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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EU 장기예산안과 경제 지원 프로그램,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크로아티아의 경제

크로아티아 Kristijan Kotarski University of Zagreb Faculty of Political Science 2021/09/14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코로나19 사태와 크로아티아 경제 
EU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크로아티아는 2020년, EU의 27개 회원국 중 가장 큰 수준의 경제 후퇴를 경험했으며(Eurostat, 2021a), 이보다도 더욱 심각한 경제 문제를 겪은 것은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관광업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들 뿐이었다. 다만 크로아티아는 경제규모 축소에도 불구하고 2020년 기준 20~64세 인구의 고용률이 2019년에 대비해 상승했다는 놀라운 사례를 만들어낸 3개 EU 회원국 중 하나이기도 했다(Eurostat, 2021b). 

이렇듯 GDP가 추락하는 와중에도 고용률 성장을 이룬 사뭇 모순적인 현상(divergence)을 만들어낸 요인에는 두 가지가 존재한다. 첫째, 단기일자리의 공급과 더불어 전염병 대응조치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본 노동자들에 대한 소득지원을 통해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정부는 이 정책에 무려 110억 쿠나(한화 약 2조 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대규모 해고 사태를 방지하는 데에도 총력을 기울였다(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Croatia, 2021a). 둘째, 크로아티아는 코로나19의 첫 대유행부터 사실상 스웨덴식의 전략을 채택하여 2차, 3차 유럽 대유행 당시에도 전염병 통제조치의 강도가 역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한편 2020년 GDP의 8%라는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의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부채 또한 GDP의 87% 이상으로 수직상승했지만(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Croatia, 2021b), 결과적으로는 공공부채 상환을 위한 융자와 재융자를 양호한 조건 아래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EU로부터의 막대한 지원금 및 아래 본문에서 설명할 요건들에 비추어볼 때 중기적으로 재정에 부담이 될만한 요소가 부재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에 더해 크로아티아는 2023년 유로화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도입이 성사될 경우 공공부채 상환이 이전보다도 안전하고 쉬워질 것이다.

많은 미지수와 불확실성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이 크로아티아의 미래 경제 전망에 주는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어렵다. 다만 크로아티아 국내 백신접종율(34%)이 EU 27개국 평균(47.34%)에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2021년 7월말 기준 100만 명당 확진자 수가 지중해 연안 주요국들 중 최저를 기록해 관광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Our World in Data, 2021). 

2021~2027년도 EU 다년도 예산계획, 경제회복 및 복원력 강화 프로그램, 그리고 크로아티아의 경제 반등
EU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경제회복 및 복원력 강화 프로그램(RRF, Recovery and Resilience Facility)을 신설했으며, 크로아티아는 이러한 RRF,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하는 차세대 EU(NGEU, Next Generation EU) 프로그램을 통해 2021~ 2027년간 전례 없이 큰 규모의 EU 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되었다. 크로아티아가 확보한 금액은 EU 회원국 중에서도 2019년 각국 GDP 대비 최대 규모이며, 이는EU가 선정한 자금 분배 기준이 유리하게 적용된 덕이 크다.

이에 더해 크로아티아는 EU의 장기예산안인 2021~2027년 다년도 예산계획(MFF, Multiannual Financial Framework)을 통해서도 현재 가치로 130억 유로(한화 약 18조 원)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확보했다. 현재 크로아티아가 예산안 및 회복지원 프로그램으로부터 끌어올 수 있는 EU 지원금은 총 210억 유로(한화 약 29조 원)에 달하고, 필요할 경우 현재 가치로 35억 유로(한화 약 5조 원) 수준의 양허성 차관(concessional loan)도 지원받을 수 있다(European Commission, 2021)1). 아래 <표 1>은 EU로부터 받을 수 있는 각종 경제지원의 규모를 현재 및 2018년 기준 가치로 환산해 나타낸 것이다. 이뿐 아니라 크로아티아는 이전 2014~2020년도 MFF로부터 배정받은 55억 유로(한화 약 7.6조 원)도 아직 소진하지 않았으며, EU가 정한 기한인 2023년까지 이 중 95% 이상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표 1> 2021~2027년간 크로아티아가 받을 수 있는 EU 경제지원 규모 (단위: 100만 유로)
* 자료: EU 집행위원회(예산국)(2021)

장기예산안과 RRF를 포함해 EU에서 크로아티아에 지원하게 될 엄청난 자금 규모를 고려할 때, 이후 수년간 정책의 변화나 경제 개혁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기간동안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즉, 국가 외부로부터의 큰 충격이나 엄청난 규모의 정책적 실수가 없는 한 크로아티아는 앞으로의 10년간 현대 역사상 최대의 성장을 기록하게 될 수 있다. 이전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재정 수지 및 경상 수지의 쌍둥이 적자를 겪던 국내 경제는 2015~2019년간 성장을 기록하면서 이전까지의 거시경제적 불균형 현상을 해결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10년간 최대 300억 유로(한화 약 41조원)에 달하는 추가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이전까지의 경제 성장 추세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크로아티아 경제의 모든 면이 이상적인 모습인 것은 아니다. 2020년 EU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크로아티아는 EU 27개국 중 세번째로 낮은 GDP를 기록해 불가리아와 그리스만을 넘어섰으며, 이에 따라 인재 유출(brain drain)이 가속화되고 인구 위기(demographic crisis)의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다(Eurostat, 2021c). 크로아티아는 2013년 EU 가입 이후 회원국 중 최대 수준의 인구 감소를 경험했으며, 여기에는 타국 이민과 자연감소 모두가 원인이 되었다. 이 경향은 부패로 몸살을 앓는 후견주의적 정치체제, 재산권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는 미약한 법체계, 그리고 행정부의 역량 부족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일례로 행정부 요직은 능력이 아닌 특정 정치집단에 대한 충성도를 바탕으로 채워지며, 고위 정치인이나 국영기업 운영진들의 부패 스캔들이 합당한 사법처리 없이 흐지부지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생산성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EU로부터의 지원금을 디지털화, 차세대 에너지로의 이행, 사회적 응집력 강화, 기업가정신 육성,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상기한 문제들로 인해 이들 자금이 효율적으로 소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따라서 EU 경제지원의 증대가 국내의 잠재적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경제의 구조적 변혁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EU 지원금 활용과 관련한 법적 · 제도적 틀의 개혁에 관심을 쏟음과 동시에 고강도 경제 개혁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크로아티아의 EU 지원금 소화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틀의 개혁과 관련해서는 다음의 주요 문제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크로아티아가 개혁 및 투자활동과 관련해 RRF 지원의 사전요건으로 제출한 경제회복 및 복원력 강화 계획안(NRRP, National Recovery and Resilience Plan)은 7월말 EU집행위원회 및 EU 이사회의 승인을 얻었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 지원금 분배가 상당히 불균형함을 확인할 수 있다. 1,000페이지를 넘어가는 데다 복잡한 내용도 다수 포함하고 있는 이 NRRP에서는 63억 유로(한화 약 8.7조 원)의 EU 지원금 중 약 10%가량만을 기업 지원에 사용하기로 계획하는 등(Kotarski, 2021) 기존 및 미래 기업가들에 대해 충분한 자금 지원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한 개의 장기적 일자리 창출에 10만~12만 유로(한화 약 1.4억~1.6억 원)가 소요된다는(Grgas, 2021) 크로아티아 고용주 협회(Croatian Employers' Association)의 계산법을 따르면 위의 기업 지원금으로 민간부문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일자리는 5,250~6,300개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민간기업들도 공공 조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고는 하나, 공공부문 투자의 경제적 효과는 민간부문 투자에 미치지 못할 공산이 크며, 이러한 프로젝트의 낙찰자로 외국 기업이 선정될 수도 있다. 

이미 승인절차를 통과한 NRRP의 경우 자금 분배계획을 크게 바꿀 수 없지만, 2021~2027년 MFF로부터 지원받는 나머지 130억 유로(한화 약 18조 원)의 경우 해당 지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관해 EU 집행위원회와 체결하는 파트너십 협정안을 2021년 말까지 새로 작성할 필요가 있다. 2021~2027년 MFF는 상황에 따라 일정 수준의 계획 변경을 허용하기는 하지만, 크로아티아 정부는 기존보다 획기적으로 많은 금액을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연구개발 활동 지원에 투입해야만 할 것이기에 협정안 수정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과거 2014~2020년 MFF 집행 과정에서 크로아티아 국내 민간기업은 지원금 확보에 열의를 보였으며, 또한 이러한 자금을 새로운 상품, 특허, 일자리, 세수로 전환하는 데 공공부문보다 훨씬 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2년간 많은 수의 국내 기업들이 EU 지원금을 신청했지만 정부가 기존 파트너십 협약을 수정할 수 없어 이들 모두에게 자금을 지원할 수 없었던 사례가 많았으므로, 차기 MFF와 관련해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관련 내용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한 공공재 창출을 위해 공공부문에의 EU 지원금 투자가 어느 정도는 필수적이라 하더라도, 공공부문은 복잡한 행정절차, 상호조율 부족, 그리고 비효율성으로 인해 EU 지원금을 효과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수많은 인프라 프로젝트가 본래 계획과 달리 차질을 빚고 있는 이유도 공공 프로젝트 설계 및 집행 과정의 문제 및 건설허가가 나기까지의 절차가 잡아먹는 시간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크로아티아 경제의 미래 향방 
위에서 우리는 향후 10년간 크로아티아가 EU로부터 확보할 수 있는 지원금을 성공적으로 소화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주요 제도적, 법적, 규제적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크로아티아는 대규모 EU 경제지원을 통해 앞으로 10년간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지만, 더욱 중요한 질문은 과연 이 과정에서 지원금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해 다른 EU 회원국과의 격차를 줄이고 국내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으며 해외의 인재를 끌어올 수 있을지의 여부이다. 또한 EU 지원금 자체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으며, 이가 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경제적·정치적 개혁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만약 현재 및 미래 크로아티아 정부가 친시장적 개혁을 수행하지 못하고 기존 국가주도 성장 모델이 유지되어 공공부문이 경제의 중심을 차지하게 될 경우 크로아티아가 다른 EU 회원국들을 따라잡을 역사적 기회를 영원히 놓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크로아티아 정부는 기존 NRRP에 기재된 것보다 훨씬 대규모의 개혁을 수행해야만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매년 크로아티아의 경제 성과를 관찰할 것이며, EU 지원금이 크게 잘못된 목적으로 쓰이거나 개혁이 전혀 시행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의 진정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장기적 개혁 구상을EU 집행위원회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는 개혁적 마인드를 지닌 크로아티아 정부가 주도해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개혁 정부는 MFF와 RRF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개혁 반대세력을 무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앞으로 3년간 선거 일정이 없는 지금이야말로 모든 크로아티아인과 유럽인들을 위해 이와 같은 개혁에 착수할 적기일 것으로 사료된다.





* 각주
1) EU가 보유한 총 가용예산은 7개년 장기예산안의 1조 740억 유로(한화 약 1,500조원)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편성된 RFF의 7500억 유로(한화 약 1,000조원)를 합한 1조 8240억 유로(한화 약 2,500조원) 규모이며, 크로아티아가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은 이 중 245억 유로(한화 약 34조원) 수준이다.
2) 탈석탄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공동체들의 경제적 다변화를 지원하기 위한 펀드
3) NGEU 프로그램의 구성요소로, 각국의 코로나19 피해 및 상대적 부를 감안하여 회원국 간 균형잡힌 경제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자금지원을 수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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