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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메콩 유역 국제협력의 전환 - 중국의 란창·메콩협력체제의 출범과 의의

동남아시아 일반 이승호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2021/07/29

1. 서론 
본 원고는 2016년 3월 란창·메콩협력체제의 출범 전후 메콩 유역 국제협력의 정치·경제적 지형변화에 주목하고 한국의 대(對)메콩강 전략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메콩강은 중국의 칭하이-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하여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및 베트남 등 6개국을 거쳐 흐르는 4,880km 길이의 국제하천이다. 메콩 유역은 풍부한 수량, 넓은 유역 면적, 뛰어난 생물 다양성 등 천혜의 자연조건과 7,000만이 넘는 유역 인구, 수력발전 잠재성, 농업과 민물어업의 높은 생산성, 빠른 경제성장 및 지정학적 위치 등 정치, 경제, 사회 및 안보 측면의 중요성으로 세계 각국의 관심을 받아왔다(그림 1 참조).1)


<그림 1> 메콩강 유역
*자료: MRC(2020)2)


메콩 유역 국가는 1995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메콩 협약(메콩 협약)’을 체결하고 메콩강위원회(MRC, Mekong River Commission)를 수립하여 국제협력을 추구해왔다. 메콩 협약 중심의 국제협력은 2016년 중국이 란창·메콩협력체제(LMC, Lancang-Mekong Cooperation)를 수립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된다. 이 협력체제의 출범은 메콩 유역 국제협력 과정의 정치·경제적 전환을 예고한다.

2. 메콩 유역 국제협력: 메콩강위원회 체제(1995~2015)
메콩강의 실질적인 국제협력은 1957년 메콩위원회를 설립하면서 시작되었지만, 메콩 유역의 정치적 불안과 무력 충돌 등으로 1980년대까지 원활하지 못하였다. 1990년대 평화와 화해 분위기로 메콩 유역의 긴장이 완화되었고 1995년 메콩 협약 체결은 국제협력이 본궤도에 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메콩 협약의 특징은 4개의 하류 국가, 즉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및 베트남만이 정식 회원국이고 상류 국가인 중국과 미얀마는 정식 회원국이 아닌 대화 상대국이란 점이다. 본 협약의 대원칙은 지속가능발전 달성을 위해 수자원을 포함한 자연 자원의 지혜로운 이용과 보존 원칙 그리고 수자원 개발 혹은 이용 시 타 국가에 해를 주지 않는 공평한 이용(equitable utilization) 원칙이다. 또한, 메콩 유역 국가는 메콩 협약을 통해 국제하천 조직인 메콩강위원회를 수립하여 메콩강을 공동 연구하고 관리하는 데 합의하였다.3)

메콩강위원회는 1995년 수립 이후 현재까지 홍수 예·경보를 통한 피해 저감, 가뭄 발생 시 하류 지역 가뭄 해소를 위한 상류 댐 방류 제안, 수력발전 댐 건설과 운영 관련 지침 제공, 생물 다양성 사업 시행 등 지속가능한 수자원 관리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또한, 메콩강위원회는 수자원 외교(Water Diplomacy)의 첨병으로서 유역 국가 간 이해 충돌 시 대화채널을 제공하여 유역의 국제협력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4)


하지만 메콩강위원회는 유역 국가 간 갈등과 이해 충돌의 경우 조정하거나 해결하는 실효성 있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 원인은 1995년 메콩 협약이 법적 의무사항이 없는 정치적인 합의이기 때문이다. 비록 메콩 유역 6개 국가가 공식적으로 협상에 참여하기는 하였지만, 최종적으로 협약에 동의한 국가는 하류의 4개국만으로 메콩 협약은 유역 전체에 효력을 미치는 국제법적 지위를 갖지 못하였다. 이런 사실은 국제법적 효력 부재 및 정치적 합법성 부재와 연결되어 메콩 협약 기반의 국제협력이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낸다. 
   
메콩강위원회의 갈등 조정과 중재 역량 부족이 드러난 사례는 1990년대 초반부터 중국이 다른 유역 국가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건설한 상류 댐 문제이다. 2020년 12월 현재 중국이 메콩강 상류, 즉 란창강에 건설한 대규모 수력발전 댐은 총 11개로 향후 11개를 추가로 건설하여 총 22개를 운영할 계획이다.5)

중국은 상류 댐 계획과 건설과정 중 다른 유역 국가에 관련 정보나 데이터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고 협조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하류 국가들은 중국의 상류 댐 건설로 인한 수량 및 토사 감소가 하류 지역에 끼칠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였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담수호인 캄보디아 톤레삽(Tonle Sap) 호수 및 쌀 곡창지대인 베트남의 메콩 삼각주 지역에 초래할 부정적인 영향을 지적하였다. 하류 국가들은 중국의 상류 댐이 내륙운송, 관개농업, 가두리양식, 생태계 등 다양한 방면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댐 운영 관련 정보공개와 피해 보상 등을 중국 측에 줄기차게 요구하였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이런 요구와 비판은 메콩강위원회를 통한 공식적인 비판이 아닌 주로 개별 국가, 특히 베트남을 중심으로 개별 성명을 발표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 이유는 비록 메콩 협약을 기반으로 4개 하류 국가가 국제협력을 추구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개입하면 독자 행동을 취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의 최빈국 중 하나로서 중국의 막대한 해외원조가 주요한 경제발전 동력이기에 중국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 태국은 메콩강을 통한 국제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전원 합의에 따른 계획수립과 실행을 기본으로 하는 메콩강위원회는 중국의 일방적 상류 댐 개발에 대해서도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없고 1995년 메콩협약이 국제법으로 효력이 없기에 중국의 일방적 상류 댐 건설에 대해 어떠한 법적제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메콩 협약 기반 국제협력은 중국의 비협조적인 태도 및 미얀마의 무관심 속에서 제한적인 성과를 달성하였지만, 유역 전체의 지속가능발전을 이행하기에는 한계점이 많았다. 메콩 유역 국제협력의 교착상태는 메콩 협약 기반 국제협력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의 상류 댐 개발을 정당화하고 유역 내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일대일로 전략으로 상징하는 세계 공략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2016년 란창·메콩협력체제를 출범시켰다.

3. 메콩 유역 국제협력: 란창·메콩협력체제 출범(2016~현재)
란창·메콩협력체제는 2016년 3월 중국이 메콩강의 국제 협력을 주도하기 위해 설립한 협력체제이다. 이 협력체제는 정치와 안보, 경제 번영과 지속가능발전, 사회문화적 측면과 인적 교류 활성화 등 3개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다음과 같은 5개 세부 분야에 역점을 둔다. 첫째, 농업개발과 빈곤 타파, 둘째, 수자원 관리, 셋째, 생산역량 강화, 넷째, 초국경 경제협력, 다섯째, 연계성 등이다.6)  중국은 2021년 7월까지 세 번의 정상급 회담을 통해서 협력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관련 사업과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면서 유역 내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기존의 메콩 협약에 따른 메콩강위원회 중심 국제협력이 중국과 미얀마가 정식으로 참여하지 않는 제한적 형태의 국제협력체제였다면, 란창·메콩협력체제는 메콩강의 모든 유역 국가가 참여하여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중국 주도의 사업 및 투자로 가시적 혜택이 있는 차별성이 있다. 유역 국가들은 이런 이유로 점차 증가하는 중국의 정치, 경제, 군사, 안보 영향력을 경계하면서도 새로운 협력체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메콩강위원회 주도의 국제협력에서 금기시했었던 ‘수력발전 댐’ 현안은 란창·메콩협력체제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지는 않지만 향후 주목 받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하류 국가 중 가장 수력발전 가능성이 큰 라오스와 캄보디아에 본 협력체제를 통해 기술 및 투자지원을 늘리고 있다. 중국은 2010년대부터 라오스의 수력발전 댐과 기타 기간산업 건설 분야에 기술 자문과 투자를 제공해왔고 2050년까지 캄보디아의 수력발전 댐 건설에 24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할 계획이다. 수력발전 댐 분야 이외에 중국의 대 메콩강 투자계획은 연계성 강화에 100억 달러, 빈곤 완화에 4,900억 달러를 포함하고 있는데 향후 란창·메콩협력체제를 통해 투자와 사업 기회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7)  

수력발전 댐 건설과 함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중국의 투자 상황을 보면 수자원 관련 제도 수립, 기술이전, 수문 정보시설 구축과 교육 등에서 지원을 강화하고 란창·메콩 수자원협력센터, 환경협력센터, 글로벌 메콩연구센터 등을 설립하여 메콩 유역 국가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중국과 유역 국가의 전문가로 이뤄진 공동 전문가 그룹이 란창·메콩수자원협력 5개년 실행계획을 수립 중이고 본 협력체제가 후원하는 훈련프로그램에 메콩 유역 국가에서 파견한 100여 명의 공무원과 학생이 참여하였다.8) 

란창·메콩협력체제의 출범 이후 중국의 메콩 유역에 대한 급속한 세력 확장은 이전까지 국제협력의 중심이었던 메콩강위원회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메콩강위원회는 란창·메콩협력체제 수립 이후부터 공동협력을 위한 메시지를 꾸준히 보냈고 2019년 12월에는 란창메콩협력 수자원협력센터와 MOU를 맺었으며 같은 해 중국과 정보 교환협정을 갱신하기도 하였다. 란창·메콩협력체제도 메콩강위원회와의 협력이 최소한 단기적으로 중요한데 그 이유는 메콩강위원회가 지난 20여 년간 축적한 수자원 및 환경생태계 관련 데이터와 정보, 회원국 전문가 네트워크, 회원국 이견과 갈등 조정 경험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란창·메콩협력체제는 메콩강위원회의 과학·기술적 전문성과 수자원 외교 관련 네트워크와 조정 능력에 대한 학습을 완료하면 메콩강위원회와의 공존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 이후에는 메콩강위원회의 역할과 존재감이 서서히 퇴색하고 란창·메콩협력체제가 유일한 메콩 유역 국제협력체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메콩 유역의 국제협력이 중국 주도의, 중국을 위한 전략적 국제협력으로 전환되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이라는 강력한 국가가 다른 유역 국가를 압도하여 발생하는 권력 비대칭 구조를 막기 위해서는 기존에 유명무실했던 메콩 유역의 다양한 다자와 양자 간 국제협력체제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예는 아세안(ASEAN), 메콩 하류 국가 이니셔티브(Lower Mekong Initiative), 아예야와디-차오프라야-메콩 경제협력 전략(Ayeyarwady-Chao Phraya-Mekong Economic Cooperation Strategy), 일본의 메콩 이니셔티브(Mekong Initiative) 및 한국의 한·메콩 정상회담 등이다. 

일본 및 중국과 비교하여 한국은 메콩 유역에 대한 경제력과 정치적 영향력이 미약하나 현지 적합형 수자원 개발과 관리 사업, 사회개발과 빈곤 완화 사업 등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사업을 발굴하며 적극적으로 메콩 유역에 진출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 공공기관, 민간기업, 시민단체, 전문가 그룹은 각 유역 국가 및 메콩강위원회와의 공동협력 사업을 꾸준히 발굴하여 메콩강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한국의 관심을 피력하고 란창·메콩협력체제를 이용한 중국의 급부상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는 기초를 닦는 지혜가 필요하다.9)

4. 결론
본 원고는 메콩 유역의 국제협력에 초점을 맞추어 1995년 이후 메콩강위원회 중심의 국제협력 형태가 2016년 중국의 란창·메콩협력체제 수립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주목하였다. 메콩강위원회는 과학·기술적 전문 기관 역할과 수자원 외교의 첨병으로서 유역 국가 간 분쟁 조정을 위한 협력 기관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출범부터 중국과 미얀마가 정식 회원국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기능과 역할이 제한적이었고 정식 회원국도 자국 이익 중심주의에 천착하여 메콩 유역의 지속가능발전 달성에 한계점을 노출하였다.
   
중국의 일방적인 상류 댐 건설과 진행 과정은 메콩강위원회 중심의 국제협력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었고 중국은 메콩 유역 내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2016년 란창·메콩협력체제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중국은 일방적 상류 댐 건설에 대한 비난을 회피하고 하류 국가의 수력발전 댐 공동개발과 원조라는 방식으로 자국 주도의 메콩 유역 국제협력 질서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이런 중국의 접근은 일대일로의 주요 축으로서 메콩 유역을 조명하고 영향력 확대를 통해 관련 사업 추진의 토대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의 대 메콩강 유역 대응 전략은 정기적인 한·메콩 외무장관 회담 및 정상회담 등을 통하여 양자 및 다자간 협력체제를 공고히 수립하고 수자원 분야 공적 해외원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업은 각 유역 국가 상황에 부합하고 유역 국제협력을 증진할 수 있는 중장기적 계획과 행동전략을 토대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거시적으로는 아세안 국가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메콩 유역의 문제에 접근하면서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중국의 수력발전 댐 개발과 운영에 대한 정보 수집과 연구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라오스, 캄보디아 및 베트남과 같은 공적해외원조 중점협력국과 하드웨어(수력발전 댐 및 하천시설 건설) 및 소프트웨어(교육 및 훈련) 측면에서 지역 적합 사업을 추진하고 실행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각주
1) Lee, Seungho (2013) Hydropower development in the Mekong River basin – analysis through the hydro-hegemony approach. 동남아연구 23, 227-264.
2) Mekong River Commission (2020) Basin Development Strategy for the Mekong River Basin (2021-2030). Complete Second Draft of Part I and First Draft of Part II. 4 March 2020.
3) Mekong River Commission (2017) 1995 Mekong Agreement and Procedures. Vientiane, Mekong River Commission.
4) Lee, Seungho (2015) Benefit sharing in the Mekong River Basin. Water International 40(1), 139-152, and Kittihoun, Anoulak and Staubi, Denise (2018) Water diplomacy and conflict management in the Mekong: From rivers to cooperation. Journal of Hydrology 567, 654-667.
5) Eyler, Brian, Basist, Alan, Williams, Claude, Carr, Allison, and Weatherby, Courtney (2020) Mekong dam monitor lifts the veil on basin-wide dam operation. Stimson Center, December 14, 2020. Available Online: https://www.stimson.org/2020/mekong-dam-monitor-lifts-the-veil-on-basin-wide-dam-operations/ 
6) Lancang Mekong Cooperation (2017) The 3+5 Cooperation Framework. LMC Website. December 14, 2017. Available Online: http://www.lmcchina.org/eng/ (accessed 9 July 2021).
7) Xie, Lei and Jia, Shaofeng (2018) China’s International Transboundary Rivers. Abingdon, Routledge.
8) Zhang, Hongzhou and Li, Mingjiang (2020) China’s water diplomacy in the Mekong: a paradigm shift and the role of Yunnan provincial government. Water International 45(4), 347-364.
9) Lee, Seungho (2021) Chapter 9: Transboundary Rivers. In Lee, Seungho. China’s Water Resources Management. Cham, Switzerland, Palgrave Macmil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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