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아랍의 봄 7주년 : 튀니지의 현재와 미래

아프리카ㆍ 중동 기타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2018/02/06

 아랍 민주화 혁명이 2018년 1월로 7주년을 맞이하였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중동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의 시발점이었던 튀니지의 오늘은 어떠한가? 튀니지의 봄은 더 이상 없다. 오히려 살을 에는 매서운 겨울바람만이 국민들을 고통으로 몰아가고 있다.

 

긴축정책 발표로 민심 폭발

 

 2011년 노점상 시디 부아지즈의 죽음으로 거리로 뛰쳐나왔던 튀니지 국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오고 있다. 7년이 지난 현재, 그들은 여전히 “일, 자유, 국가의 존엄성”을 외치고 있다.

 

 지난 2015년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차관협정에 따라 올해 1월 1일부터 경유 등 일부 상품가격과 부가가치세 인상을 포함한 튀니지 정부의 긴축정책이 발표되자 민심이 폭발했다. 시위대들은 정부의 긴축 재정과 예산법 철회 등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들 간에 충돌이 잇따랐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살포하며 시위대 진압에 나섰고 일부 군 병력이 투입돼 은행과 우체국, 정부청사 등을 경계했다. 튀니지 내무부는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를 포함한 20여 개 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UN 집계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 800여 명이 체포되었고 이들 중 200여명은 15-20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시위로 55세의 남성 한 명이 사망했고 경찰과 시위대등 수백 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시위는 ‘#Fech_Nestannew(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는가?)’라는 해쉬태그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었다.

 

 이번 시위의 중심에도 젊은 층이 있었다. 학생연맹소속의 적극적인 젊은이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이기 시작했고 대학 졸업 후 무직상태인 청년 실업자들도 각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작년 말 정부가 2018 예산법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에 진보성향 정당 소속의 젊은이들이 모여 이에 대한 문제점과 향후 방향에 대해 논의하였고 1월3일을 거사의 날로 정했다. 튀니지국민들에게 1월 3일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 날이다. 1984년 1월 3일 빵값 인상에 항의하여 ‘인티파다 쿠베즈(빵 봉기)’가 일어났다. 50여명의 시위대가 하비브 브르기바 광장에서 봉기 선언을 하고 전단지를 배포하며 그들의 주장을 알렸다.

 

 튀니지에서 최근 발생한 대규모 시위는 튀니지 정부가 경제개혁을 조건으로 국제통화기금과 맺은 28억 달러(약 2조 9,996억 원) 규모의 차관 협정에서 약속한 긴축정책을 올해 1월1일부로 시행하기로 튀니지 정부가 발표한 직후에 발생했다. 튀니지 정부는 경유 및 일부 상품가격 인상 외에도 자동차, 전화기, 인터넷, 호텔 숙박비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도 인상하였다. 샤히드 총리는 시위는 받아들일 수 있으나 폭력은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올해가 마지막 고비가 될 것이며 지난해 GDP의 6%에 달했던 재정적자를 올해 4.9%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튀니지 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수 년째 높은 실업률과 물가 상승으로 고통 받고 있는 튀니지 국민들은 사업가들과 기업들이 탈세로 이익을 취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맡게 되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등 심각한 경제 문제 봉착

 

 튀니지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마지막으로 인구조사를 실시한 2015년 튀니지의 실업률은 15.2%로 도시인구의 약 10%, 농촌인구의 약 26%가 실업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15-24세 튀니지 인구의 35%가 실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튀니지 정부는 1958년 프랑스로부터의 독립 이후 주된 고용창출원이었던 공공부문 채용을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치솟고 있는 인플레이션도 문제다. 2017년 1월 3.8%이었던 인플레이션이 동년 말에 6.4%로 두 배로 뛰었으며 2018년에는 9-12% 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튀니지 화폐 디나르의 평가절하는 사상최악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0년 이후 달러 대비 디나르화 가치는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화폐가치 하락으로 구매력은 날로 하락하고 있으며 상품가격은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17년 1월부터 11월 동안 튀니지는 58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제상황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야당 대중전선(Popular Front)의 당수인 함마 함마미는 경제상황 악화로 인한 대중의 분노에 대해 현 정부를 강력히 비난하며 다른 야당들과 연대하여 시위를 계속 주도할 것이며 불공정한 예산법을 정부가 철회할 때까지 계속해서 시위에 참여할 것을 대중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튀니지는 25년간 장기 집권해 온 벤 알리 대통령을 민주화 혁명을 통해 몰아냈다. 이는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 예멘 등 주변 아랍 국가들에 확산되었고 대중들을 자극하여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던 ‘아랍의 봄’의 도화선이 되었다. 2011년 1월 14일 벤 알리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친 이후 같은 해 11월 인권운동가 출신의 몬세프 마르주키 공화의회당 대표가 4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2014년 12월 임시총리를 지냈던 베지 카이드 에셉세가 튀니지 첫 민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아랍의 봄’을 거쳤던 아랍국가들 중 튀니지는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고 민주주의 체제 구축이라는 염원을 이룬 나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튀니지는 현재 극심한 경제적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관광분야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5년 3월 외국인 관광객 등 22명이 사망한 수도 튀니스의  바르도 국립박물관 총격사건과 수개월 후 약 40명이 사망한 지중해 휴양지 수세(Sousse)의 한 리조트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으로 튀니지관광산업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관광산업은 튀니지 국내총생산(DGP)의 8% 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관광수입은 전년대비 35%나 하락했고 아랍의 봄 직전 약 700만 명에 달하던 관광객 수가 420만 명으로 30% 감소했다고 튀니지경제부는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은 외국인투자감소로 이어졌다.

 

 미국 워싱턴 소재 국제공화주의자협회(IRI)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튀니지인 응답자의 61%가 튀니지 경제상황을 ‘매우 나쁘다’고 평가했으며 ‘약간 나쁘다’라고 응답한 26%를 고려할 때 약 87%의 응답자가 자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4%가 튀니지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로 실업을 꼽았고 특히 튀니지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의 희망은 없으며 분노만이 있을 뿐이라고 응답했다.

 

 튀니지 국민들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에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경제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현재 경세상황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경제상황은 점점 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IMF의 요구에 튀니지 정부는 공공부분 채용동결, 조기퇴직, 임금 동결, 세금인상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높은 실업률로 취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세금 인상으로 물가는 더욱 상승할 것이다.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고 국민들의 분노가 확산되자 튀니지정부는 약 25만 빈곤층 가정을 위해 7,030만 달러를 지원하고 전국민들을 대상으로 보다 나은 의료케어시스템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 1월14일 에셉시 대통령은 수도 튀니스 인근의 한 빈민지역을 방문하고 주민들의 불만사항에 대한 방안마련을 약속했으나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들은 더 이상 정치인의 그럴싸한 약속을 믿지 않으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자리와 먹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 일어난 국민들의 분노를 통해 미래 설정해야

 

 튀니지를 성공한 민주주의 국가로만 평가하는 국제 언론에 대한 쓴 목소리도 있다. 아랍의 봄을 겪은 다른 아랍 국가들과 튀니지를 다르다고 전제하는 예외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사회 경제적 문제는 산재해 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시위와 경찰국가 부활의 분명한 조짐에도 국제 언론은 튀니지를 ‘민주화 운동의 성공적인 모범 사례’로 긍정적 미래만을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튀니지 국민들이 겪고 있는 암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며 이러한 외부 평가와 국내 현실의 괴리감은 튀니지 대중들에게 더욱 큰 좌절감을 안겨주는 것이기도 하다. 튀니지가 민주화 혁명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것은 아랍의 봄을 겪은 다른 아랍국가들이 내전과 쿠데타 등 아직도 깊은 혼란에 빠져있어 상대적으로 튀니지가 부각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분석하기도 한다.

 

 이집트는 무바라크 독재정권의 퇴진 이후 대통령이 된 무르시를 지지했던 무슬림형제단을 축으로 한 이슬람 원리주의 진영과 그 반대파가 충돌했고 2013년 7월 국방장관 출신 압델 파타타 엘시시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이집트 국민들 사이에는 오히려 무바라크 시대가 더 나았다는 자조적인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리비아는 카다피 정권 몰락 이후 무정부 상태가 되어 부족 및 지역 간 갈등이 고조되었고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을 축출한 뒤 평화적 정권교체에 실패한 예멘 역시 내전에 휩싸여있다. 퇴진을 거부한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대통령은 반군과 정부군간의 격렬한 교전이 계속되는 내전상황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국제적 비난을 받았으나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이러한 혼란의 틈을 타 극단주의 이슬람국가 IS가 북부 지역을 점령하다 최근에 격퇴되었고 이로 인해 발생한 시리아 난민 상황은 자국뿐 아니라 주변 국가 및 유럽국가에까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바레인은 국가비상사태 선포 후 무력으로 시위대를 진압했지만 순니파 지배층과 시아파 피지배층 간의 갈등이 고조되었다. 튀니지의 이웃 국가인 모로코의 경우 무함마드 6세 국왕이 의회 권한 강화와 왕권 축소를 선언하고 왕정에서 입헌군주제로 개헌했으나 정치, 경제적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이다. 독재정권의 몰락이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시위를 통한 튀니지 국민들의 주장은 분명하다. 물가상승 억제, 공공부분 채용동결 중단, 치안과 의료케어시스템 보장, 기업사유화 중단, 부패방지를 위한 국가차원의 전략 구축 및 실행이 그것이다. 국가기업을 사유화할 경우 사유화된 기업은 부패를 방관할 것이고 이는 지속적인 물가상승의 원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 단연코 “No!”라고 말해야 한다고 시위에 참가한 튀니지 대중은 말한다. 그러나 튀니지 정부의 반응은 달랐다. 정부는 폭력법 위반으로 시위대를 체포했고 기관언론을 통해 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확산을 시도했으며 경찰이 시위대 일부에게 돈을 주어 기물 파손을 지시했다고 시위대는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시위대들을 급진좌파 성향의 야당인 대중전선 소속이라고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독재자 벤 알리 대통령이 정권유지를 위해 이용했던 방법과 유사하다고 시위대는 말하고 있다.

 

 이집트 국민들에게 군부통제로부터의 탈피가 당면문제라면 튀니지 국민들에게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상황은 더욱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정치와 경제 어느 것 하나 결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국가경제정책의 전면적 재검토와 기업들로부터의 투명한 세금징수가 이루어진다면 경제 분야에 있어 상당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출의 약 1/3을 프랑스에 의존하고 있는 등 무역거래의 대부분을 EU국가에 의존하는 현 무역거래 구조의 다변화가 시급하다. 지역정치에 관심을 갖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튀니지 국민들의 정치적 인식에 분명 희망적인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오는 5월로 예정되어 있는 지방 선거가 더욱 중요하다. 2014년 개정된 새 헌법은 아랍 국가 중 가장 진보적이고 민주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현재 160여 개의 정당이 튀니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튀니지는 지금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아랍세계에서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외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제 천백만 튀니지 국민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튀니지 정부가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와 분노를 간과한다면 튀니지는 제2의 ‘아랍의 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튀니지가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튀니지를 건설하고 있으며 더 나은 튀니지를 건설할 의무가 있다”는 시위대의 말에서 길고 혹독한 겨울의 한 가운데서 따듯한 봄을 기다리는 튀니지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느낄 수 있다. “Fech_Nestannew(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는가?)”라는 물음에 튀니지 국민들은 말하고 있다. “We can’t wait any longer!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