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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태국의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에 남은 숙제

태국 Brendan Howe/ Assia Baric Ewha Womans University Professor/ PhD Student 2021/08/17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태국 내 불법 어업 관련 배경
어업은 태국 경제에서 항상 중요한 입지를 차지해왔다. 생선 등의 수산물은 태국의 주요 수출 상품이며, 1991년부터 2001년까지 태국은 식용 수산품의 최대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FAO, 2019). 하지만 태국은 지난 40년간 놀라운 수준의 사회적·경제적 성장을 이룩해 내어 어업과 같은 1차 산업 위주의 저소득국가에서 한 세대만에 보다 다양한 산업에 기반한 중상위소득국가로 탈바꿈했다(World Bank, 2021). 
2008년 태국 수산부(Department of Fisheries)가 출간한 ‘태국 해양어업관리 종합계획(Master Plan for the Marine Fisheries Management of Thailand)’은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어업에 대한 관심이 감소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다른 산업이 더욱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점, 그리고 바다로 나가는 일이 위험하고 고된 일이라는 점이 젊고 교육수준이 높은 태국인들이 어업을 기피하게 만드는 주원인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제이주기구(IOM,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2011)와 국제노동기구(ILO,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2014) 보고서에 나타난 바 있듯 자연재해 또한 어업 부문 일자리에 대한 관심을 줄이는 데 한몫 했다. 이렇듯 신규 인력 유입이 줄어들자 기존 인력의 근로조건은 더욱 악화되어, 어선원들이 일주일에 6일, 하루 14시간이라는 가혹한 조건에서 일하는 경우가 아직 많이 보고되고 있다(ILO, 2020). 이어 더해 태국법은 추가근무시간에 상한선을 두지 않고, 해상 조업 중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의 명확한 산정기준도 제공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정부관계자, 사용자, 근로자 사이에 어선에서의 근로가 언제 시작되어 언제 끝나는지에 대한 합의가 부재한 상황이다(ILO, 2020).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국 어업은 해외의 수요, 신기술 도입, 조업구역 확대, 그리고 인프라 발전에 힘입어 큰 성장폭을 기록할 수 있었다. 1999~2008년에 수출액을 기준으로 한 태국 어업의 연간 성장률은 4.3%로, 2008년에 외국으로 수출한 생선은 총 2,009억 4,000만 바트(한화 약 7조원) 어치에 달한다(FAO, 2019). 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가 발행한 ‘2020년 세계 어업 및 수산양식업 현황(2020 State of World Fisheries and Aquaculture)’ 보고서에서는 태국을 세계 6위의 수산품 생산국으로 소개한 바 있으며(전 세계 생산액 중 4% 상당), 이에 더해 EU, 미국, 일본이라는 세계 1위, 2위, 3위의 수산품 수입주체 모두가 태국 수산품의 주요 수출시장이기도 하다(FAO, 2020a). 
이로 인해 태국 국내에서는 수산품과 어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주변 저개발국에서 넘어오는 교육수준이 낮은 이주노동자들이 어업 부문의 노동력 부족 상황을 채우고 있다. 또한 어획량 감소로 인해 어선들이 더 먼 바다로 나가면서 조업비용도 증가해,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이 널리 이루어졌다(Kadfak and Linke 2021). 이러한 면에서 태국은 외국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덕을 많이 보았으며, 이는 어업 노동시장의 큰 변혁으로도 이어져 태국인 대신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주변 빈국으로부터 건너온 많은 수의 이주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외국으로부터의 저숙련/저임금 노동자 유입은 국내 어업의 수출 가격경쟁력 향상에 일조하기는 했지만, 불법이민자라는 법적 지위로 인한 착취, 강제노동, 채무변제를 구실로 한 노예노동(채무노동), 그리고 인신매매 등이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어업에 범죄조직이 개입하면서 불법·비보고·비규제(IUU, 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 어업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게 되었다.

태국 내 IUU어업으로 인한 악영향
태국의 어업과 수산식품가공업은 35만 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매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수출액을 기록해 (ILO, 2020) 태국의 식품수출액 중 20%를 담당한다 (USDA Foreign Agricultural Service, 2018). 하지만 지난 2008년의 세계경제 위기로 인해 약 5만 명이 해고되고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50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갈 곳을 잃게 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IOM, 2020). 저임금, 저축액 부재, 부채 등에 시달리던 이주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을 악용해 특히 어업에서 채무 변제를 구실로 한 노예노동 등 불법 행위가 증가한 것이다. 채무노동은 현대적 노예제의 가장 흔한 형태 중 하나로, 호주 인권 단체인 워크프리재단(Walk Free Foundation)의 세계 노예제 지수(Global Slavery Index)에 따르면 태국에서만 61만 명(인구 113명당 1명꼴)이 이에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는 태국내 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 중 76.2%가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빚을 진 상태였으며, 37.9%는 인신매매의 형태로 어업에 종사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Issara Institute and the IJM, 2007). 태국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책 모색에 나섰지만, 어업에서는 강제노동 및 채무노동이 아직 널리 행해지고 있는 실정이다(Walk Free, 2018). 

IUU어업은 어획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먼저 어획량의 축소/변경/미신고는 수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초래해 어업소득을 낮추고 어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태국 정부의 세입 및 빈곤구제사업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어군의 고갈을 유발하고 국내·국제적 관리 노력을 저해해 어업자원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기도 한다. 전 세계 IUU어업의 규모는 100~200억 유로(한화 약 13조 6,000억~27조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European Commission, 2019), 세계 총 어획량의 15% 이상에 해당하는 약 1,100만~2,600만 톤의 물고기가 불법 어획되는 것으로 집계된다. FAO의 2020년 아시아태평양지역총회(Regional Conference for Asia and the Pacific)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아태지역에서 매년 IUU어업에 포획되는 물고기는 340만~810만 톤 규모이고, 태평양 참치어업 부문에서 축소·변경·미신고된 어획량은 6억 달러(한화 약 6,900억 원) 이상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FAO, 2020c). 

2014년에 언론이 태국의 IUU어업에 현대적 노예노동이 연관되어 있음을 보도하면서 미국은 인신매매보고서(Trafficking in Persons Report)에서 태국을 2등급(Tier 2)에서 3등급(Tier 3)으로 강등했고, EU는 태국이 IUU어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수산품 수입을 전면 금지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옐로우 카드’를 부여했다. EU는 태국 무역액의 7.5%를 담당해 중국, 일본, 미국에 이어 태국의 네번째로 큰 무역 상대이기에 이와 같은 ‘옐로우 카드’ 조치가 시사하는 바가 컸다. 2020년 기준 태국-EU 양자무역 규모는 290억유로(한화 약 39조 4,800억 원)이며, EU에 있어 26번째로 큰 무역 상대인 태국은EU에 151억 유로(한화 약 20조 5,600억 원) 상당의 상품을 수출했다 (European Commission, 2020). EU 무역총국장실(Directorate General for Trade)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 EU가 태국으로부터 수입한 수산품은 2억 200만유로(한화 약 2,750억 4,900만 원) 규모였다 (Directorate -General for Trade, 2020).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은 태국 정부는 근로조건과 어업관리행태의 개선을 골자로 하는 일련의 정책 개혁을 실시했고, 그 일환으로 ‘2015~2019년 불법·미신고·미규제 어업의 방지, 억제, 근절을 위한 국가행동계획(National Plan of Action to Prevent, Deter, and Eliminate 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 Fishing)’을 설계 및 채택했으며, ILO의 핵심규정인 ‘강제노동협약에 대한 의정서(Protocol of 2014 to the Forced Labour Convention, 1930 (P029))’ 및 ‘어선원노동협약(Work in Fishing Convention, 2007 (No.188))’을 비준했다. 국내법령 또한 국제 기준에 맞추어 개정되었으며, 그 예로는 ‘인신매매방지법(Anti-Trafficking in Persons Act BE 2551 (2008)) 긴급개정령’과 ‘어업노동보호법(Labour Protection Act BE 2562 (2019))’ 제정을 들 수 있다. 2016년에는 세계적 수산식품 공급업체이자 세계 최대의 참치생산기업인 타이 유니언 그룹(Thai Union Group)이 66억 달러(한화 약 7조 6,000억 원) 규모 산업에서 최초로 윤리적 구인정책을 채택했다(Reuters, 2019). 또한 정부는 2016년에 시작되어 EU의 재정지원을 받는 ILO의 ‘어선원 인권보호 프로젝트(Ship to Shore Rights Project)’와 긴밀히 협력하여 수산식품 및 어획 관련 산업이 국제 노동 규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따라 EU는 상기한 ‘옐로우 카드’ 조치를 2019년에 철회했고, 미국의 인신매매 보고서에서도 태국은 2016년에 3등급 중 관찰 대상(2016년)을 거쳐 2등급(2018년) 지위를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부패와 공무원의 결탁행위, 해상 조사과정에서 통역과 상호소통의 부재, 그리고 검사조치의 불충분으로 인해 강제노동과 IUU어업 문제가 완전히 근절되지는 못했다. 태국 정부가 ILO를 비롯한 유관기관과 협력해 관련규정을 시행 및 집행하고 있으나, 최근까지도 불법행위 및 노동력 착취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ILO, 2020). 이렇듯 정부 노력의 큰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미국은 태국을 다시 2등급 중 관찰대상으로 강등했는데(Ministry of Foreign Affairs, 2021), 이는 원래 3년 연속 2등급에 배정된 이후 1등급으로의 향상을 위한 로비를 펼치던 정부의 노력과 국제적 평판에 대한 직격탄이었다 (The Bangkok Post, 2020a).

현재 상황과 미래 함의 
정부의 엄격한 규제 시행은 국내 각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국내 최대의 트롤어선 조업자 기구인 태국어업조합(NFAT, National Fisheries Association of Thailand)은 정부 규정으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했음을 주장했다. 또한 정권이 교체되고 EU가 ‘옐로우 카드’ 조치를 철회하면서 어민들은 이전의 IUU어업 관련 규정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에는 선박 기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한 선박모니터링체계(VMS, Vessel Monitoring System)의 트롤어선 장착 의무화 규정 완화, 최소연령규정 철폐를 통한 십대 청년 고용 허용, 선박 검사 면제, 그리고 해상에서의 작업인원 교체와 어획분 교환 허용 등이 있다(Reuters, 2019; The Bangkok Post, 2020b).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시위에 나선 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신규 규정에 미달해 출항이 금지된 선박에 대한 보상을 실시하고 IUU 방지 어업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트롤어선을 정부가 구매해주는 등의 유화책을 내놓았다(The Bangkok Post, 2019 and 2020b). 그러나 IUU어업과 연관된 인물들에 경제적 이득을 안겨주는 보상조치는 정부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와 진행 중인 협상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WTO(FAO, 2020a). 정부의 유화책이 어업자원 남획으로 인한 과잉생산과 IUU어업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연구보고서 또한 이러한 우려에 일리가 있음을 말해준다(Skerritt and Sumaila 2021).
코로나19 팬데믹 또한 기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 조치로 인해 생계를 위해 바다에서 조업중인 많은 어민들이 적절한 감독 및 보호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 태국의 노동인구 중 10%인 490만 명은 외국 출신 주민으로, 그 중 390만 명이(합법/불법체류자격을 포괄한) 이주노동자인 것으로 집계된다(UN, 2019). 국경 폐쇄와 여행 제한과 더불어 최근 미얀마에서 터진 군사 쿠데타로 인해 태국 어업이 이전부터 겪던 노동력 부족 문제가 더욱 심화되었으며, 따라서 기존 어선원들이 분담해야 할 작업량이 더욱 늘어났다(The Bangkok Post, 2021). 이에 더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국경을 넘어오는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불법체류자들이기에 노동력 착취 문제에 더욱 취약해진다. 또한, 수요 감소로 인한 생선 가격의 하락이 수익 감소로 이어져 어민들의 연료비 및 인건비 부담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렇듯 비용은 높아지고, 판매량은 줄고, 약 2만 5,000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등 노동력도 부족해지면서 태국 어업은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FAO, 2020b). 최근 사무트 사콘(Samut Sakhon)의 사례와 같이 어업중심지와 수산물시장에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국내 수산물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태국산업연합회(Federation of Thai Industries)는 국내 수산물 생산량의 40%를 담당하던 사무트 사콘 지역의 폐쇄 조치로 하루 10억 바트(한화 약 35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NNT, 2020). 
어민들의 근로 및 생활조건은 전염병 감염에 취약하며, 이에 따라 이들이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외국 출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외국인 혐오를 불러일으켜 이들의 안전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법적 지위가 불안하고 항구나 해상에 고립되어 있는 외국인 어민들은 IUU어업과 노동력 착취의 쉬운 표적이 된다. FAO에 따르면 2020년까지도 IUU어업이 해양생태계에 대한 최대 위협 중 하나로 남아있으며, 지속가능성을 위한 어획량 관리와 해양 생물다양성 보존 노력을 어렵게 하고 있다(FAO, 2020a). 이러한 불법 어획이 계속되면 지역 어업은 붕괴하고 IUU어업을 통해 생산된 수산품이 해외 시장으로 팔려나가면서 국내 지방의 식량 조달 부족을 야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IUU어업은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빈곤 문제를 악화시키며, 식량 확보를 저해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할 수 있다(FAO, 2020a). 
IUU어업 문제의 해결은 강제노동과 인신매매를 방지하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의 고달픈 삶이 재조명되면서 국내 IUU어업 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을 제고할 수 있는 여건이 다시금 조성되고 있다. 사용자들이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신장하고 이들의 법적 권리에 관한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언론 모두가 이주노동자 문제를 중대하게 받아들이고 편견과 싸우는 데 노력해야만 한다. IUU어업 근절을 위해서는 역내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도 매우 중요한데, 현재 ASEAN에서도 관련 조치가 이미 시행에 들어가기는 했으나 불법 노동행위와 인신매매 문제점을 충분히 다루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이루어 온 노력의 성과를 무위로 돌리지 않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이 정부가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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