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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인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인도 KOTRA 2022/05/24

최근 지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경제에 많은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유가 상승의 연쇄 효과로 국제 물가 또한 상승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경제성장이 저하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러시아를 규탄하며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기존에 러시아 혹은 우크라이나와 교역을 하던 국가들은 필요 물자의 조달이 어려워져 급히 대체 공급처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도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적인 의사표시를 피하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인도의 움직임이 내포하는 의미 및 배경과 나아가 우크라이나 사태가 인도의 정치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다.



러시아, 힘들 때마다 도와준 인도의 오랜 친구

러시아는 오랜 기간 인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1950년대 냉전 시기부터 인도는 소련연방으로부터 산업화를 이루기 위한 기술 및 자본 등의 포괄적인 원조를 받아왔다. 당시 인도는 외환보유고가 많지 않아 국제 거래가 쉽지 않았는데, 소련연방에서 인도가 루피화로 지불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마련해 줌으로써 거래를 이어갈 수 있었다. 1971년, 푸틴이 인도에 방문했을 때 양국 정상은 '평화우호협력조약'에 서명하였으며 이를 통해 정치, 외교, 안보, 국방, 무역, 경제, 과학기술, 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양국 간 교류가 본격화됐다. 이처럼 러시아와의 협력은 인도 외교 정책의 핵심 축이었으며, 소련연방의 해체 이후에도 인도는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갔다. 2000년 10월에는 인도-러시아 전략 파트너십을 공동 선언하면서 상호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였다. 


인도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블라디보스톡에 각각 영사관을 두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는 뉴델리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며 첸나이, 고아, 하이데라바드, 콜카타, 뭄바이, 티루바난타푸람에 각각 영사관을 두고 있다. 또한 Hindustani Samaj는 1975년에 설립되어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인도인 공동체 집단으로 현지 대사관과 긴밀히 협업하며 양국 간의 경제, 문화, 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에 진출한 다른 인도 기관으로는 AMMA, DISHA, Indian Business Alliance, Overseas Bihar Association, Textile Business Alliance, Bhartiya Sanskritik Samaj, Brahma Kumaris, ISKCON, Gurudwara Prabandhak Committee, Ramakrishna Society Vedanta Centre 등이 있다. 인도와 러시아는 INSTC(International North-South Transport Corridor)를 통해 남북 간 국제 물류 이동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통관 절차 및 비자 발급 절차 간소화 등 양국 간 물적/인적 교류의 활성화를 위해 상호 간 규제를 완화해왔다. 지난 2021년 10월에는 주러시아 인도대사관에서 양국 수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개최하였고 전 러시아 외교관, 인도학자, MFA 대표단, 기자 등이 참석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인도기술경제협력장학재단(ITEC)의 주요 파트너 국가이다. 2019년과 2020년 사이에 약 118명의 러시아 학생이 재단으로부터 수혜를 입었으며, 인도문화교류부(ICCR)의 장학금을 받는 러시아 학생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코로나19 백신 테스트/생산, 주요 의약품 공급, 자국민 귀국 협조 등 코로나19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양국 간의 협력도 긴밀히 이루어져 왔는데 러시아의 스푸트닉-5 백신은 인도의 의약품규제국(DCGI)의 승인을 얻어 2021년 4월부터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인도 내에서 최초로 승인을 받은 외국산 백신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인도에서도 코로나19의 발발 초기에 수송기 26대를 통해 81톤 가량의 해열제, 항생제 등 필수 의약품을 러시아에 공급하여 양국 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자랑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인도는 긴밀한 경제 파트너이기도 하다. 공급망 불안정과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양국 간의 교역 규모는 전년도인 2019년에 비해 19.5% 가량 감소하였으나 바로 이듬해인 2021년에는 전년 대비 교역 규모가 54% 증가하여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 인도 상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약 81억 달러를 달성했다. 당시 인도는 러시아로 26억 달러 상당의 상품을 수출했으며, 러시아는 인도로 약 55억 달러 상당의 상품을 수출했다. 2021년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약 69억 달러 상당의 원유, 비료, 귀금속, 원자력 기술 등을 수입했으며 러시아로는 약 33억 달러 상당의 의약품, 전자기기, 차 등을 수출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인도 국방부는 군수 물자의 자체 생산 능력을 증진 시키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는 50%이상의 군수 물자를 러시아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2021년 12월에는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경제 제재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인도는 러시아와 52억 달러 규모의 지대공 미사일을 수입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양국 간 전략적 군사 동맹 관계를 굳건히 한 바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양국의 대표가 만나 2025년까지 상호 투자와 상호 교역 목표를 각각 500억, 300억 달러로 합의했는데 이를 통해서도 인도와 러시아는 서로에게 중요한 전략 국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러시아 못지 않은 우크라이나와의 협력 관계

우크라이나 역시 인도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 왔다. 1991년 12월 인도는 우크라이나를 자주 독립 국가로 인정한 초기 국가 중 하나이며, 바로 이듬해인 1992년 1월부터 교류를 시작했다. 1992년 5월 키이우에 인도 대사관이 개설되었으며, 우크라이나는 1993년 2월에 인도 뉴델리에 대표부를 파견하였다. 우크라이나 정부에서도 2017년 4월부터 인도인들을 대상으로 도착 비자를 제공하기 시작하였고 덕분에 관광 및 비즈니스 목적의 인도인 방문객들은 최대 15일간 우크라이나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양국 간 교역 규모는 지난 25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6년 기준, 양국의 총 교역 규모는 약 23억 달러 수준이었다. 같은 해 우크라이나는 인도로 약 19억 달러 상당의 상품을 수출했는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위치한 국가 중 가장 큰 수출 상대국이었으며 전 세계에서도 6번째로 컸다. 인도의 주요 수입 품목은 해바라기유, 비료 등인데 사실 인도는 우크라이나산 해바라기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이다. 2017년 1~5월 기준, 인도로 수출한 우크라이나 제품 중 해바라기유가 무려 64%를 차지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인도로부터 의약품, 전화기, 살충제, 쌀, 차 등을 주로 수입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는 독일과 프랑스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의약품을 인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Ranbaxy, Dr. Reddy’s Laboratories, Sun Group 등 인도의 유명 제약 회사들이 대표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인도제약회사협회(IPMA)또한 조직되어 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상당하다.


외교 관계, 비자 발급, 교역, 우주 항공, 과학, 기술, 국방 등 다양한 부문에서도 상호 MOU 협정을 맺어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모든 협정 목록은 https://mea.gov.in/treaty.html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인도 정부위원회를 구성하여 정기적으로 사업 협의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교역 관계를 더욱 강화시키고자 노력해왔다. 오래 전부터 인도 산업 전반에 우크라이나 기업들이 침투해있는데, 인도의 전력 발전 부문과 중공업의 성장에 초석이 되어왔다. 최근에는 'Ukrindusty'와 같은 양국 합자 회사가 인도의 Rourkela와 Bokaro에 위치한 금속 가공 공장의 코크스배터리 재생을 위한 사업 계약을 얻어내기도 했다. 


상호 간 기술 및 과학 지식의 교류도 많이 이루어져 왔었다. 1992년 5월 이래 양국은 매년 과학기술위원회를 개최해 합동 프로젝트 수행, 전시회 개최, 과학 조사 협업 등에 관하여 논의해왔는데 2007년 10월에는 키이우에서 동 위원회가 열렸었고 11가지 과학기술 협동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생명공학 또한 최근 양국 간 교류가 활발한 분야이며 Biocon, Genome 등과 같은 기업들이 협업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우주 분야 협업을 위한 우크라이나 국립우주국과 인도 ISRO의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2005년에는 당시 인도 대통령인 A. P. J. Abdul Kalam의 우크라이나 방문 중 현지 교민을 대상으로 우크라이나와 우주 연구에 관한 협업을 강화하겠다고 연설하였으며, 이후 세계에서 가장 큰 로켓 제조사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우주국을 방문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IT 산업이 발달했는데, 지난 2004년 5월에 인도 뭄바이에 위치한 Aptech사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큰 IT 교육센터인 IIPM과 계약을 맺어 교육용 IT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기도 하다.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의 무역 통계





인도의 실리 외교(러시아와 서방 국가들 사이의 줄다리기) 

현재 여러 국가들이 침공 행위를 규탄하며 러시아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인도, 일본, 호주, 미국으로 구성된 국제안보동맹체인 'QUAD'에서도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을 중심으로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인도만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에 개최된 유엔 총회에서도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인도는 의사표시를 거부하였다. 이처럼 인도가 러시아와 거리를 두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도의 역사와 지정학적 특성에 대해 조금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1950년대 소련연방 시절부터 인도는 70년 이상 러시아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오며 사회, 경제, 문화, 교육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러시아와의 수교가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도에게 있어 러시아는 형제와도 같은 국가이다. 과학기술, 국방, 원자재 수급 등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분야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등을 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인도는 군수 물자 조달의 상당한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데, 러시아의 군수 물자 수출대상국 중 인도가 2번째로 클 정도로 그 규모가 상당하다. 2017년 기준 인도는 약 68% 가량의 군수 물자를 러시아로부터 조달했고 여러 수급원 중 러시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인도는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한 나라이기도 하다. 1947년에는 카슈미르 지역의 영토를 두고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처음 전쟁이 발발했으며, 이후에도 여러 차례의 크고 작은 분쟁이 발생했다. 1971년에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에 인도가 개입한 것을 계기로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는데 당시 미국은 인도를 군사적으로 압박한 반면, 오랜 우방 국가인 러시아는 인도를 지지했다. 미국은 해군 7함대를 벵골만으로 파견하여 무력을 과시했고 이에 맞서 러시아도 해군력을 배치하여 냉전을 방불케 하기도 했다. 또한 2020년에는 중국과의 국경에서 군사 유혈 사태가 일어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QUAD에 가입하는 등 서방 국가와의 안보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우호적인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동시에, 지난 3월에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인도에 방문하는 등 중국과 인도의 관계 회복을 위한 움직임도 보여지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인도 정부가 특정 국가와의 협력 노선을 굳건히 하는 것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현재 인도는 군수 물자 공급 등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필수적인 서방 국가들과의 협력도 놓칠 수가 없을 것이다.


사실 인도의 실리적인 움직임은 과거의 사례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냉전 시기에도 인도는 노선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대신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회색 지대에 머물렀으며, 1990년 이라크와 쿠웨이트 연합군 사이에 걸프 전쟁이 발발했을 때에도 인도는 어느 한쪽 편을 고수하지 않았다. 이러한 성향이 이번 위기에도 동일하게 발현된 것을 볼 수 있다. 인도는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서방 국가들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여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을 놓치지 않고자 적절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도는 오래 전부터 위기 발생 시 중립적인 태세를 고수하며 실리를 추구해왔다.


인도 경제에 미칠 영향: 물가 상승, 수출 기회 확대, 원자재 수급원 재편 필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공급망은 더욱 불안정해졌고 물가 상승까지 겹쳐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국제신용평가기관인 Fitch에서는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기존에 예측했던 10.3%에서 8.5%로 감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특히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인도의 경우 원유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경기 성장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Times of India 등 현지 언론에서는 인도가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하는 동시에 경제성장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게 될 위험도 존재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인도 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을 주요 물품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인도는 해바라기유의 9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식용 기름이 식품, 샴푸, 간식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사용된다. 지난 몇 년간 인도 정부에서는 식용 기름의 생산량을 증대시키려고 노력해왔으나 내수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이 때문에 2017년부터 식용유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배 수준에 이르기까지 했다. 현재 전쟁으로 인해 공급망에 혼란이 가해지면서 소비자들이 다시 한 번 가격 부담을 겪게 되었다. 2021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인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약 85%의(843,377톤)의 해바라기유를 수입했으며, 같은 기간 러시아로부터는 14.3% 가량을 수입했다. 그런데 흑해안 지역으로부터의 식용 기름 수입이 중단되면서 인도의 저소득층 가구들이 특히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루피화 가치가 하락하여 서민들의 구매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물가 상승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게 된 것이다. 최근 인도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생필품 가격 상승률은 6.07%로, 전년의 5.93% 대비 상승했다. 물론 인도 정부에서도 이에 대응책을 마련해두었다. 인도식용유협회장인 Sudhakar Desai는 Al Jazeera를 통해 "인도는 45일 분량의 식용 기름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남미, 남아시아 등지로부터 팜유, 콩기름 등을 50~60만 톤 가량을 긴급 수입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인도는 해바라기유를 대체할 수 있는 머스터드유를 만들기 위한 작물 재고를 보유하고 있긴 하나 우크라이나 사태의 빠른 종료가 인도 서민 경제에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핵심 열쇠이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대인도 원유 수출 규모는 큰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2월 전쟁 발발 이후 인도를 대상으로 할인된 가격에 원유를 판매할 것을 제안해왔다. 이에 인도의 최대 정유사인 Indian Oil Corp에서는 최근 러시아로부터 300만 배럴의 원유를 주문했으며, Hindustan Petroleum Corp에서도 200만 배럴의 원유를 주문했다. 인도가 최근 러시아로부터 더욱 많은 원유를 수입해오고 있으나 이는 전체 수입 규모의 3%도 채 되지 않으며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규모 또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는 하루 평균 500만 배럴 정도의 원유를 소비하고 있으며 그중 60% 정도는 걸프해안에 위치한 국가들로부터 수입해오고 있다. 국제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으나 인도는 루블-루피화 결제 시스템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오는 방향을 선택했다. 인도 정부 매체에서는 "인도는 러시아 외에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원유 공급처라면 언제든 거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인도의 다양한 경제 분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는 전 세계 알루미늄 공급의 6%를 차지하고 있는데, 전쟁으로 인해 공급량이 감소하여 2022년 3월 첫 주에는 국제 알루미늄 가격이 톤당 3875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편 인도에서도 알루미늄을 생산하고 있는데, 원료의 대부분을 자급해왔기 때문에 국제 알루미늄 가격의 상승은 오히려 인도 알루미늄 제조업자에게는 희소식이 되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국제 알루미늄 공급량은 감소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덕분에 당분간 인도 알루미늄 생산 업체의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한편 운송비, 포장비 등 전반적인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인해 인도 내 유제품의 가격 인상도 이루어졌다. 유제품 가공 회사인 Amul에서는 3월 1일부터 우유 가격을 4% 가량 인상시켰으며, 동종업계인 Mother Dairy에서도 3월 6일 부터 우유 가격을 리터당 2루피 인상했다. 닭고기 가격도 25%나 상승했다. 몇 달 전만 해도 1kg당 70~80루피 정도 하던 도매 가격이 현재는 120~130루피 정도로 상승했으며, 소매 가격은 220루피 내외를 웃돌고 있다. 양계 사료의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인해 가격이 오르게 된 것인데, 당분간 가금류 가격은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는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특수 가스를 수출하는 주요 국가이며, 러시아 또한 팔라듐 같은 반도체 제조의 핵심 금속을 공급하는 국가이다. 그러나 전쟁 발발 이후 이와 같은 원료 공급의 감소로 인해 국제 반도체 생산량은 더욱 축소되었고 인도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량 신규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비료 제작에 사용되는 탄산칼륨의 주요 공급원이다. 농업 국가인 인도는 탄산칼륨을 수입하는 주요 국가 중 하나인데, 매년 약 400~500만 톤 가량의 탄산칼륨을 소비하고 있으며, 전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중 약 33% 가량을 벨라루스와 러시아로부터 조달해왔었는데, 최근 전쟁으로 인해 수입이 중단돼 잠시나마 비료 부족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도는 캐나다, 이스라엘, 요르단 등지로부터의 비료 수입 확대 방안을 모색하여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파종기에 대비하고 있다. 


러시아는 연간 약 4500만 kg의 인도산 차(tea)를 수입하는 주요 고객이다. 인도차협회(India Tea Association)에 따르면 러시아는 인도 전체 차 수출량의 18%를 소비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로의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고 관련 산업의 침체 위기가 지속 되어왔다. 그런데 최근 물류 환경의 개선과 러시아의 식료품 수요 급증으로 인해 인도는 올해 4월 중순 경 러시아에 차(tea) 5컨테이너, 쌀 60컨테이너 등을 수출하는 등 러시아와의 식료품 교역을 재개했다. 인도는 이번 사태를 통해 위기 상황 발생 시 제3국이 개입하여 도움을 주기가 쉽지 않다는 교훈을 얻었다. Manoj Mukund Naravane 인도육군참모총장은 러시아에 대한 군수물자 의존도를 낮추고 앞으로는 자국 국방력 강화 및 군수 물자의 국산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강조하고 있는 Atmanirbhar Bharat(자주적인 인도)철학과도 방향을 나란히 한다. 덕분에 전통적으로 러시아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던 인도의 군수 물자도 장기적으로는 자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인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존의 러시아산 군수 물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원을 다변화 하는 동시에 자체 생산 무기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인도 무기 공급망의 개편으로 인해 신규 거래 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며, 인도 자체 무기 개발 사업을 통해서도 많은 사업 기회가 파생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경제 전문가들은 국제 물가의 상승으로 인해 올해 인도의 경제 성장이 저하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특히 구매력 저하로 인해 서민층이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여진다. 인도 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분명 있지만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 이어왔던 교역은 인도 전체 무역 규모 대비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도 정부에서도 발빠르게 새로운 공급원을 발굴하고 있어 그 기간 또한 장기화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많은 국가들이 러시아를 비판하는 가운데, 인도는 러시아와의 원유 거래를 더욱 증대시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도가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2 개월간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원유량은 지난 2021년 동안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원유량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 많은 국가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거부하고 러시아와의 SWIFT 결제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가격이 하락하게 되었는데, 인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덕분에 인도는 양국 간 통화(인도-루블) 결제 시스템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대량의 원유를 사들일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이 인도가 러시아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지, 인도는 그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으며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안정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고속 성장하는 것이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와의 교류 중단을 압박하고 있지만, 인도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하며 자국의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인도가 서방 강대국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러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쩌면 서방 강대국들도 무시할 수 없는 인도의 영향력 때문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인도는 이러한 상황을 십분 활용할 의지와 능력이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어떠한 방향으로든 자국의 성장과 이익을 위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지정학적 특성에 기인한 인도의 유연한 외교 정책에 대한 이해가 앞으로 인도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자료: KOTRA 뭄바이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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