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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EU 가입과 경제 발전: 불가리아와 서발칸지역 국가 비교를 중심으로

불가리아 Mihajlo Djukic Institute of Economic Sciences Research Associate 2021/09/14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불가리아의 빠른 EU 가입
1990년대 초반 EU 가입을 목표로 체제 전환을 시작한 여타 발칸지역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불가리아도 이전의 소련식 사회주의 시기로부터 물려받은 제도와 경제 및 정치체제를 완전히 변혁해야만 했다. 친-EU 세력과 반-EU세력 간 심각한 정치적 마찰 및 경제적 불안이라는 맥락 하에서 불가리아 정부는 21세기 첫 10년간 EU로부터 재정 투입과 개혁 추진을 위한 기술적 식견 제공 등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낼 수 있었다. 2007년 불가리아의 EU 가입은 경제적·제도적 개발 수준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이르다거나(McKee, et al., 2007) 지정학적 고려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데, 이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불가리아의 EU 가입이 지금까지 미친 영향을 뒤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불가리아의 사례는 다음의 두 가지 이유에서 특히 흥미롭다. 첫째, 현재 EU와의 협상이 ‘비공식적 중단’ 상태에 있는 여타 발칸지역 국가들에게 있어 과연 불가리아식의 빠른 EU 가입이 다른 유럽 국가들과의 경제적·정치적 통합 또한 가속화시킬 수 있는가의 물음에 답을 제공할 수 있다. 둘째, 불가리아 자신에게 있어서도 과연 여태껏 선진국을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던 자국의 만성적 문제점을(Ganev, 2019) EU 가입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는지를 반추해볼 수 있다.

아래에서 소개할 분석은 역사적·비교적 접근을 활용해 GDP, 고용률, 수출액, 불평등지수, 제도의 질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의 변화를 살펴보는 데 초점을 둔다. 여기에서는 서발칸지역의 EU 가입후보국들(세르비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을 통제군으로 삼아 불가리아가 EU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어떠했을지에 관한 가상 시나리오를 유추한다. 이에 더해 불가리아와 동시에 EU 가입이 성사된 루마니아, 그리고 2013년에 EU에 가입한 크로아티아의 사례 또한 함께 고려해보기로 한다.

EU 가입의 분명한 성과: 거시경제지표의 개선
거시경제적 안정성은 불가리아의 EU 가입이 가져온 실질적 성과이며, 주요 종합 지표를 조금만 살펴봐도 EU와의 통합 노력이 불가리아에 상당한 경제적 이익과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가져온 점을 확인할 수 있다(Yorgova, 2011). 실업률은 하락했고, 견실한 투지 유치를 통해 주변국보다 높은 GDP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경상수지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무역량 또한 2000년대 초반에서부터 EU 가입 이후로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해 2009~2019년의 10년간 GDP 대비 수출입액은 78%에서 124%로 늘어났다(OECD, 2021). 같은 기간 불가리아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3.22%를 기록해 동구권 평균을 넘어섰으며(이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인 동구권 국가는 3.61%를 기록한 루마니아가 유일하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불가리아의 GDP는 2000~2020년간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불가리아의 성장률 자체는 세르비아나 알바니아와 유사하지만 초기 경제규모가 이들보다 훨씬 컸으며, 불가리아는 분석기간동안 (단독으로는 불가리아보다 GDP가 높은) 크로아티아를 포함한 발칸지역 국가 평균 GDP와의 격차를 꾸준히 벌려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 참조).

<그림 1> 2000~2020년 구매력평가 기준 실질국내총생산(단위: 달러, 2017년)

* 자료: IMF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불가리아의 실업률은 2000년의 18.1%에서 EU 가입 연도인 2007년에는 6.9%로 감소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2009~2010년) 이후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하여 지난 3년간 5% 내외의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미래 노동시장정책은 국내 롬족(the Roma) 인구의 경제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와 비교해 주변국인 루마니아와 크로아티아 내 실업률은 각각 5%와 9%를 기록했으며, 다른 서발칸지역 국가들의 경우 두 자릿수 실업률을 기록 중이다 (<그림 2> 참조).

<그림 2> 2000~2020년 각국 실업률(%)

* 자료: IMF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불가리아의 평균 실질임금 또한 지난 20년간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여 현재 EU 5대 경제선진국 평균의 50%를 넘겼으며(Ganev, 2019), 수출액도 상당한 증가세를 보였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불가리아와 EU 전체 간 소득수준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각국 구매력 차이를 고려하는 일인당 실질 GDP 수치를 살펴보면 다음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불가리아의 일인당 실질 GDP가 2009년 EU 27개국1) 전체 평균의 44%에서 2020년에는 55%까지 상승하는 등 불가리아와 여타 EU 국가 간 격차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불가리아와 다른 발칸지역 국가 간 격차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데, 그 일례로 같은 기간동안 EU 평균 대비 세르비아의 일인당 실질 GDP 비율은 4%p 성장에 그쳐 가장 최근 수치는 43%였고, 크로아티아의 경우 64% 수준에서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발칸지역 국가 중 해당 수치에서 불가리아를 넘어선 나라는 2009년 52%에서 2020년 72%로의 성장치를 보인 루마니아가 유일하다). 

다만 불가리아가 EU 평균을 완전히 따라잡기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2000년 이래 연 평균 성장률을 단순히 확대해 적용할 경우(불가리아 3.7%, EU 평균 1.7%) 불가리아가 EU 평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30년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나타난다(Milatovic and Szczurek, 2019). 

<그림 3> 2009~2020년 각국 구매력 기준 일인당 GDP의 EU 27개국 평균 대비 비율(%)
* 자료: EU 통계국


마지막으로 살펴볼 거시경제적 안정성 관련 지표는 공공부채이다. 불가리아에서는 EU 가입 이전부터 부채 감소 경향이 나타났으며, 믿을 수 있는 재정정책을 바탕으로 공공부채 규모가 2002년 GDP의 53.4%에서 2007년에는 22.6%까지 떨어졌고, 이후 2020에는 23.8%를 기록하며 비교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루마니아나 크로아티아 등 다른 국가에서는 공공부문 부채가 비교적 상당히 높으며(<그림 4> 참조), 이는 불가리아가 다른 국가들과 달리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재정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았다는 긍정적 면모를 보여준다.

<그림 4> 2002~2020년 각국 GDP 대비 공공 총 부채 비율(%)
* 자료: IMF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경제성장 이면에 남겨진 체계적 문제점: 지속가능성의 부재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불가리아는 특히 EU 가입을 전후해 유럽 주요국들과의 경제적 통합 측면에서 진전을 이뤄냈지만, 바람직한 거버넌스나 양질의 제도와 관련해서는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매우 많이 남아있다. 아직까지 불가리아의 경제는 EU 평균보다는 주변 발칸지역 국가들과 유사한 양태를 보이며, 이는 EU와의 통합 진전이 국민 생활과 연관된 지표의 직접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음을 나타낸다. 이하 분석은 중·단기적 정책의 관점에서 이 문제와 연관된 네 가지의 (국내적) 요소들을 살펴본다.

1. 불평등의 증가 
어느 정도의 불평등은 그 어떤 시장경제에서나 나타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불가리아의 사례는 경제적 재분배 정책의 부재가 불평등 증가를 야기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EU 가입 이래 불가리아의 불평등 수준은 크게 늘어나 다른 어떤 유럽 국가들보다도 높은데, 국내 하위 20% 소득 대비 상위 20% 소득의 배수는 8.1을 기록하여 두번째로 높은 수치인 루마니아의 7.1이나 EU 27개국 평균인 5.0에 비해 높다. 지난 7년간 여타 발칸지역 국가들에서는 불평등지수가 비교적 안정화된 데 비해 불가리아의 불평등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림 5> 참조). 이렇듯 높은 수준의 불평등은 향후 경제성장에 대한 위협요소일뿐만 아니라 정치제도에 관한 신뢰도를 낮추고(Hallaert, 2020) 미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그림 5> 2013~2019년 각국 하위 20% 소득 대비 상위 20% 소득의 배수
* 자료: EU 통계국


2. 빈곤 문제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는 빈곤이다. EU와의 경제적 통합 자체가 빈곤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기에, 빈곤은 EU 가입 후보국 각각이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불가리아의 경우 2007~2018년간 상대적 빈곤율이 증가해 EU 평균에 비해 3.6배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빈곤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빈곤 문제는 특히 청년층 및 연금수령세대에서 크게 나타나는데, 국내에서는 노인 네 명 중 한명이 빈곤 위험에 빠져있는 것으로 조사되며, 이 수치는 EU 평균보다 2.5배 높은 것이다(Hallaert, 2020).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인구의 비율은 최근 감소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총 인구의 20%가량을 차지해 주변 EU국가인 루마니아 및 크로아티아는 물론 EU 미가입국인 세르비아나 몬테네그로보다도 높다(<그림 6> 참조).

<그림 6> 2019년 각국 내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인구의 비율
* 자료: EU 통계국


3. 제도 및 부패 문제 
불가리아는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 Index) 면에서 EU 회원국 중 최하위, 전 세계 180개 조사대상국 중에서는 74위를 차지했다. 2012년부터 관련 문제 해결에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는 사실이 특히 우려가 되는 부분이고, EU 가입에도 불구하고 불가리아가 부패 문제 해결과 관련해 다른 발칸지역 국가들보다 좋은 성과를 내지도 못했다(<그림 7> 참조). 이와 관련해 불가리아에서 제도의 질 개선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도 확인되며 (Milatovic and Szczurek, 2019), OECD가 측정한 불가리아 내 제도의 질 지수 또한 5.9를 기록해 OECD 평균인 8.1보다 크게 떨어진다.

<그림 7> 2020/2012년 각국 부패인식지수
* 자료: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4. 민간부문 발전을 막는 장벽과 혁신 역량의 부족 
불가리아에서는 부패 문제 및 법치 원칙의 훼손으로 인해 민간부문의 발전이 제약받고 있으며, 숙련노동력의 부재와 기술적 후진성 또한 중소기업 도약을 가로막는 문제점이 되고 있다. 일례로 불가리아 내 전자상거래를 활용하는 기업의 비중은 8%에 불과해 유일하게 북마케도니아(4%)보다 나을 뿐, EU 및 서발칸지역 국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그림 8> 참조). 연구개발이나 기업의 혁신 관련 투자에 있어서도 이와 유사한 경향이 관찰된다.

<그림 8> 2019년 각국에서 전자상거래 판매액이 전체의 1% 이상인 기업의 비중
* 자료: EU 통계국

맺음말: 서발칸지역의 발전 전망
EU 가입을 통한 회원국 자격 획득은 근본적으로 정치적 과정이지만, 이로부터 중요한 경제적 영향 또한 파생된다. 위에서 살펴본 자료를 통해 우리는 EU 가입이 불가리아 경제에 긍정적 성과를 가져다 주었다는 점은 분명하나, 회원국 자격 획득 자체가 지속가능한 경제개발의 모든 측면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면에서 불가리아의 사례는 국내법을 EU법에 조화시키기만 하면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의 필요조건 중 하나인 제도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불가리아는 지난 20년간 주변 국가들을 넘어서는 상당한 수준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여타 EU 국가들과의 간극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경제발전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지표에서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서발칸지역의 EU 비회원국들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위에서 보았듯 불가리아의 경우 EU와의 통합 노력이 법치의 원칙 강화, 빈곤문제 개선, 혁신역량 강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후로도 EU 회원국들과의 간극을 더욱 좁힘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또한 이룩하기 위해서 불가리아는 국내 자원을 총동원하고 구조적 개혁을 추진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국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EU 가입 협상을 재개하고자 하는 서발칸지역의 다른 국가들 또한 불가리아의 사례를 교훈삼아 단순히 EU 가입조건을 충족하는 수준을 넘어서 거버넌스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가능성 및 공평성을 갖춘 경제발전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 등의 구조적 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각주
1) 2020년 EU를 탈퇴한 영국은 수치 산정에서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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