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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얀마는 아세안의 계륵일까?: 훈센 총리의 미얀마 방문을 보고

미얀마 장준영 한국 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 연구교수 2022/02/22

캄보디아 훈센 총리의 미얀마 방문과 성과 
지난 1월 7~8일, 캄보디아 훈센(Hun Sen) 총리가 아세안(ASEAN) 의장국 수반 자격으로 미얀마를 방문했다. 한 달 전 그는 실용적 개입(pragmatic engagement)을 명분으로 2021년 4월 아세안 지도자 회담에서 채택한 5대 합의안의 이행을 미얀마에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방문이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군부를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일기 시작했다. 그러자 훈센 총리는 1월 5일 연설을 통해 미얀마에 대한 아세안의 합의를 넘어서지 않고, 아세안 헌장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훈센 총리의 방문 이전부터 미얀마 국내 여론은 싸늘했다. 약 200개에 달하는 미얀마 국내 시민사회는 그의 방문이 군사정부에 정통성을 부여하고, 군부가 국민에게 더 해를 입힐 수 있으며, 나아가 아세안 신뢰성이 더 약화할 수 있다는 성명을 냈다. 2021년 12월 31일에는 소행이나 배후가 밝혀지지 않은 채 양곤 소재 캄보디아 대사관에 두 발의 폭탄이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훈센이 미얀마를 떠날 때까지 전국 단위 게릴라식 반대 시위는 끊이지 않았다. 미얀마 국민은 훈센이 제시하는 어떠한 해결 방식에도 합의할 의향이 없어 보였다.

이번 훈센 총리의 방문은 2021년 12월 6~7일 군사정부가 임명한 원나 마웅르윈(Wunna Maung Lwin) 외교부 장관의 캄보디아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이다. 이 자리에서 두 국가는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과 결속력 강화를 포함하여 미얀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세안 차원의 지원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얀마는 2022년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를 지렛대로 활용하여 역내에서 동등한 지위를 복원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2012년 아세안 의장국 당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하여 캄보디아는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의장성명서를 채택하지 않았을 정도로 독자적 노선을 걸었다. 나아가 1993년 제2총리로 권좌에 오른 훈센은 2022년 현재 30년간 1인 독재체제를 구축한 인물로서 미얀마 군부의 정치 성향과 가깝다. 그는 2021년 2월 1일,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해 어떠한 평가도 하지 않으면서 단지 아세안 원칙인 ‘내부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캄보디아의 지지를 받는다면, 미얀마 군부는 정상 국가로 인정받는 지름길을 찾는 셈이다. 

지난 12월, 훈센 총리는 “이웃을 기쁘게 하려고 우리 집을 불태워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미얀마 군부와 대화 의지를 보였다. 이변이 없는 한 훈센 총리의 임기 내 캄보디아가 다시 아세안 의장국이 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그는 미얀마 문제를 해결하여 역내에서 손꼽히는 지도자 반열에 오르고, 캄보디아의 위상을 강화하면서 자국 내 족벌의 정치 참여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정치적 야욕에 근거하여 미얀마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예상대로 훈센은 수감 중인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 전 국가 고문, 윈민(Win Myint) 전 대통령 등 민간정부의 주요 인사를 면담하지 않는 등 이렇다 할 성과를 제시하지 못했다. 1월 8일, 미얀마 국영 신문의 합동 브리핑에 따르면, 미얀마는 소수 종족 무장단체(EAO, Ethnic Armed Organization)와 2월 말까지였던 정전을 연말까지 연장하고, 캄보디아가 2022년 아세안 의장국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도록 미얀마가 지원할 것이며, 세계 보건 위기에 대응하여 양국 간 보건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훈센 총리의 ‘카우보이 외교’와 지역 국가의 반응 
외교가에서는 카우보이 외교(cowboy diplomacy)를 훈센 총리의 방식이라고 평가한다. 카우보이 외교는 이분법적 세계관에 근거하여 이해 당사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무모해 보이는 위험 감수 전략, 위협, 군대 배치와 같은 외교 전략을 추진하는 특징이 있는데, 미국 공화당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대표적이다. 아세안 회원국의 의사를 타진하거나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훈센의 카우보이 외교는 미얀마 방문 이후 심상치 않은 후폭풍을 유발했다. 

캄보디아로 복귀한 뒤 훈센은 미얀마의 정전협정 중재를 위해 아세안 트로이카(troika) 체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또는 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 등 전현직 아세안 의장국의 협력체제를 통해 미얀마의 성공적인 정전협정 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베트남과 라오스는 훈센 총리의 미얀마 방문을 환영하고 아세안 트로이카 체제를 지지했다. 그러나 훈센 정부는 미얀마에서 발생한 장기간 내전과 같은 국내적 갈등을 대화와 타협 등 비무력적인 방법으로 관리한 경험이 없다. 또한, 향후 아세안 의장국 2개국(또는 전임 의장국을 포함한 2023년 의장국)과 협업을 한다는 계획도 미얀마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1월 14일, 미얀마 군부는 캄보디아가 자국의 아세안 회담 복귀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그러나 아세안 회원국은 캄보디아가 미얀마에 대한 고립을 무력화하려는 전략을 경계한다. 아세안 내부적으로 2021년 4월 지도자회담(Leaders’ Meeting)에서 채택한 5대 합의안을 미얀마가 이행하지 않으면 미얀마의 아세안 참여를 무기한 배제하는데 합의한 상황이다.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훈센 총리의 미얀마 방문 이전부터 5대 합의안 이행이 선행되지 않으면 미얀마 군사정부는 아세안의 비정치적 분야에만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싱가포르와 필리핀은 5대 합의안 이행을 위해 땃마도(Tatmadaw, 미얀마 군부)의 반대편과 시민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싱가포르는 아세안 정상회의에는 미얀마의 ‘비정치적’ 대표만 초청한다는 인도네시아의 결정과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 장관은 훈센 총리가 아세안 회원국과 논의하지 않은 독단적 결정을 비판했다. 

역외 국가로 미국은 아세안과 같은 시각을 견지하며, 특히 의장국 외교부 장관이 겸직하는 아세안 특사의 역할을 기대한다. 미얀마에 대한 일본의 전략은 경제적 실리와 중국 견제 등 두 가지 목적에 기반한다. 2011년 미얀마가 경제를 개방한 후 일본 기업의 현지 진출이 두드러졌고, 이에 따라 기존 투자와 신규 진출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은 미얀마와 관계 유지를 희망한다. 또한, 미얀마 쿠데타 이후 미국의 동맹국이나 미국과 이해관계가 높은 국가들이 미얀마와 관계 단절을 시사함에 따라 일본은 미얀마가 중국화되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자처한다.

중국은 캄보디아의 행보를 지지했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5대 합의안 이행을 위한 아세안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사실상 훈센 총리의 미얀마 방문을 환영했다. 중국은 2021년 8월과 9월, 두 번에 걸쳐 쑨궈샹(孫国祥) 아시아 담당 특사가 미얀마를 두 차례 방문했고, 10월 아세안 정상회담에 미얀마 군부 수장이 참석할 수 있도록 아세안에 로비하기도 했다. 당사국의 내정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지역 질서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국 외교정책의 근간이므로 중국은 미얀마의 불안정한 내정을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세안 내 불협화음은 지난 1월 18~19일로 예정된 아세안 외교장관 회동(Retreat)의 연기로 귀결됐다. 캄보디아 공보장관은 “회담에 참석하기 위한 어려움이 있다”면서 회담 연기의 사유를 밝혔으나 합의되지 않은 훈센 총리의 미얀마 방문에 대한 항의성 결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회담이 연기됨에 따라 쁘락 소콘(Prak Sokhonn) 캄보디아 외교부 장관의 아세안 특사 임명도 연기됐다. 2022년 아세안 첫 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캄보디아를 의장국으로 하는 아세안은 미얀마로 인해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낼 것 같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미얀마
쿠데타 이후 미얀마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으며, 이 추세는 2022년에 들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얀마는 2021년 10월 아세안 정상회의, 11월 아셈(ASEM) 정상회의와 중-아세안 정상회의에 잇따라 배제되었다. 아세안이 참여하는 모든 국제행사에서 미얀마가 배제된 것이다. 

지난 1월 4일, 미얀마의 독립기념일은 역대 어느 독립기념일보다 외교적으로 치욕적인 날이었다. 2021년 미얀마 정부는 125개 정식외교 수립국 중 38개 국가로부터 독립 기념 축하 전문을 받았지만, 2022년은 러시아, 세르비아, 벨라루스, 북한, 캄보디아 등 5개 국가의 전문을 받는 데 그쳤다. 앞의 세 국가는 미얀마 군부와 무기 거래 등 군사교류가 활발하고, 캄보디아는 아세안 의장국,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친구를 필요로 하는 국가이다. 역설적인 사실은 항상 미얀마의 ‘좋은 이웃’이라는 중국, 인도, 태국이 빠졌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은 미얀마의 아세안 지위 복귀를 위해 물심양면 노력해 왔지만, 이중적인 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는 쑨궈샹 특사가 미얀마를 방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21년 9월, 공산당이 주최한 정상회담에 실권한 국민민주주의연합(NLD)을 초청했다. 군부와 경제 관계를 강화하면서도 아웅산 수치를 비롯한 민주진영과도 교류를 중단하지 않는 이중적 행보를 보이는 것은 중국뿐만이 아니다. 쿼드(QUAD) 회원국인 인도는 미국의 대 동남아 외교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미얀마와의 관계에서 있어서는 군사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독자적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미얀마와 정부 형태가 유사한 태국도 아세안의 입장을 고려하여 미얀마 군부에게 축하 전문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한국 정부는 신임 주미얀마 한국 대사에 기존 전권 대사 대신 대리 대사를 임명했다. 외교부는 미얀마 정세를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한국의 미얀마 군부에 대한 외교적 대우는 서방세계보다 한 단계 높은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현재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미얀마 군부를 인정하려는 국제사회는 늘어나지 않을 것 같다. 훈센 총리는 미얀마의 정전협정 완성을 위해 아세안 회원국이 공동 협력할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정전협정의 열쇠는 미얀마 군부가 쥐고 있다. 예를 들어 미얀마 군부의 정전 발표에도 불구하고 2021년 2월 1일부터 12월 10일까지 군부가 민간인과 시민군에 가한 공격은 7,053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664% 증가했다. 또한, 약 59만 3,000명에 달하는 국내 실향민(IDP, Internally Displaced People) 중 22만 3,000명은 쿠데타 이후 발생했다. 시민방위군(PDF, Peoples’ Defence Force)도 군부와 전투를 중지할 의도가 없으므로 군부와 반군부 진영 간 무장 갈등은 지속할 전망이다.

주목할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미얀마의 정치발전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대신, 미얀마에 반중 정부 또는 친서방정부가 들어서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중국이 희망하는 동남아 인프라 건설에 미얀마가 협력해 주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서 미얀마 국내외적으로 불안요인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중국은 현상 유지에 천착하는 외교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미얀마에서 다시 정치적 격변이 발생할 가능성도 대비한다. 현상 유지 차원에서 볼 때 중국은 철도, 항만, 전력 사업을 포함한 인프라 프로젝트를 재가동하기 위해 미얀마 군부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독립 축하 전문을 전송하는 행위는 미얀마 국민뿐만 아니라 임시정부를 수립한 민주 진영의 비난이 될 수 있으므로 외교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행위는 자제한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아세안의 입장을 존중하고, 한편으로는 친중 국가인 캄보디아의 행보도 지지한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는 소수의 친구와 생존하는 법을 안다고 했을 정도로 그들의 고립을 예견했다. 그러나 독립 기념 축하 전문을 보낸 5개 국가와 특정 분야에 걸친 교류가 진행 중이므로 이들 국가가 항구적으로 미얀마를 지지할 것 같지는 않다. 또한, 아세안이 미얀마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미얀마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려는 국가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난망하다. 

전망: 미얀마 문제 해결을 둔 아세안의 분열?
역대 미얀마 군부의 통치 행태를 돌아볼 때 군부는 국내적으로 안정적 통치체제를 확립한 뒤 외교 무대로 나아갔고, 그 과정에서 외부의 압력에는 매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예컨대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노정에 있으므로 바쁘고 시간이 부족하다’라는 명분으로 외부의 대화 제의를 거절해 왔다. 이를 참고로 할 때 미얀마 군부는 자신들이 완전히 국가를 장악했다고 판단하지 않으면, 아세안 특사를 포함한 국제기구 특사와 아웅산 수치를 포함한 민주진영 간 면담을 허용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면서 군부는 테러리스트 세력(군부의 용어임)의 공격으로 군부의 대응이 불가피하다면서 국민에 대한 공격행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연말까지 발표한 정전 약속을 스스로 엎을 것이 자명하다. 5대 합의안을 이행하라는 아세안의 압력에도 미얀마 군부는 이행을 위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며 소극적 자세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2022년 아세안은 미얀마 문제를 두고 분명히 갈등할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을 제외한 아세안 국가는 미얀마가 5대 합의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미얀마는 비정치적 회담에만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고, 캄보디아는 의장국 직권으로 미얀마를 초청하는 등 아세안 내 갈등은 증폭될 수 있다. 

그러나 미얀마로 인해 아세안이 와해하거나 분열하여 그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첫째, 아세안은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의 최우선 원칙인 내정불간섭을 폐기하지 않을 것이다. 즉 아세안은 미얀마의 정치적 문제를 난민, 국민통합 등 사회적 문제로 치환하여 미얀마를 지원할 수 있다. 둘째, 아세안에서 미얀마 문제는 미얀마의 가입부터 반복적으로 발생해 온 상수에 가까운 요인이다. 즉 아세안 내에서 미얀마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치유하고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설 수 있는 자정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셋째, 그러한 자정력과 아세안의 신뢰 회복은 군부의 계획대로 2023년 총선이 실시되었을 때 완성될 가능성이 크다. 2010년 총선 이후 중국과 아세안 의장국이던 베트남만이 환영 성명을 발표한 사실만 보더라도 아세안은 각 회원국에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아세안은 중심성과 외부의 영향력 없이 역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하므로, 2022년 한 해 미얀마에 대한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을 그대로 반영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미얀마를 보호하며 미얀마 군부의 자발적인 변화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군부의 자발적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2022년 아세안의 노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그것이 내정불간섭원칙과 동행하는 아세안의 모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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