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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대러시아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의 중동부 유럽과의 관계와 EU 가입 전망

중동부유럽 일반 김신규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발칸연구소 전임연구원 2022/03/21

완충지 유지 혹은 벗어나기
지난 2019년 대선과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대통령과 국민의 종(Servant of the People)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달리 강력한 유럽 지향성을 기반으로 외교·안보 정책에 급격한 변화를 주었다. 여기에서의 핵심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이었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완충지(buffer zone)로 삼아 서방으로부터의 충격을 줄이고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서진의 기반으로 두려고 했던 러시아의 전통적인 외교·안보 정책과 충돌했다. 따라서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한마디로 우크라이나의 급격한 외교·안보 정책 변경과 세력권을 복원 또는 확장하려는 러시아의 충돌로 요약할 수 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중동부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대공 미사일, 대전차 로켓포에서 소총, 탄약까지 러시아의 공격을 방어할 무기를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전투기 지원을 둘러싼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1)

폴란드는 이미 서방세계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보급을 위한 기지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체코는 대전차 로켓, 박격포, 기관총, 소총, 권총을 그리고 발트 3국은 스팅어 미사일과 지대공 재블린 미사일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적대적인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위기가 중동부유럽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지대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으며, NATO 역시 이곳으로 병력을 확대 전개하고 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도 속속 국경 지대에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와 직접 국경을 맞대지 않은 체코는 650명의 병력을 NATO 군에 편성해 슬로바키아 국경 지대에 파병했다. 

중동부유럽 각국은 인도적 지원도 서두르고 있는데, 2014~2015년 유럽연합(이하 EU)의 난민위기 당시와는 정반대의 태도를 취하면서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2022년 3월 8일 기준 유엔난민기구(UNHCR)가 파악한 난민은 약 192만 명인데, 이중 130만 명이 폴란드에 머물고 있다. 이외에도 대략적으로 헝가리에는 20만 명, 슬로바키아에 15만 명, 러시아에 10만 명, 루마니아에 9만 명, 몰도바에 8만 명, 벨라루스에 약 600명의 난민이 들어왔다. 이미 서유럽 EU 국가로 이동한 난민의 수도 약 23만 5,000명에 이르며, 우크라이나 국내의 난민은 1,2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2)

중동부유럽 국가들은 무기 지원, 인도적 원조 이외에도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러시아인 비자 발급 중지, 러시아와의 민관 협력 중단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러시아를 비난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 간접적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중동부유럽의 안보 위기감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동부유럽이 느끼는 안보 위협은 다른 서유럽 국가들이 느끼는 위기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기 직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군사적, 대규모 난민 유입, 에너지 위기, 사이버전, 경제적 위기에 대해서 폴란드와 루마니아가 인지하는 위협의 강도가 독일 등 서유럽 국가보다 훨씬 더 컸다3)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악연이 있었고 냉전 시기에는 소련의 위성국이었던 중동부유럽 각국은 탈냉전 시기에 들어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러시아를 위협세력으로 인지하고 있다. 1992년 트란스니스트리아가 몰도바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한 사건에서 러시아의 무력 지원, 파이프라인을 수시로 단절하여 중동부유럽의 에너지 안전을 위협하는 천연가스의 무기화, 2008년 조지아-러시아 전쟁, 2014년 러시아의 크림 합병과 돈바스 개입 그리고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동부유럽은 호전적인 러시아가 이 지역을 세력권으로 복원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표 1> 러시아-우크라이나 위기가 국가에 어떤 위기를 줄 것인가
* 자료: ECFR


중동부유럽과 우크라이나
그동안 중동부유럽 국가들은 유라시아와 중동부유럽 전체의 안보를 위해 우크라이나의 안정과 안보가 중요하다고 인식해왔다. 이런 이유에서 2008년 폴란드와 스웨덴의 발의로 EU의 동유럽파트너십(EaP, Eastern Partnership)이 발족하였다. EaP의 기본적 목적은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 등 유럽지향적 국가와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 흑해와 카스피해의 지정학적 요충지를 대상으로 민주적 제도와 굿-거버넌스 확립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민주화 및 유럽적 가치 확산, 인적 이동의 확대와 시장 개방, 에너지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폴란드 등의 중동부유럽은 EaP를 통해 기존에 남유럽과 지중해에 집중되어 있던 EU 인접국정책의 방향을 동쪽으로 돌려놓았고,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이 지역의 정치안정과 경제발전을 지원하여 EU와의 관계를 증진시킴으로써 내부의 안정과 외부의 안전을 유지하고자 했다.

또한 중동부유럽은 EU와 우크라이나의 자유무역협정(DCFTA, Deep and Comprehensive Free Trade Agreement)을 포함한 연합협정(Association Agreement) 체결을 주도하면서 우크라이나와의 경제협력은 물론 유럽적 가치 공유를 지향하는 정치적 협력 강화를 추진해왔다4)그러나 이러한 협력의 틀에는 기존 중동부유럽 국가에 보장했던 EU 가입이라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빠져 있어 기대와는 달리 우크라이나의 적극적 개혁을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 

EU 가입 패스트트랙?
러시아의 공격이 한창이던 지난 3월 1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EU 가입 신청서에 서명하면서 기존의 가입 과정과는 다른 ‘패스트트랙’을 통한 즉시 가입을 요청했다5). 젤렌스키 대통령의 신청서 서명 직후인 3월 2일에는 슬로바키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지지를 선언했고, 3월 3일에는 폴란드 하원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지지를 결의하고 우크라이나에 EU의 구제회복기금 지원, 군사적, 인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같은 날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발트3국 9개국 대통령은 EU 집행위원회에 공개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촉구했다. 2004년 이후 EU에 가입한 중동부유럽 11개 국가 중 헝가리와 크로아티아 대통령만이 여기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지지한다는 개인적인 입장을 밝혔다. 조지아와 몰도바 역시 이번 기회에 EU 가입을 신청했는데, EU 이사회는 가입의 첫 번째 단계인 신청서 검토 및 기존 회원국의 의견을 듣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젤렌스키 대통령이 요청한 패스트트랙을 거부했다6)

지난 2013년 크로아티아를 끝으로 EU의 확대가 중단된 상태에서 기존 EU 가입 후보국들을 제치고 우크라이나가 먼저 EU 회원국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입을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EU의 기존 성과 수용이라는 코펜하겐 규정을 충족시켜야 하며7),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991년 독립 이후 개혁을 추진했지만 개혁의 추진과 후퇴를 반복함으로써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고 올리가르히(Oligarch)로 대표되는 과두체제로 인해 정치적, 경제적 독점이 형성되어 부패가 만연하는 등 EU가 요구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인구 약 4,200만 명의 유럽 최빈국이자 농림수산업이 GDP의 9% 이상을 차지하는 우크라이나가8) EU에 가입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투입해야 하는 결속정책과 농업정책 비용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 회원국들이 막대한 추가 분담금을 내면서까지 우크라이나를 신속하게 EU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중동부유럽과의 협력과 EU 가입 전망
현시점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종전 이후에는 우크라이나가 서둘러 NATO 가입을 추진하거나 서방과의 군사 동맹을 체결하기보다는 우호적인 중동부유럽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우선 국내 개혁을 완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EU 가입을 추진하는 것이 최적의 안정·안보 방안일 것이다. 이미 폴란드, 체코 등의 중동부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자체의 개혁이 EU 가입을 위한 출발선이며 국내 안정이 외적 안전 보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인식으로 꾸준히 체제 전환의 성공 경험과 유럽 통합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개발원조를 진행하고 있다9)

우크라이나가 인접한 중동부유럽 EU 회원국들과의 협력을 매개로 EU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EU로부터 재정적·기술적·인적 지원을 받아 국내 개혁을 완수한다면, EU 가입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만약 미래의 언젠가 EU 회원국이 된다면 EU의 외교안보, 안보방위 정책을 통해 외적인 안보를 구축할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세력권 회복과 완충지 유지를 노리는 러시아에 대응해 급격하게 외교·안보·방위정책을 변경하기보다는 현재에는 불충분하게 보이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계별로 EU 가입을 추진하여 경제성장은 물론 EU의 안보, 방위정책에 참여해 실질적인 집단안보를 구축하는 것이 우크라이나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이다. 




* 각주
1) “단결인가 분열인가… 에너지·전투기 두고 시험대 오른 서방,”『경향신문』 (2022.03.10.).
2) “How many refugees have fled Ukraine and where are they going?,” BBC News (10 March 2022). 
3) Ivan Krastev and Mark Leonard, “The crisis of European security: What Europeans think about the war in Ukraine,” Policy Brief (Europea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February 2022), 
4) European Commission, “Deep and Comprehensive Free Trade Areas (DCFTA) of the EU-Ukraine Association Agreement,” https://ec.europa.eu/chafea/agri/en/content/deep-and-comprehensive-free-trade-areas-dcfta-eu-ukraine-association-agreement 
5) “우크라이나 EU 가입 논의 급물살…패스트트랙 방식 거론,” 『조선일보 』 (2022.02.28.). 
6) 2022년 3월 11-12일 프랑스 베르사이유에서 개최된 EU 이사회에서 폴란드를 비롯한 중동부유럽은 우크라이나의 즉시 가입을 지지했지만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서유럽 국가들은 이에 회의적이었다. “EU 가입 신속 절차 없다. 희망 꺾인 우크라이나,” ,”『연합뉴스』 (2022.3.11.).  
7) EUR-Lex, “Accession Criteria (Copenhagen Criteria),” https://eur-lex.europa.eu/summary/glossary/accession_criteria_copenhague.html
8) World Bank Data, “Agriculture, forestry, and fishing, value added (% of GDP),” 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NV.AGR.TOTL.ZS?name_desc=false 
9) 김신규, “비세그라드 4개국(V4) ODA의 지역적 집중과 이행경험 이전 전략 분석,” ,” 『전략지역심층연구 16-13』 (세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6), pp. 46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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