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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필리핀, 부유층 증세 필요성 논의

필리핀 EMERiCs - - 2021/05/07

☐ 근본적인 세제 개편 필요성 제기 

◦ 필리핀 싱크탱크, 부유세 도입 주장
- 현재 필리핀 정부의 주된 세수는 소득세와 소비세이다. 필리핀은 오랜 기간 개인 또는 법인이 새로 창출한 소득이나 새로 일어나는 지출 활동에 대해서 주로 세금을 부과했다. 반면, 과거에 얻은 소득 혹은 지출 활동의 결과는 상대적으로 필리핀 세무 당국의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 하지만 이와 같은 과세 방침으로 인해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필리핀 정부가 큰 위기에 봉착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실업이 늘어나면서 개인과 기업의 소득이 감소했으며, 이는 소비 둔화로 이어지면서 정부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세원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 최근 필리핀 내 여러 연구 기관과 싱크탱크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유세(wealth tax)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경제 리서치 기관 IBON 재단(IBON Foundation)은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초창기인 지난 2020년부터 정부 세수 감소를 예고하면서 이제는 부유세 관련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또한 경제 및 세금 정책을 연구하는 비영리기구 FDC(Free from Debt Coalition)도 얼마 전 필리핀 부호를 대상으로 부유세를 부과하면 정부의 재정 문제를 상당히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 세수 확보와 경제 불평등 완화에 도움
- FDC는 부유세 도입을 제기하면서 비교적 구체적인 과세 방법도 제시했다. 자산 1억 페소(한화 약 23억 4,500만 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에게 연 2.0%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보유 자산 가액에 따라 8단계에 걸쳐 최대 3.75%의 부유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FDC에 따르면 이 방법으로 보유 자산 상위 50명에게서만 연간 최소 1,120억 페소(한화 약 2조 6,264억 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 IBON 재단 역시 ‘슈퍼 리치 세금(super-rich tax)’ 제도를 언급하면서 보유 자산 수준에 따라 1.0~3.0%의 세율을 적용하면 적어도 연간 2,367억 페소(한화 약 5조 5,483억 원) 이상의 세금을 거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 2020년 IBON 재단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보유 자산 기준 필리핀 상위 0.005%가 보유한 자산이 나머지 필리핀 국민 65%가 보유한 자산보다 많았다. 또한 보유 자산 상위 50명이 7,100만 명의 필리핀 국민이 보유한 재산보다 많은 부를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IBON 재단은 필리핀 역시 부의 집중 현상이 심각한 나라 중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따라서 부유층에게서 추가 세금을 거두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부분의 보통 필리핀 국민은 세금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큰 부담을 느끼지만 부유층은 최대 3.0%의 세율을 적용하는 추가 세금으로 인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으며, 경제적 불평등 완화 차원에서도 부유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IBON 재단은 주장하고 있다.

◦ 국제기구도 부동산세 인상과 부유세 도입 고려 권고
- 한편, 지난 2021년 3월 아시아 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은 아시아 각국 정부가 부동산 세금을 강화하고 경우에 따라서 부유세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아시아 개발은행의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 정부 세수가 타격을 입었으며, 동시에 부유층과 서민의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세율 인상과 부유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또한 아시아 개발은행은 세수는 줄어든 반면 정부 재정 지출은 늘어났기에 언젠가는 증세가 필요한 시점이 오게 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만약 증세를 한다면 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증세를 하는 것보다는 부유층에게서 별도의 세금을 거두는 것이 현 상황에서는 보다 적절한 선택이라는 의견도 개진했다.
- 더불어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UN 사무총장 역시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의 집중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하면서, 각국 정부가 부유세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빈부 격차 심화

◦ 고위직은 성과급, 하위직은 소득 감소
- 필리핀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감소한 가운데서도 부유층의 소득은 증가했다. 필리핀 증권 거래소(PSE, Philippine Stock Exchage)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일부 대기업 고위 경영진의 경우 연봉과 성과급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36%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특히 IT 등 코로나19 팬데믹의 수혜를 입은 업종의 고위 경영자의 경우, 성과급과 배당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더 많은 부를 획득했다. 단적인 예로, 미디어 대기업 GMA 네트워크(GMA Network)의 임원 6명과 CEO(Chief Executive Officer), COO(Chief Operating Officer)의 2020년도 성과급은 전년도 대비 42.8% 인상되었다.
- 이처럼 하위 직급자의 소득은 정체 또는 감소하거나 심지어 일자리를 잃은 경우도 크게 늘어난 반면, 기업 성과가 개선되면서 소수 고위 경영자의 성과급은 큰 폭으로 인상되는 현상이 필리핀 상장 기업 사이에서 흔하게 나타났다.

◦ 자산 소득과 근로 소득 격차도 확대
- 한편, 직급에 따라 고위직과 하위직의 근로 소득 차이 확대와 더불어 자산 소득과 근로 소득의 격차가 커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 이는 경기 부양을 위해 많은 돈이 시중에 풀리고 이에 더해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면서 현금의 가치는 떨어진 반면 실물 자산 가치는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 서민층의 근로 소득 가치는 상대적으로 절하된 반면, 부유층은 기존의 보유하던 자산에 힘입어 더 많은 부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 결론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유층과 서민의 빈부 격차 확대는 근로 소득과 자산 소득 측면에서 모두 일어났다. 하위직은 임금이 삭감되거나 일자리를 잃게 된 반면 고위직은 반대로 성과급이 늘어났고, 여기에 자산 소득 상승 속도가 근로 소득을 앞지르는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부의 집중화가 더욱 심화되었다.

☐ 사회·정치적 차별 해소 위해서도 빈부 격차 해소 필요

◦ 경제 회복 위한 세수 확보 필요
- 필리핀 정부 발표에 의하면 필리핀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지금까지 경기 부양을 위해서 2조 페소(한화 약 46조 9,000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는 2020년 필리핀 연간 GDP의 11%에 해당할 정도로, 필리핀은 막대한 정부 재정을 경기 회복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영향은 계속되고 있으며 필리핀 경제는 여전히 침체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필리핀 중앙은행(BSP, Bangko Sentral ng Pilipinas)은 필리핀 경제가 아직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하면서,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저금리 정책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재정 지출 확대와 저금리라는 현 추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한편, 아시아 개발은행은 최근 아시아 여러 나라가 경기 회복을 위해 지난 1년여 사이 많은 해외 자금을 차입했으며 그로 인해 해외 자금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개발은행은 외화 부채가 계속 늘어날 경우 국가 신용도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하면서 아시아 각국이 외국 자금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다시 말해 각국 정부가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경제적 권력이 정치적 권력으로 연결
- IBON 재단은 부를 축적한 개인이 정치적으로도 오랜 기간 많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는 소수의 부유층이 정치권력을 독점하는 현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기에 부유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 대표적인 예로, IBON 재단은 필리핀 부호인 매니 빌라르(Manny Villar)의 사례를 언급했다. 매니 빌라르는 사업가이기도 하지만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 중 하나인 국민당(Nacionalista Party)의 총재를 맡아 필리핀 정계에서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 IBON 재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매니 빌라르의 자산은 약 3,440억 페소(한화 약 8조 670억 원)이며, 기존 필리핀의 세법으로는 매니 빌라르가 더 이상의 소득이 없더라도 5만 7,000년 동안 필리핀 정부에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
- IBON 재단은 매니 빌라르가 오랜 기간 필리핀 정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그가 지닌 막대한 부라고 하면서, 보유 자산에 따라 사회·정치적인 발언권과 영향력에서도 차이가 커지는 현상은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 IBON 재단은 매니 빌라르의 사례 외에도 최근 부유층이 필리핀 정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따라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될 경우 앞으로 사회·정치적 차별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 서구권 국가도 연이어 증세 결정, 세금에 대한 근본적 인식 전환 필요하다는 의견 확대
- 지난 2021년 3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법인세 인상과 부자 증세를 공식 발표했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증세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부유층이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으며 기업은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낼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Federal Reserve) 의장이자 현 재무부 장관인 재닛 옐런(Janet Yellen) 장관도 법인세 인상 및 부자 증세가 미 정부의 재정 적자 완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 한편, 유럽에서도 EU를 이끄는 독일과 프랑스가 최저 법인세율 인상과 부자 증세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많은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많은 재정을 투입했고, 정부 재정을 다시 강화하기 위해서는 부유층과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으며, 이는 필리핀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기존의 세금 제도로는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무엇보다, 자산 소득이 근로 소득을 앞지르는 속도가 과거보다 빨라지자 이러한 사회 시스템이 과연 공정한 경제 구조인가에 대한 의문이 확대되었다. 또한 고위직은 더 많은 성과급을 거두는데 비해 하위직의 근로 소득은 정체하고 나아가 실업에 몰리는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 과거 기준에 비추어 볼 때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유세 도입이 최근 필리핀에서 논의되기 시작된 것도 이와 같은 사회 현상과 밀접히 연관된다. 더욱이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가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앞으로 부유층에 대한 증세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Inquirer.net, Impose wealth tax on our billionaires, 2021.05.01.
Philstar Global, Tax on ‘super rich’ seen to yield P237 billion yearly, 2021.04.15.
Philippine News Agency, High liquidity pushes BSP securities down, 2021.04.23.
Inquirer.net, BSP to keep interest rates low as long as possible to aid economy, 2021.04.26.
Rappler, Filipino billionaires swim in bonuses as pandemic crushes economy, 2021.04.16.
Philstar Global, BSP: Expansionary monetary support still warranted, 2021.04.27.
Business World, Experts say gov’t should consider property tax hike, 2021.05.02.
IBON Foundation, Upon COVID-19: Time to tax the super-rich, 2020.05.25.
Taiwan News, UN chief urges wealth tax of those who profited during COVID, 2021.04.13.
Forbes, Get The Super-Rich To Pay For Coronavirus, Say Tax Experts, 2020.12.09.
Rappler, Group wants wealth tax for rich Filipinos to fund pandemic expenses, 2021.04.29.
Phistar Global, ADB urges countries to lessen dependence on foreign borrowings,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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