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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케냐의 보편적 의료보장(UHC) 시행과 모바일 머니의 활용

케냐 김경하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초빙연구원 2020/10/26

‘모두를 위한’ 보편적 의료보장(UHC)의 등장
2015년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이하 MDGs)의 후속 의제로 채택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는 2030년까지 국제 개발을 이끌어 갈 목표로,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은 것(Leave No one Behind)’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SDGs는 위의 슬로건이 보여주듯 보편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이전 MDGs와 차별성을 가지는데, 보건의료분야에서 ‘모두를 위한’ 그리고 ‘Leave No one Behind’를 위한 핵심 목표가 바로 보편적 의료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 이하 UHC)이다. 

UHC는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양질의 보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의료서비스 이용으로 발생하는 재정적 위험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는 것을 포함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약 12%에 해당하는 9억 3,000만 명은 가계 예산의 10%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이들 중 약 1억 명은 의료비 지출로 인하여 빈곤선 이하의 생활(하루 1.9달러 이하)을 하고 있다.1)2) 이러한 배경으로 2015년 SDGs를 채택할 당시 모든 유엔(UN) 회원국은 2030년까지 UHC 달성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UHC는 크게는 의료서비스 보장과 재정적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로 구성된다. 의료서비스 보장은 모든 사람들이 예방, 치료, 재활, 완화 치료를 포함한 모든 범위의 필수적인 보건의료 서비스를 일부 계층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시기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의료서비스를 통해 죽음과 질병의 원인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며, 이를 위한 의료서비스의 접근성 및 보장 범위의 확대와 질적 개선 등을 포함한다. 재정적 보호는 진료비 보장 범위, 보조금, 건강보험 가입자의 확대를 통하여 치료 시점에서 본인 부담금(Out of Pocket, 이하 OOP)을 최소화 하여 의료비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을 방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케냐의 UHC 를 위한 노력: 국가의료보험(NHIF)
케냐는 1960년대 후반부터 국가의료보험(National Hospital Insurance Fund, 이하 NHIF)을 통해 UHC 달성을 꾀했다. 196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새로운 케냐 정부가 가장 먼저 시행한 정책은 ‘free healthcare to all Kenyans’라고 불리는, 모든 케냐인을 대상으로 한 무상 의료 정책이었다. 당시 케냐 정부는 건강한 나라가 더 큰 경제발전을 이룰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고, 이미 1940년대부터 무상 의료를 시행 중이었던 영국의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를 모델로 삼아 공공의료기관에서 무상 의료를 제공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발생한 두 차례의 오일 쇼크와 가뭄, 수출 가격의 하락으로 경제가 크게 침체되자 케냐 정부는 더 이상 무상 의료를 제공할 수 없게 되었고, 기존에 무료로 제공했던 NHIF를 근로자 및 한 달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인 자의 경우 강제 가입, 이 외의 경우 자발적 가입으로 변경하며 보험료를 청구했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까지 케냐의 의료보험 가입자 비율은 전체 인구의 9.7% 수준에 불과했고, 이에  케냐 정부는 2016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NHIF를 개정했다.3) 

그러나, 이러한 개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NHIF의 타당성, 형평성, 효율성, 지속성 등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했으며, 특히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NHIF의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사회적 취약계층을 배제한 점에서 큰 비판을 받았다. 한 예로, 정부는 NHIF를 개정하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 보조금(HISP, the Health Insurance Subsidy for the Poor) 프로그램을 실시했지만, 정작 혜택이 필요한 저소득층/빈곤층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케냐의 추정 빈곤층 인구수는 1,700만 명 이상이었지만 노동부가 관리하는 빈곤층 명단은 60만 명에 불과했고, 대다수의 빈곤층 가정은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또한, NHIF 개정 및 혜택에 대한 내용은 주로 휴대폰, 소셜 미디어, NHIF 홈페이지, 텔레비전, 신문 등을 통해 소개되었는데 이러한 경로는 노인, 저소득층, 장애인(시각장애인 또는 청각장애인), 농촌 및 소외지역 주민과 같은 특정 집단에게는 적절치 못한 방법이었다.4) 

이뿐만 아니라 의료 혜택은 납부한 보험료에 따라 차등적으로 제공되었는데, 정작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의 경우 소액의 보험료를 납부하다 보니 이용 가능한 의료시설 및 서비스의 제약으로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했으며, 더딘 행정 처리와 담당자들의 부패, 소통의 부재 등으로 인하여 무상의료 대상자들 조차도 의료비를 자비로 부담하도록 강요 받았고, 그 결과 NHIF는 ‘모두를 위한’이 아닌 ‘특정 계층’을 위한 보험 제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케냐의 우후루 케냐타(Uhuru Kenyatta) 대통령은 2018년 12월 12일 국가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BIG4 아젠다5)의 일환으로 ‘Afya Care-Wema Wa Mkenya (Health care-Good for Kenyans)’라고 불리는 UHC를 국가 우선과제로 선정,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고 2022년까지 모든 케냐인이 재정적 어려움 없이 필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을 시작했다. 현재 해당 UHC는 케냐의 47개 주 중 4개 주6)에서 시범적으로 시행 중이며, 2022년 전국적으로 시행하기 앞서 중간 규모 이상의 민간 병원과 지자체 병원에서 무상 의료 제공을 계획 중이다. 

UHC 달성을 위한 모바일 결제의 활용
케냐는 전 세계에서 모바일 머니(mobile money)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나라답게 이미 M-Tiba7)와 같은 모바일 머니 기반의 헬스케어 상품 출시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Tiba는 의료비 지불 플랫폼으로 사용자들이 의료서비스 이용을 목적으로 휴대폰으로 예금, 송금, 지불과 같은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의료비 마련과 재정능력 향상을 돕는 것에 목적이 있다. 기존의 취약계층은 의료서비스 이용을 위하여 이미 포화상태인 공공 의료에 의존하거나 혹은 자기부담비용(OOP)을 감수하고 민간 의료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들에게는 불확실하고 낮은 소득으로 매달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이 어려웠고, 의료보험이 없다 보니 갑작스러운 본인 및 가족의 의료비 지출은 생활에 큰 타격을 줄뿐만 아니라 빈곤층으로의 추락을 의미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M-Tiba는 취약계층을 주요 대상으로 기존 의료 보험과 모바일 의료(m-health) 생태계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M-Tiba 사용자는 언제든지 원하는 금액을 모바일 머니와 연결된 본인의 M-Tiba 계정에 예치할 수 있으며, 해당 예치금은 의료비 목적으로 타인에게 송금이 가능하다. 또한 예치 금액과 이용을 위하여 선택한 M-Tiba 협력 의료 시설에 따라 다양한 범위의 외래서비스를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및 친구도 이용 가능하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M-Tiba 서비스를 통해 의료서비스 이용 시 자기부담비용과 재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으며, 기존에 긴 시간이 소요되었던 승인 및 행정처리 절차 없이 치료가 필요할 때 휴대폰으로 즉시 M-Tiba와 연계된 의료시설에서 진료 예악과 진료비 지불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장점으로 2016년에 등장한 M-Tiba는 2017년 말까지 가입자 수 100만 명을 달성했으며, 2019년 말에는 약 400만 명의 가입자들이 1,400개 이상의 협력기관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게 되었다.8) 이렇듯 M-Tiba는 기존  UHC의 목표처럼 소외된 사람 없이 모두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케냐 정부도 기존에 NHIF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효과적인 UHC 달성을 위하여 휴대폰과 모바일 금융 기술을 활용 중이다. 케냐는 높은 휴대폰 사용률과 이전의 열악한 금융 인프라로 인하여 현재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 머니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사용자들은 지역, 소득, 직업 등과 관계없이 활발하게 모바일 머니를 이용하고 있는 만큼 모바일 결제 플랫폼의 활용은 이전에 소외되었던 더 많은 인구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에 케냐 정부는  2019년부터 UHC를 시범적으로 시행하면서 케냐의 모바일 머니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M-Pesa9)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M-Tiba와 협력하여 NHIF 등록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약 2,000 가구에게 의료보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10) 또한, 등록 과정에서도 별다른 서류 없이 휴대폰 번호만으로도 등록이 가능해지면서 사람들은 이전보다 쉽게 빠르게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고, 디지털화된 기록 덕분에 의료 기관에서도 그들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시사점
앞서 보여준 것처럼 케냐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높은 인터넷, 휴대폰, 모바일 머니 사용률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ICT 분야의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해당 기술을 활용한 의료서비스 제공 및 디지털 의료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케냐의 M-health의 사용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매우 뒤처져 있다. 이에 주요 원인은 ICT 인프라 부족이 아닌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충분한 자금 지원이다.

아프리카연합(AU) 회원국들은 2001년 아부자 선언(Abuja Declaration)에서 연간 예산의 최소 15%를 의료분야에 배정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케냐의 의료비 지출은 여전히 전체 예산에 6~7%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11) 2020/21년 케냐의 정부 예산 대비 보건부(Ministry of Health)에 할당된 비율은 전년 대비 1%가 오른 6.5%였다.12) 이는 3~4년 전 3.7%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수치이다.13)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보건의료 분야의 지원이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보건부 예산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렇듯 케냐는 의료 부문에 대한 낮은 투자로 인하여 만성적 의료 시설 및 인력의 부족과 낙후된 의료 인프라의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의료서비스의 공급은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예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구 1만 명당 25명의 간호사와 36명 이상의 의사를 보유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케냐는 이보다 한참 낮은 수준인 8.3명의 간호사와 1.5명의 의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의료 시설 중 12%만이 감염 예방을 위한 장갑, 소독약 등의 기본적인 물품을 구비하고 있는 실정이다.14)15)

이번 코로나19로 인하여 케냐의 보건의료시스템의 취약점이 노출되었고, UHC의 중요성은 더욱더 높아졌다.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UHC는 이전과는 다르게 디지털 역량의 활용을 통해 기존에 소외된 계층까지도 접근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단순히 이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만을 주기 보다는 실제로 이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그리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의료 인프라 개선 및 확충을 위한 투자 확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각주
1) Evans, Elovainio and Humphreys(2010), p. 5
2) "Universal Health Coverage (UHC).”(2019. 1. 24). 온라인 기사(검색일: 2020. 9. 10). 
3) Barasa, Rogo, Mwaura and Chuma(2018), p. 2.
4) Mbau, et al.(2020), pp. 8-14.
5) 2017년 11월 새로 출범한 케냐 우후루 정권(집권 2기)이 제시한 핵심 경제개발계획으로 5년간(2018~2022년) 제조업 활성화, 안정적 식량공급, 보건의료 향상, 서민주택 보급 확대 등의 4대 산업분야를 집중 지원 및 활성화해 경제를 살리고 가시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를 추구한다는 경제개발 계획이다(코트라, 2019, p. 7).
6) 4개의 주는 다음과 같다: 키수무(Kisumu), 니에리(Nyeri), 마차코스(Machakos), 이시올로(Isiolo)
7) M은 모바일, Tiba는 병을 치료하다라는 의미의 스와힐리어가 결합된 단어이다. 
8) Morgan(2020), p. 1.
9) M-Pesa는 케냐 전체 모바일 머니 가입자의 98.8%를 차지
10) Riley(2018), 온라인 자료(검색일: 2020. 9. 10). 
11) “Health Budgets: Will the pandemic change Kenya’s priorities?”(2020. 6. 11), 온라인 자료(검색일: 2020. 9. 10). 
12) Owino(2020), p. 3. 
13) Ministry of Health(2019), p. 7.
14) Ministry of Health(2015), p. 10.
15) Mohiddin, A., Temmerman, M(2020), 온라인 자료(검색일: 2020.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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