중국의 ‘부채의 덫’에 빠질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부 위기에 남몰래 짓는 중국의 미소
친중 성향을 보였던 임란 칸 전 총리의 정치적 위기로 파키스탄과 중국과의 밀월관계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새로 취임한 샤리프 총리는 중국과의 밀접한 관계를 그대로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새로 들어선 파키스탄 정부는 국가 외교정책 우선순위에서 중국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며, CPEC 프로젝트 또한 지속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CPEC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된 것은 샤흐바즈 샤리프 현 총리의 형인 나와즈 샤리프(Nawaz Sharif)가 파키스탄 총리로 재임하던 시절로, 당시 샤흐바즈 샤리프 총리는 펀자브 주지사를 맡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임란 칸 총리 재임 시절 CPEC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추진력 있게 진행되지 못했다며, 중국 정부가 임란 칸 전 총리보다 샤리프 신임 총리를 더욱 선호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샤리프 총리가 취임하자 축하 의사를 표명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4월 12일 자오리젠(Zhao Lijian)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파키스탄이 언제나 협력하는 전략적 동반자였으며, 양국 간 관계가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리젠 대변인은 중국이 파키스탄 측과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지속하고,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을 포함한 전면적인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의 묘한 밀착 관계 다시 깊어질까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 후에도 양국의 전통적 밀월 관계는 회복되지 않아
2021년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카불(Kabul)을 장악하자 당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마침내 노예의 족쇄를 깨뜨렸다며,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을 환영했다.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를 승인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탈레반 집권 후에도 양국의 전통적인 밀월 관계는 회복되지 못했다. 특히 파키스탄 정부는 탈레반의 동맹단체 파키스탄탈레반(TTP, Tehrik-i-Taliban Pakistan)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 왔다. 이들 TTP는 2000년대 중반부터 파키스탄에서 테러를 저질러 왔다. 2009년에는 파키스탄군 사령부를 공격했고, 2014년에는 페샤와르(Peshawar)에서 학교를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르기도 했다. 파키스탄군은 이러한 TTP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벌여 왔으며, 이를 피하기 위해 TTP는 국경을 넘어 아프가니스탄 영토로 대거 숨어들었다. 파키스탄군은 TTP 소탕을 명분으로 국경을 넘어 아프가니스탄 영토 내에서의 군사작전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후 파키스탄과 TTP 사이의 갈등은 탈레반이 파키스탄 정부와 파키스탄 탈레반 사이 30일간의 휴전 중재로 잠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2022년 12월 초 휴전이 만료되며 갈등 국면이 재개된 바 있다. 파키스탄은 탈레반에 서부 국경이 안정화되길 희망한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 왔으나 테러 단체들의 공격이 지속되자 탈레반이 무장단체들의 공격을 용인하고 있다며 탈레반 정부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국경지역 공격으로 양국 간 긴장 고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파키스탄군이 아프가니스탄 국경지역에 공습과 포격을 감행해 사상자가 발생했다. 아프가니스탄에 숨어든 TTP 등 각종 테러단체들의 소탕을 목적으로 한 공격이었다. 4월 16일 파키스탄 공군은 아프가니스탄 국경 인근의 호스트(Khowst) 주에 공습을 감행했으며, 쿠나르(Konar) 주에는 포격도 벌였다. 샤리프 신임 총리가 선출된 지 5일 만의 일이었다. 탈레반 정부는 이번 공격에 크게 반발했으며, 주아프간 파키스탄 대사를 불러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파키스탄 측의 이번 공격에 대해 아프가니스탄의 호스트 지역에서는 항의 시위도 벌어졌다. 시위대들은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샤리프 총리는 이제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쥐게 됐다. 샤리프 총리는 취임 연설을 통해 아프가니스탄과의 관계 확대 의지도 밝혔지만 탈레반과의 묘한 관계는 파키스탄의 새 총리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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